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시대, 태극권'을 쓰는 이찬 명예회장은 한국에 태극권을 소개한 인물. 우주시대, 100세 시대를 맞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통해 심신의 조화와 건강을 얻을 수 있는 태극권의 원리를 소개한다. 이 글은 코스모스 타임즈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다. <편집자>
영화 <인턴>의 마지막 대목에 등장하는 태극권 장면. 현실과 영화 속에서 로버트 드 니로가 노익장을 과시한다. / cosmos times
윌리엄 CC 첸. 현존하는 태극권의 최상위 배분을 차지하는 인물인데 로버트 드 니로의 장인으로 유명하다. 할리우드 영화 <인턴>의 평화로운 결말을 상징하는 마지막 대목은, 공원에서의 태극권 장면이다. 거기서 늙은 인턴 로버트 드 니로는 젊은 여사장 앤 해서웨이와 느릿느릿 춤추듯 태극권을 따라하는데, 그때 영화 속 태극권을 가르치는 강사가 바로 티파니 첸이라는 여성으로 윌리엄 CC 첸의 딸이다(영화 도입부의 태극권 장면에도 등장한다). 2015년에 만나 사랑에 빠지고 예쁜 딸까지 낳은 이들은 현재 남편 81세, 아내 46세다.
1933년 생으로 90세를 이미 넘긴 윌리엄 CC 첸 선생을 얼마전 대만에서 열린 '정만청 선생 서거 50주기 기념행사'에서 만났다. 그는 여전히 기백있고 단단한 몸으로 행사 내내 꼿꼿한 자세를 유지했고, 맑은 정신으로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며 주변을 놀라게 했다.
얼마전 대만에서의 태극권 행사장에서 윌리엄 CC 첸 선생이 이찬 명예회장과 함께 자리했다. / 이찬태극권도관
▶태극권, 불로장생의 꿈을 꾸다
정만청 선생은 우리 태극권 문파(양가정자태극권)의 문을 연 분이고, 윌리엄 CC 첸은 그분의 직계 제자다. 나는 그 다음대의 제자니까, 나의 스승과 같은 반열에 있는 분이 윌리엄 CC 첸이다. 사위인 로버트 드 니로의 노익장도 대단하지만, 그보다 10년 이상 나이 든 그의 정정함은 태극권을 빼놓고는 이해할 수도, 말할 수도 없다.
태극권을 수련하면서 '도(道)의 증인'처럼 살아온 그분을 보고 있자면 "인간은 어떻게 오래, 건강하게 살 수 있는가" 의문을 떠올릴 수밖에 없다.
태극권은 단순한 무술이 아니다. 그렇다고 기공이라고 치부할 수도 없다. 노자와 장자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 도교에 뿌리를 둔 이 운동은 음양의 교차, 기(氣)의 순환, 자연과의 교감, 세상과 나의 조화를 몸으로 구현해 내는 살아있는 철학이다. 움직이는 선이며, 동적인 명상이다. 그러니, 오래전 중국의 무당산에서 우화등선, 즉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경지를 꿈꾸며 수련하던 도사들의 모습이 연상된다.
우리몸 안의 정(精), 기(氣), 신(神)이 균형을 이룰 때 단지 '병들지 않는 것'을 넘어서 '더 깊이 있고 건강하면서 오래 사는 삶'을 이뤄가게 된다는 정신은 태극권이라는 천년무술 속에 녹아있다. 현대사회에서 말 그대로 불로장생을 믿는 사람이야 없겠지만, 어쩌면 이룰 수 없는 불로장생의 꿈을 머릿속 어딘가에 흐릿하게 꿈꾸는 것이야 자유 아니겠는가. 그 꿈이 우리의 행동과 생각을 이끌어 줄 수도 있는 것 아니겠는가.
현대인들이 어떻게 믿든, 사실 현대과학이 조금씩 이를 뒷받침해주고 있다. 태극권 수련을 하면 면역력 향상, 스트레스 완화, 장기 기능 강화 등 심리적으로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는 아주 많다. 치매처럼 정신이 병들거나, 부상처럼 몸이 병들 때 회복운동으로 태극권은 서양에서도 첫손 꼽힌다. 일반인의 건강에 좋다는 것이야 더 말할 필요도 없는 일이고....
70세의 NASA 우주인 돈 페티트가 7개월의 우주생활을 마치고 지구로 귀환했다. / space.com, cosmos times
▶우주복 속에 갇힌 몸을 위한 태극권?
며칠 전에는 70세의 NASA 우주비행사가 국제우주정거장에서 7개월 동안 우주에 머물다 지구로 돌아왔다는 기사를 읽었다. 마침 귀환한 날이 70세 생일이었다고 한다. 대단하지 않은가. 우주비행, 하면 우주인에게 건강에 좋지 않다는 말들이 많지만, 이런 사람도 있다.
자, 여기서 태극권과 우주인의 '불로장생' 이야기가 만난다. 자연과 함께 유유자적하면서 오래오래 사는 것과 우주를 여행하면서 최첨단 과학과 더불어 인류의 생존을 이어가는 것은 서로 방향은 다르지만, 극과 극처럼 마주닿아 있다. 불로장생은 한 개인의 소망보다 훨씬 크게 인류사적이면서 자연과 진화의 역사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작게 보면 한 인간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극한상태에서 어떻게 생존을 이어갈 수 있는 것인지 우주과학이 풀어가고 있다. 크게 보면 인류가 멸종을 이겨내고 지구상에서 혹은 우주의 다른 행성에서 삶을 이어갈 수 있는지 풀어간다. 그러니까, 우주탐사는 인간의 한계를 실험하는 궁극적인 실험장인 셈이다.
태극권은 지상에서 한 인간이 시간을 견디는 기술이다. 윌리엄 CC 첸과 많은 태극권 선배들을 보면 자연의 흐름에 맞추는 수련을 통해 건강한 장수를 이뤄낼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우주탐사는 밖을 향해 나아가는 행위이지만, 우주복이라는 갇힌 틀 안에 머무르는 행위이기도 하다. 그럴 때 태극권의 마음과 수련 방법을 알고 있다면, 한번의 숨결, 느릿한 동작 하나만으로 지루하고 약해지기 쉬운 우주여행이라는 시간을 튼실하게 바꿀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하나는 외계행성을 향해 나아가고, 다른 하나는 내면의 우주를 걷는 일. 이 둘을 엮을 수 있다면, 중력이 거의 없는 공간에서조차 기의 흐름은 이어지고, 닫힌 공간에서도 생명의 조화를 일궈가는 것이 가능해지지 않겠는가. 불로장생의 꿈을 꾸며 시작한 태극권의 마음과 인류의 영속성을 꿈꾸며 극한조건의 우주탐험에 나선 모험적 우주인들의 삶이 조화되는 지점이 있다면, 정말 좋은 일이 될 것이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상상하는 '불로장생'의 최상의 형태 아니겠는가.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명예회장
태권도와 소림권 당랑권 등 각종 강한 성격의 무술들을 10대 때부터 익히기 시작했으나, 30대에 기공과 태극권에 심취해 홀로 수련하던 중, 중국의 대가들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는 기회를 얻어 정식으로 태극권의 계보를 잇는 전인이 되었다. 1980년 정무도관을 개관하고, 1990년 '이찬태극권도관'으로 개칭한 이래 한국에 태극권을 전파하는 선봉이 되었다. 저서로는 <30분 태극권, 테라피 타이치> <태극권비결> <태극권경> <태극권강좌> <정자태극권(정자태극권 13편, 자수신법)> 등이 있고, 유튜브 <이찬태극권TV> 채널을 통해 태극권 보급과 국민 건강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