"우주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실은 과학에 대한 상식도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칼럼을 시작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우주는 무엇일까'라는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입니다. '우주라는 테마파크'는 과학적인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아니, 못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우주를 통해 느끼는 테마파크처럼 다양한 즐거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김정우 교수의 글이다. 이 글은 코스모스 타임즈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다. 편집자)
▶다큐멘터리, <리턴 투 스페이스(Return to Space)>
'우주라는 테마파크'의 첫번째 소재로 넷플릭스가 제작한 다큐멘터리인 <리턴 투 스페이스(2022)>를 골랐습니다. 옆의 포스터를 보면 좌측에는 로켓이 하늘을 향해 날아가고 그 아래는 그 로켓을 바라보는 남성의 옆모습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명확하게 보이지는 않지만, 아마도 많은 분들이 누군지 아실 것입니다. 그렇습니다. 전세계적 갑부 중의 한 사람이며, 페이팔, 테슬라, 스페이스X 등 다양한 사업을 성공시킨 사업가이며, 지금은 미국의 트럼프 정부에서 정부효율부의 공동 수장으로 일하는 행정가이기도 한 일론 머스크(Elon Musk)입니다.
이 다큐멘터리는 일론 머스크가 우주개발 회사인 스페이스X를 설립하고, 재사용이 가능한 우주 왕복 로켓 개발을 추진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목부터가 심상치 않습니다. ‘리턴(Return)’이라니. 왜 ‘가는’ 것이 아니라 ‘돌아가는’ 것일까요? 생각해 보면, 이미 달 표면에 인류가 착륙한 적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오랫동안 달 표면을 밟은 인류가 없었기 때문에, 그곳으로 다시 돌아가자는 뜻이 아닐까요? 달을 포함한 우주에 착륙하는 일이 처음이 아니므로, 이미 가봤던 그곳으로 돌아가자는 의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돌아간다’라는 말은 단순히 ‘간다’는 것과 큰 차이가 있습니다. ‘간다’는 행위 그 자체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면, ‘돌아간다’는 그곳에 대한 그리움과 애정, 때로는 기대감이 담겨 있는 말이기도 합니다. ‘고향으로 간다’와 ‘고향으로 돌아간다’라는 말의 뉘앙스가 다르듯이 말입니다. 그만큼, 우주는 지구별 밖에 존재하는 것을 넘어, 인류가 궁금해하고 가고 싶어하는 것이라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일론 머스크의 '화성 이주 꿈'을 실현하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스타십의 8차 시험비행이 3월 7일 발사되고 있다. / spaceX
▶인류에게 새겨진 ‘방랑’이라는 DNA
인간은 왜 우주를 가고 싶어 할까요? 미국의 천문학자인 칼 세이건(Carl Sagan)은 그러한 욕망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첫번째 이유는, 우리가 탐험하는 종이라는 것입니다.
인류는 지난 1만 년 동안 문명을 이루어 한자리에 머물러 살았습니다.
하지만 그 이전 10만 년 동안 인류는 방랑자, 탐험자, 유목민이었죠.
우리 몸에는 그 피가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우주 비행은 인류의 그 기나긴 전통을 이어갈
–현재로서는 우리에게 유일하게 열려 있는-기회입니다.”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의 말(Conversations with Carl Sagan)>
<칼 세이건의 말>은 인류는 불과 1만 년 전에야 한자리에 머물러 살아왔을 뿐, 그 이전의 10만 년 동안은 방랑 생활을 해왔다고 말합니다. 이 말은 무슨 뜻일까요? 미래학자인 롤프 옌센(Rolf Jensen)은 인류의 역사를 10만 년으로 보았을 때, 9만 년이 수렵채취사회였다고 말합니다. 수렵채취, 즉 지나가는 동물을 사냥해 식량으로 삼거나, 주변의 숲에서 먹을 것을 채취하는 삶을 살아왔다는 것이죠. 당연히 사냥할 동물이 줄어들거나 숲에서 채취할 것들이 줄어들면 그들이 풍부한 곳으로 이동하면서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즉, 생활에 적절한 새로운 환경을 찾아 끝없는 방랑 생활로 삶을 영위해 왔다는 뜻입니다. 그러면서 ‘방랑’이라는 DNA가 인류의 몸속에 새겨진 것이지요.
롤프 옌센은 1만 년 전, 인류가 농사를 짓게 되면서 인류는 한 곳에 정착하는 삶을 영위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 안에는 여전히 10만 년 동안 키워 온 ‘방랑’이라는 DNA가 남아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새로운 환경에 대한 욕구와 기대감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지요. 그래서 칼 세이건은 이렇게 말합니다.
앞으로 몇백 년 내에는 우리가 어떤 행성의 환경 전체를 바꿔서
인간이 거창한 생명 유지 장치 없이도 안락하게 살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칼 세이건, <칼 세이건의 말>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비행사들처럼 거동조차 불편할 특수장치 없이도, 어떤 행성에 인류가 적응해 있는 지구와 유사한 환경을 만들어 인류가 그곳에서도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입니다. SF물에서 많이 다루었던 내용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어느 행성이 가능한 것일까요? 다큐멘터리에서 일론 머스크는 다음과 같이 말합니다.
스페이스X를 창립하기 전에 나사(NASA)가
인류를 화성에 보내기를 기다렸어요.
매년 나사 웹사이트를 확인했는데 굉장히 답답했어요.
언제쯤 화성에 인류를 보낼지 기약이 없는 듯 보였거든요.
일론 머스크, <리턴 투 스페이스>
학자인 칼 세이건은 ‘어떤 행성’이라고 모호하게 말했지만, 사업가인 일론 머스크는 명확하게 ‘화성’을 목표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 후 스페이스X를 설립한 일론 머스크는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국제우주정거장을 왕복할 수 있는 로켓의 개발에 총력을 다합니다.
일정 기간 우주에 머무르는 체험을 하게되는 국제우주정거장. 스페이스X의 재사용 로켓은 우주인 배치 비용을 확실히 줄여줬다. / NASA
▶우주 개발의 목표는 인류의 다행성 종족화
국제우주정거장은 미국과 러시아가 함께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양국의 과학자들이 다양한 실험을 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과학자들이나 필요한 물자 등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은 우주 비행선 프로젝트를 멈추게 되자 러시아에게 1인당 8200만 달러를 지불하고 미국의 과학자들을 국제우주정거장에 보내야 했습니다. 이 비용이 엄청난 이유는 이들을 태우고 가는 로켓이 단 한 번만 사용하고 버려야 하기 때문입니다.
스페이스X는 인류가 자유롭게 우주여행을 하기 위해
꼭 해결되어야 하는 문제를 풀어내려고 노력 중이에요.
빠르게 완전한 재사용이 가능한 로켓을 만드는 거죠.
일론 머스크, <리턴 투 스페이스>
일론 머스크는 우주여행 활성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혁신적인 전략이 필요했습니다. 그러나 NASA는 국가기관이라는 특성 때문에 일의 관성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습니다. 따라서 NASA는 많은 반대를 무릅쓰고 스페이스X와 함께 로켓 개발을 시도한 것입니다. 그리고 결국 2015년 재사용을 가능하게 한 추진체 로켓 착륙 실험에 성공하여, 과학자들을 국제우주정거장으로 보내는 비용을 10분의 1로 줄입니다. 국가기관인 NASA는 할 수 없는 놀라운 성과였습니다.
달에 기지를 세우고, 화성에 사람들을 보낼 거예요.
다행성 종족이 될 거예요.
오늘이 새로운 우주 탐험 시대의 시작을 알렸다고 생각합니다.
일론 머스크, <리턴 투 스페이스>
이 말 속에 중요한 포인트가 있습니다. 바로 ‘다행성 종족’입니다. 향후 적극적인 우주 개발을 통해 인류를 지구 외의 여러 행성에서 살 수 있게 만드는 것이 일론 머스크가 이 사업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궁극적 가치인 것입니다. 인류의 삶의 영역이 근본적으로 바뀌는 것이지요.
관점에 따라 일론 머스크에 대해서는 찬반이 있게 마련입니다. 하지만, 적어도 우주와 관련해서 이렇게 명확하면서도 야심찬 비전과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적인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일론 머스크와 같은 사람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과연 일론 머스크의 꿈은 현실화가 될 수 있을까요? 50대 중반인 그가 생전에 그 과업을 완수할 수 있을까요? 그러나 언제가 되었든 실현만 된다면 얼마나 멋진 말입니까?
“돌아가자, 우주로!”
10만 년 전부터 움튼 우리의 '방랑 DNA'에 올라타고 우주를 탐험할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김정우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오면서 다양한 기업의 수많은 카피를 만드는 등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 깊이 관여해온 김정우 교수는 '스스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정의한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문화창의학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 교수는 <광고언어연구> <광고언어론> <광고, 소비자와 통하였는가?> <문화콘텐츠 제작> <미디어 글쓰기> <문화콘텐츠와 경험의 교환> 등 많은 저서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