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칼럼: 우주라는 테마파크]
우주? 광고가 빠질 순 없지!(1)

"우주에 대해서 잘 모릅니다. 실은 과학에 대한 상식도 부족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칼럼을 시작한 이유는, '사람들에게 우주는 무엇일까'라는 순전히 개인적인 호기심 때문입니다. '우주라는 테마파크'는 과학적인 설명을 하지 않습니다(아니, 못합니다.). 다만, 사람들이 우주를 통해 느끼는 테마파크처럼 다양한 즐거움에 대해 생각해 보고자 합니다." (김정우 교수의 글이다. 이 글은 코스모스 타임즈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다. 편집자)


▶시대의 언어, 소비자를 광고로 끌어들이는 통로

광고회사에서 근무할 때, 저는 카피라이터로 일을 했습니다. 그러니까 광고의 아이디어를 글로 쓰는 일을 담당하고 있었죠. 그 당시 선배들이 제게 한 말 중에 인상적인 말이 하나 있었습니다. 카피를 쓰니까 당연히 언어를 사용하게 되는데, 선배들이 제게 가르쳐준 것은 ‘시대의 언어’를 사용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언어는 사회적 약속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객관성이 강합니다. 당연히 언어를 사용한 표현 역시 객관적일 가능성이 높지요. 그런데 선배들이 제게 얘기한 ‘시대의 언어’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표현을 사용하라는 의미였습니다. 그 시대의 사람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일, 그 시대의 사람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말 등을 적절히 사용하면 소비자들을 광고로 끌어들일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것을 알기 위해 늘 예민한 안테나를 작동시켜야 했고, 그 안테나에 포착된 ‘시대의 언어’들은 광고로 소비자들을 끌어들이는 통로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한 ‘시대의 언어’ 중 하나가 우주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광고에서 우주가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광고를 보시고 유튜브에서 영상을 직접 찾아보시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1970년대, 한국 광고에 등장한 우주

1957년, 옛 소련(소비에트연방)은 카자흐스탄의 한 사막에서 인류 최초의 인공위성 발사에 성공합니다. 그 인공위성이 스푸트니크 1호입니다. 과학기술에서 소련을 압도하고 있다고 자부하던 미국은 충격에 빠졌고, 그 충격을 스푸트니크 쇼크(Sputnik Shock)라고 부릅니다. 그 후, 미국은 우주 개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만, 오히려 소련이 1961년 세계 최초의 우주인인 유리 가가린(Yurii Gagarin)이 탑승한 보스토크(Vostok) 1호의 발사를 성공시킵니다. 스푸트니크 쇼크로 절치부심하고 달려든 미국에게 다시 한 방을 먹인 셈이지요. 결국 미국은 1969년 아폴로(Apollo) 11호를 통해 닐 암스트롱(Neil Armstrong)을 달에 착륙시킴으로써 달 착륙에서는 옛 소련을 앞서가게 됩니다.

 

이렇게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졌기 때문에 두 나라의 활동이 세계적인 뉴스가 된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그러니 광고에서 이런 소재를 놓칠 리가 없습니다.

 

금성사 샛별 텔레비전(1970년대)

 

1970년대에 나온 금성사(현 LG전자)의 ‘샛별 텔레비전’ 광고입니다. 흑백화면이고, 기술적으로 발달하지 못한 시대였기 때문에 영상이 다소 허술하기는 하나, 그래도 우주에서 비행체가 도킹하는 장면, 행성과 행성 사이를 TV의 브라운관이 유영하는 장면, 마지막에 우주비행사와 우주선을 삽입한 장면을 통해 우주라는 소재를 처음부터 끝까지 사용하고 있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지이지만, 텔레비전은 첨단 제품 중의 하나입니다. 그래서 당시의 최첨단 과학 기술이 적용된 우주를 소재로 사용함으로써 자사 기술의 우월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우주라는 공간에 대한 기대감을 활용하다

 

SK텔레콤 T-우주(2021)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로켓이 등장합니다. 로켓의 몸체에는 SK텔레콤이 새롭게 출시하는 요금제인 ‘T-우주’가 명시되어 있습니다. 우주비행사는 지상의 본부와 끊임없이 정보를 주고 받습니다. 그 정보의 내용은 로켓의 착륙과 관련된 것들이 아니라, ‘T-우주’에 가입하게 되면 고객들이 누릴 수 있는 서비스들을 설명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에 명확히 확인한 우주비행사는 결국 로켓을 지구에 착륙시킵니다.

 

이 광고에서는 두 가지 측면에서 우주가 사용되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기대감입니다.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로켓이 등장함으로써 우주로부터 뭔가 획기적인 것이 온다는 기대감을 줍니다. 아직도 우리 인간들은 우주에 대해 아는 것이 극히 적기 때문에, 우주에서 온다는 것은 기대감의 대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심지어 우주비행사는 SK텔레콤의 전속 모델이자, 전직 피겨스케이팅 선수인 김연아입니다.) 두번째로 인지부조화를 일으킵니다. 인지부조화란 광고에서 사람들이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른 정보를 고의로 전달하는 것입니다. 당연히 소비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과 부조화를 일으키게 되고, 그 부조화로부터 안정을 찾기 위해 광고에 주목하게 됩니다. 우주비행사가 지상의 관제소와 착륙과 관련된 정보를 주고받지 않고 ‘T-우주’ 서비스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습니다. 당연히 인지부조화가 일어나게 되고, 소비자는 거기에 주목하게 되는 것이지요.

 

우주라는 이미지가 갖고 있는 기대감, 그리고 우주비행사와 관제소와 주고받는 정보에 대한 인지부조화가 잘 연결되어 있습니다. 다소 과장스럽고, 어쩌면 그런 대화를 주고받는다는 것이 좀 어색하긴 하지만, 광고가 갖고 있는 역할만큼은 톡톡히 해내고 있습니다. 특히나 지구 궤도를 돌고 있는 로켓이나 착륙 장면이 실감나게 표현되어 있어, 시각적으로도 만족감을 주는 광고이군요.

 

SK하이닉스(2018)

 

두 번째로 볼 광고는 SK하이닉스의 광고입니다. 잘 아시듯이 삼성전자와 함께 우리나라 반도체 산업을 이끌어가고 있는 회사입니다. 이 광고는 반도체를 의인화하여 표현했다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생산된 반도체들이 긴장된 마음으로 도열해 있습니다. 이제 어떤 제품으로 들어가게 될지가 정해지는 순간입니다. 누구는 스마트폰, 누구는 인공지능, 누구는 PC방으로 가게 됩니다. 드디어 주인공 차례가 옵니다. 그에게는 “우주로 가라!”는 명령이 떨어집니다. 그리고 그에게 가장 큰 환호와 박수가 쏟아집니다. 마지막으로 우주 장면들이 이어지며 광고가 끝납니다.

 

“우주로 가라!”라는 명령에 가장 큰 환호와 박수가 쏟아진다는 것은 다른 곳에 비해 가장 우수한 반도체만이 갈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그리고 소비자들의 인식 속에 최첨단 기술의 집약체인 우주산업에 대한 기대감을 자극하여 SK하이닉스의 반도체 기술이 앞서 있다는 말해주기 위한 광고적인 장치입니다.

 

▶짧은 한 컷에 담긴 우주의 매력

광고에서 한 장면 정도만 우주를 활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기업이 얘기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장 극적으로 표현하겠다는 의도가 담겨 있는 것이죠.

 

CJ대한통운 ONE(2025)와 IM금융그룹(2025)

 

CJ대한통운 광고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매일매일 어디에나 배달이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네!”라고 읽는 브랜드 ONE가 인쇄된 상자가 배달된 장면이 여러 개가 연속으로 나옵니다. 그 중의 하나가 그림에서 보이는 것처럼 어느 행성에 배달된 상자의 모습입니다. 물론, 과장된 표현입니다. 그러나 그만큼 배달에 진심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죠.

 

IM금융그룹의 광고에서 전하고 싶은 메시지는 광고 초반에 등장하는 “Imagine More”라는 슬로건 안에 담겨 있듯이,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들의 상상이 현실화가 되면 언젠가는 그림 속에 나와 있는 것처럼 “다른 행성에 지점을 열고”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지요.

 

우주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을 활용해서, 우주라는 이미지를 적절히 사용함으로써 소비자들을 끌어 들이려고 노력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광고 속의 우주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집니다.

https://www.cosmostimes.net/news/article.html?no=25491


김정우 교수

고려대학교에서 국문학을 전공하고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와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를 거쳐오면서 다양한 기업의 수많은 카피를 만드는 등 사회적 커뮤니케이션에 깊이 관여해온 김정우 교수는 '스스로 호기심이 많은 사람이 되고 싶은 사람'이라고 자신을 정의한다. 고려대학교 세종캠퍼스 문화창의학부 문화콘텐츠전공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김 교수는 <광고언어연구> <광고언어론> <광고, 소비자와 통하였는가?> <문화콘텐츠 제작> <미디어 글쓰기> <문화콘텐츠와 경험의 교환> 등 많은 저서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