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칼럼] 우주시대, 태극권:
자연의 힘, 순응-활용하는 삶

※'우주시대, 태극권'을 쓰는 이찬 명예회장은 한국에 태극권을 소개한 인물. 우주시대, 100세 시대를 맞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익힐 수 있고, 자연과 인간의 조화를 심신의 조화와 건강을 얻을 수 있는 태극권의 원리를 소개한다. 이 글은 코스모스 타임즈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다. <편집자>


 

입춘과 함께 시작된 2월초, 강력한 한파가 찾아왔다.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날들이 며칠씩 이어지고 있고, 이런 날씨가 좀더 지속되리라는 예보다. 이렇게 추운 겨울이 절정을 이루고 나면, 봄날은 또 어김없이 찾아올 것이다. 작게 보면 널뛰는 것 같지만, 크게 보면 우주의 질서다. 그리고 그 질서에 순응하고 적응해 가는 것이 우리 인간의 생존 역사다.

 

태극권은 자연에 순응하는 인체의 원리를 가장 잘 원용하는 운동이다. 순응할 뿐 아니라 자연을 활용하기까지 한다. 자연과 일체가 되어가는 과정의 운동이라는 말도 가능하다. 우주와 소우주로 규정짓는 자연과 인간의 관계가 태극권처럼 잘 들어맞는 경우도 찾기 어려울 것이다.

 

자연에 순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몸의 균형감각을 높이는 운동이 필요하다. 태극권의 운수(왼쪽)와 금계독립. / 이찬태극권도관

 

▶자연에 순응하는 태극권: 운수-금계독립

급변하는 날씨와 자연의 다양한 변수들은 우리의 의지와 관계없이 발생한다.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오히려 이상할만큼 확실하다. 그렇다면, 우리는 그런 조건 아래서 생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일상 속 건강의 측면에서 이야기하자면, 이런 차가운 겨울철에 필요한 것이 균형감각이다. 말 그대로 균형을 잡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눈이 오고 추운 날, 조심해야 하는 미끄러짐, 낙상. 신발과 장갑 등 장비를 갖추는 것으로도 사고를 줄일 수 있지만, 균형감각을 갖추는 운동을 평소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그래야 넘어지는 것을 예방할 수 있고, 설령 넘어지더라도 크게 다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많은 건강학자들이 중년 노년을 건강하게 사는 방법 중 하나로 태극권을 포함시키곤 한다.  

 

태극권에는 탄탄한 균형감을 갖춰주는 ‘운수(雲手)’라는 동작과 ‘금계독립(金鷄獨立)’이라는 동작이 있다. 구름 같은 손, 황금닭 한발로 서기. 태극권의 많은 동작들이 하체를 강화하고 균형감각을 길러주지만 이들 동작은 특히 그 효과가 직접적이다. 

 

이름도 우아한 '운수'는 두발을 땅에 딱 버티고 서서 체중이동을 하면서 힘을 뺀 상체를 좌우로 회전하는 동작이다. 이때 팔을 앞으로 가볍게 들고 움직이는 모습이 구름이 흘러가는 듯하다고 그런 이름이 붙었다. 무술의 동작으로 치면 상대방을 밀어채면서 던져버리는 동작이지만, 수련으로는 아주 부드럽게 허리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동작이다. 이 과정을 통해 굳건한 균형감, 몸속의 활력을 얻을 수 있다.

 

두발로 굳건히 선 다음은 한발서기다. '금계독립'은 몸을 꼿꼿이 세운 상태에서 같은 방향의 한발과 한손을 접어들어 올리는 동작이다. 낙상을 예방하고 신장을 강화시켜주는 동작이면서 고관절과 넓적다리를 유연하게 함으로써 호르몬 분비 활성화, 요통 치유 효과도 있는 동작이다. 다들 알다시피, 현대 국민건강 척도에서도 한발로 서는 것은 균형감을 테스트하는 중요한 척도로 활용된다. 이런 간단한 수련을 꾸준히 하면 일상 속 균형감은 충분히 갖추게 될 것이다. 

 

달에 가는 우주선이 지구 주위를 먼저 도는 것은 지구의 중력, 즉 힘을 이용하기 위한 것이다. 태극권의 원리도 이러하다. / Firefly, cosmostimes

 

▶자연의 원리를 활용하는 태극권: 사기종인

짐승은 대체로 인간보다 더 자연과 가깝다. 오래전 진돗개를 키우던 시절의 일이다. 애견품평회가 있어 구경 갔다가 우연히 개들의 싸움을 목격하게 됐다. 덩치 큰 셰퍼드와 중형견 정도되는 진돗개의 싸움이었다. 흥미진진. 커다란 셰퍼드가 먼저 공격했다. 힘과 덩치로 돌진했고, 이를 감지한 진돗개는 몸을 옆으로 빼면서 반바퀴 돌더니 엉덩이로 셰퍼드의 몸 뒤쪽을 툭치면서 다리를 물었다. 강하게 밀고 들어오는 적을 슬쩍 흘려내면서 그 동력을 역이용해 자신이 유리한 기세로 바꾼 것이다. 순식간의 동작이, 마치 태극권을 배운 진돗개처럼 느껴지게 만들었다. 

 

태극권의 요결 중 ‘사기종인(捨己從人)’이라는 원리가 있다. 자신을 버리고 상대를 따른다는 말이다. 내가 비록 작고 힘이 부족하더라도 크고 힘센 상대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면, 큰 상대를 제압할 수 있고, 위험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이다.

 

자연은 아주 크다. 인간의 몸과 마음으로 담아내기에는 너무나 크다. 그렇지만, 그 힘과 원리의 일부를 활용할 수는 있다. 중력의 원리는 인간의 움직임을 강하게 만들어주는 아주 중요한 원칙이다. 힘센 상대가 밀어닥칠 때 그 방향으로 손가락 하나의 힘만 더 실어줘도 상대는 계속해서 한쪽으로 날아가 콰당 넘어지게 된다. 

 

코스모스 타임즈의 기사를 좀 읽어보니, 이런 이야기들이 우주탐험에도 있더라. 달에 가는 우주선을 쏘았는데, 우주선이 달을 향해 날아가지 않고 지구 주위를 돈다. 왜? 지구의 중력을 이용해 원반던지기의 원반처럼 회전력, 원심력을 통해 연료를 적게 사용하면서도 멀리 갈 수 있는 동력을 얻기 위한 것이다. 천체가 휙휙 날아다니는 것도, 우주를 비행하는 것도 다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인간도 우주의 아주 작은 일부라고 본다면, 이런 원리를 생활과 운동에 활용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엄청난 기술문명을 통해 얻는 것과 아주 원시적이고 자연적인 무술을 통해 깨닫게 되는 원칙이 같다는 것이 놀랍다. 아, 진짜 하고싶은 이야기는 이렇다. 우리는 거대한 자연의 일부이고, 그 위대한 힘에 적응해야 하고 때로 그것을 이용하는 방법을 안다면, 세상사에 그것을 적용할 수 있고, 우리의 건강문제도 풀 수 있다. 그 연결고리가 태극권이다.

 


이찬 대한태극권협회 명예회장

태권도와 소림권 당랑권 등 각종 강한 성격의 무술들을 10대 때부터 익히기 시작했으나, 30대에 기공과 태극권에 심취해 홀로 수련하던 중, 중국의 대가들을 스승으로 모시게 되는 기회를 얻어 정식으로 태극권의 계보를 잇는 전인이 되었다. 1980년 정무도관을 개관하고, 1990년 '이찬태극권도관'으로 개칭한 이래 한국에 태극권을 전파하는 선봉이 되었다. 저서로는 <30분 태극권, 테라피 타이치> <태극권비결> <태극권경> <태극권강좌> <정자태극권(정자태극권 13편, 자수신법)> 등이 있고, 유튜브 <이찬태극권TV> 채널을 통해 태극권 보급과 국민 건강에 앞장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