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한 '아인슈타인 고리'!
6억광년 밖 은하 '우주반지' 발견

ESA,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으로 '중력 렌즈' 현상 관측

ESA가 설명하고 있는 '아인슈타인 고리'의 개념과 관측 방식. / ESA

 

#1. 인류 역사상 최고의 천재 중 한명으로 꼽히는 아인슈타인은 일반상대성이론을 1915년에 내놓았다. 특수상대성이론에서 출발한 이 이론은 고전역학인 만유인력을 대체했고, 현대물리학에서 거대한 중력, 천체, 우주관측에서 하나의 열쇠를 제공했다.

 

#2. 은하처럼 질량이 매우 큰 물체는 시공간을 왜곡시켜 주변 빛을 휘어 모으는 '중력 렌즈(gravitation lens)' 현상을 일으킬 수 있다. 중력 렌즈 현상으로 인해 너무 멀리 있거나 다른 물체 뒤에 가려진 천체의 빛이 휘어져 우주망원경을 통하면 휘어진 빛을 관측할 수 있게 된다. 

 

#3. 앞과 뒤에 거대한 은하가 연이어 있을 경우, 뒤의 은하에서 방출되는 빛들이 앞의 은하 중력에 의해 왜곡되면서 앞의 은하 주변에 원형으로 보일 수 있다. 이런 현상을 '아인슈타인 고리(Einstein Ring)'라고 부른다. 중력 렌즈 현상이 극단적으로 나타나면 완벽한 원형 반지가 생기는 것이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NGC 6505 은하 주변을 관측하다가 완벽한 형태의 '아인슈타인 고리'를 발견했다. / ESA, NASA

 

실제로, 위와 같은 현상이 발견됐다.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이 최초로 '아인슈타인 고리'를 발견했다. 우주과학자들이 일제히 환호할만한 사건이다. 물리학 이론이 실제 관측을 통해 입증된 순간. 이번 발견은 또한 6억 광년 가까이 떨어진 은하 중심부의 암흑물질을 '무게'로 측정할 수 있게 해주는 사건이라는 평가다.  

 

유럽우주국 ESA는 유클리드로 NGC 6505 은하 주변에서 중력 렌즈 현상인 아인슈타인 고리를 관측하는 데 성공하고 연구결과를 현지시간 10일 국제학술지 '천문학과 천체물리학(Astronomy & Astrophysics)'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으로 지구에서 5억9000만 광년 떨어진 NGC 6505 은하 주변에서 중력 렌즈 현상의 일종인 아인슈타인 고리를 포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아인슈타인 고리는 멀리 있는 은하, 중력 렌즈를 일으키는 은하, 망원경(관찰자)의 위치가 정확히 정렬될 때 형성되는 빛의 고리를 말한다.


이 은하의 뒤에 있는, 고리를 형성한 빛을 방출한 은하는 44억2000만 광년 떨어져 있는 것으로 계산됐다. 그러니까, 이 반지의 빛이 출발할 때, 우리 태양계는 2억살 정도되었을 때다. 이 은하는 이전에 관측된 바 없어 아직 이름도 없다. 현재까지 관측된 중력 렌즈 현상은 1000개 미만으로 이중 약 10분의 1이 이번처럼 깔끔한 아인슈타인 고리를 형성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연구팀은 발견자인 천문학자 브루노 알티에리의 이름을 따서 '알티에리의 렌즈(Altieri's lens)'라는 별명을 붙였다. 

 

NGC 6505 은하는 1884년 처음 발견됐지만 그동안 아인슈타인 고리는 관측된 바 없었다. 연구팀은 "유클리드 우주망원경의 고해상도 장비 덕분에 이번 아인슈타인 고리를 발견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2023년 7월 1일 발사된 유클리드는 태양과 지구의 제2 라그랑주점에서 우주와 천체를 관측하고 있다. 라그랑주점은 두 천체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는 지점으로 우주망원경의 위치를 안정적으로 고정하기 용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