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동부표준시 4일 오전 12시 26분 지구를 안전하게 스쳐 지나간 소행성 2020 XR(가운데 붉은 색 표시). / The Virtual Telescope Project
상당한 크기의 우주 바위가 이틀 전 지구에 불과 220만km까지 근접한 뒤 빠르게 지나가며 '인류 공동의 집' 지구는 비교적 아슬아슬한 순간에서 벗어났다. 이 소행성의 당시 이동 속도는 시속 2만7500마일(4만4256km). 이는 보잉747 여객기보다 48배, 총알보다 16배 빠른 엄청난 속도다.
'2020 XR'이란 이름의 소행성이 동부 표준시 기준 4일 오전 12시 26분(한국시간 오후 2시 26분) 지구에 가장 가까이 다가섰다고 스페이스닷컴 등이 보도했다. 220만km는 달과 지구 사이 평균 거리(38.4km)의 약 6배 정도. 이번 근접 비행(플라이바이)은 이 소행성이 발견된 지 4년 만이다.
유럽우주국(ESA)에 따르면 2020 XR의 폭은 약 300~700m다. 대형 경기장과 맞먹는 크기. 챗GPT에 따르면 300만 마리의 코끼리를 한데 모아놓은 것과 맞먹는다. 만에 하나 2020 XR이 지구의 도시와 스치기만 해도 도시는 파괴를 면할 수 없었다는게 전문가들의 얘기다. 사실 천문학자들도 소행성의 발견 이후 한동안 이 우주 바위와 지구의 충돌 가능성을 제기한 바 있다.
지구근접물체(NEO)로 분류된 2020 XR은 4년 전 하와이에 있는 '판-스타스(Pan-STARRS) 2 천문대'를 통해 포착됐다. 당시 소행성의 외관상 궤도는 2028년께 지구와 부딪칠 수도 있다는 판정을 받았다. 그러나 과거 관측 데이터를 재검토한 결과 사실무근으로 드러났다. 소행성의 궤도를 더 정확하게 계산한 천문학자들은 최소 2120년까지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이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미 항공우주국 NASA에 따르면, 태양과 지구 사이 만큼의 궤도 안에 있는 소행성이나 혜성이 NEO다. 지름 140m 이상, 지구로부터 750만km 이내 거리를 비행하는 천체는 잠재적 위험 천체로 간주된다. NASA 제트추진연구소는 현재 2020 XR 등 2400여 개의 '잠재적 위험 소행성(PHA)'을 추적 중이다.
소행성 2020 XR의 다음 근접 비행은 2028년 11월에 이루어질 예정이다. 올해 플라이바이보다 훨씬 더 먼 거리, 즉 1억8200만km여서 다행이다. 천문학자들의 이전 예측이 보기 좋게 빗나간 것이다.
한편, NASA는 내년 1월에도 소행성 '2024 PT5'가 지구를 근접 통과할 예정이라고 확인했다. 올 8월 처음 관측된 2024 PT5의 지름은 약 10m로 추정된다. NASA는 다만 이 소행성이 지구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구 중력에 포획되지 않은 채, 달까지 거리의 약 9배 떨어진 곳에서 몇 달 동안 지구의 먼 동반자로 남을 예정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