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 웨이(NASA WAY)'. NASA가 일하는 방식을 말한다. 그냥 한 기관의 독특한 작업방식을 뜻할 때 쓰는 방법이 아니라, 한 시대를 리드하면서 그동안 진행되어온 일반적 관행을 뒤흔드는 방향으로 일할 때 쓰는 말이다.
'NASA 웨이'라는 말이 가능할만큼 미국 항공우주국 NASA는 특별한 기관이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 허블 우주망원경 발사, 화성 탐사 미션, 국제 우주정거장 발족, 심우주 탐사를 위한 아르테미스 협정 등등…. 인류에게 우주 시대를 열어준 '지상 최고의 조직' NASA를 수식하는 화려한 표현은 많지만, 그들이 이룬 업적 이면에 숨은 이야기는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다. NASA는 어떻게 불가능해 보였던 ‘우주탐사’ 목표를 달성하고 지금의 위상을 누릴 수 있었을까?
그 비밀을 밝혀주는 책이 번역출간됐다. 두명의 캐나다인 저자가 쓴 <나사는 어떻게 일하는가(Leadership Moments from NASA)>(강주현 옮김, 현대지성, 2024년 12월 발행)다. 우주비행사 출신이고, NASA의 유인 우주미션을 총괄하는 존슨 우주센터에서 근무했던 데이브 윌리엄스와 우주에 대해 취재하고 글을 써온 엘리자베스 하월이 저자다.
데이브 윌리엄스는 1998년과 2007년에 우주를 비행했다. 캐나다인으로서 드물게 우주 유영 기록이 있으며, 세계에 하나뿐인 해저연구소에서 생활했던 최초의 캐나다인이기도 하다. 휴스턴 우주센터 로터리클럽으로부터 국립 우주 업적상(Rotary National Award for Space Achievement)을 받고, NASA의 탁월한 리더십상(NASA Outstanding Leadership Medal), 특별 공로상(NASA Exceptional Service Award) 등을 받은 바 있다. 2008년에 우주비행사를 은퇴하고 2011년까지 여러 병원과 의료 기관에서 교수와 관리직을 겸임했다. 2011년부터 2017년까지 캐나다 온타리오주 뉴마켓에 위치한 사우스레이크 지역건강센터의 대표이자 CEO로 근무하며 4500명의 직원을 이끌었다. 지금은 항공우주 분야 컨설팅 업무를 하며 강연과 집필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
우주비행 경험과 NASA 근무 경력, CEO로서 실제 경영 이력 등을 어우러져, 모험적 우주탐사의 순간에 필요했던 리더십이 현대 기업 경영에서도 필요함을 역설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저자, 데이브 윌스엄스인 셈이다.
대부분의 조직이 변화와 실패를 꺼리지만, NASA는 언제나 위험 부담이 큰 환경에서 최소한 살아남기 위해서라도 어쩔 수 없이 변화해야만 했다. 처음에 실패했다고 해서 결코 좌절하거나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과거의 경험을 발판 삼아 잘못한 것은 빠르게 바꾸고, 계속 변화와 혁신을 거듭해 끝끝내 성공했다. 그 모든 7전8기의 스토리가 담긴 것이 이 책이다.
전직 NASA 우주비행사인 짐 웨더비는 이 책과 저자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 책의 저자는 잘못된 결정이나 비효율적인 방식이 자칫하면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환경에서 성공적인 리더십을 보여준 뛰어난 리더다. 어떤 분야에 속하든 그에게 배울 점이 있다. 인간을 우주에 보낸 공적은 시스템이 아니라 위대한 리더들과, 시스템을 현명하게 활용한 리더 주변의 인재들에게 있다. 이 책을 통해 당신도 위대한 조직을 만들 수 있다!"
<나사는 어떻게 일하는가>는 영어원제 'Leadership Moments from NASA'에서 알 수 있듯 리더십에 대한 이야기다. 우리가 달에 도전한 아폴로 프로젝트를 말할 때, 미국과 소련의 냉전체제에서 NASA의 활약을 이야기할 때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에피소드가 있다. 바로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1962년 '10년내 달 착륙 선언' 연설이다. 위대한 리더십이 위대한 현실을 만들어낸 최고의 예다. 이 책도 그 대목을 다룬다.
"당시 케네디는 이 일이 “쉬워서가 아니라 어렵기 때문에” 인간을 달에 보내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리더십과 팀워크, 위험 관리와 관련된 역사적으로 가장 경이로운 이야기가 이 선언으로 시작되었다. 불가능한 목표를 이루어내려면 끝없는 용기와 헌신이 필요하다. 현재의 우주탐사 역량으로도 불가능해 보이는 그 위업을 나사가 어떻게 달성할 수 있었는지, 케네디의 목표를 10년이라는 한정된 시간 안에 어떻게 성공적으로 이루어낼 수 있었는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많다."(p.13)
몽상과도 같아 보이는 리더십은 위기의 순간을 극적으로 극복하는 모든 사람들의 의지에 불을 당긴다. 그래서 불가능할 것 같은 도전이 한단계씩 이뤄지게 되고, 그런 순간들이 쌓여 성과를 만들게 된다.
"나사의 역사에는 리더십 모멘트(leadership moment), 즉 위기 상황에서 리더십이 빛을 발한 순간이 많았다. 그런 순간은 어김없이 우리에게도 적용될 수 있는 교훈을 남겼다. 크고 작은 조직에서 리더로 성장하며 팀원들과 함께 일할 때 마주하는 많은 문젯거리를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고 싶은가? 최고의 성과를 내는 팀에서 일하는 방법을 알고 싶은가? 나사가 과거에 우주에서 배운 교훈은 오늘날 지상에서도 유효하게 적용된다."(p.20)
뉴스페이스 시대는 국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바뀌었다는 뜻도 있지만, 실제적으로는 우주에서 배운 것이 지상에 유용하게 사용되는 단계를 뜻하기도 한다. 누구도 상상하기 어려운 혹독한 환경인 우주를 대상으로 수많은 도전과 실패의 역사를 통해 성과를 만들어온 NASA의 리더십을 우리가 현실경영에서, 사회현실에서 적용할 수 있다면, 암담해 보이는 우리 미래를 열어가는데 큰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NASA가 일해온 방식 'NASA 웨이'의 리더십이 지금 이 순간, 바로 우리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