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물이 흐른 흔적?
바람과 먼지의 작품이더라!

미국-스위스 연구팀, NASA 자료사진 AI로 분석 발표

유럽우주국 ESA의 추적 가스 궤도선(ExoMars Trace Gas Orbiter)이 포착한 화성 표면의 줄무늬. / NASA, space.com

 

지구를 떠난 인류가 머물 다음 행성 후보지인 화성. 그곳에서 물을 발견하고 기지를 구축할 안정된 지역을 찾는 것은 현재도 활발히 진행되는 연구과제다. 붉고 삭막한 행성으로 알려진 화성에 물이 흐른 흔적으로 알려진 유명한 사진이 있다. 그런데, 최근 그 흔적이 물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라 바람과 먼지의 작품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과 스위스의 국제 연구팀에 따르면, 화성의 절벽에 보이던 검은 줄무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물이 아닌 바람과 먼지가 남긴 흔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화성에 지금도 물이 흐를 수 있다는 생각에는 일단 제동이 걸린 셈이다. 

 

미국 브라운대와 스위스 베른대 공동 연구팀은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대규모 분석을 통해 화성 경사면에 생긴 줄무늬들이 물보다는 바람과 먼지에 의해 만들어졌음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연구 결과는 이날 국제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게재됐고, 스페이스닷컴을 비롯한 국내외 언론에 보도됐다.

 

이 화성 표면의 줄무늬는 1970년대 미 항공우주국 NASA의 바이킹 탐사선이 처음 포착했다. 줄무늬는 주변보다 어두운 색을 띠며 절벽이나 분화구의 경사면을 따라 수백m 이상 뻗어 있었다. 어떤 줄무늬는 수년에서 수십 년 동안 지속되지만, 어떤 것은 더 빠르게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한다. 특히 따뜻한 시기에 반복적으로 생기는 줄무늬는 ‘RSL(Recurring Slope Lineae, 반복경사선)’로 불렸다.

 

과학자들은 줄무늬의 정체를 두고 논란을 이어왔다. 땅속에 염분이 섞인 얼음이 계절에 따라 녹아 흐르며 생긴 자국이라는 주장이 나오자, 화성에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반면 낙석이나 돌풍과 같은 건조한 현상이 만든 결과라는 반론도 있었다.

 

연구팀은 머신러닝(기계학습)을 이용해 위성사진 8만6000장을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50만 개가 넘는 줄무늬 데이터를 지도화했다. AI의 학습 이후 바람이나 온도, 습도, 낙석 가능성과 같은 다양한 조건과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줄무늬는 물과 관련이 있는 온도나 습도, 지형 방향 같은 조건보다는 바람이 강하고 먼지가 자주 쌓이는 지역에서 많이 나타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연구팀은 “화성 표면에서 물의 흔적을 찾는 것이 주요 연구 목표였지만, 이를 뒷받침할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AI가 분석한 결과는 줄무늬의 형성이 건식 과정 때문이라는 가설을 더 지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줄무늬는 최근 운석 충돌이 있었거나 낙석 또는 먼지 회오리바람이 활발한 곳에서 자주 나타났다. “미세 먼지층이 가파른 경사면에서 갑자기 미끄러져 내려올 때 이러한 줄무늬가 형성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 연구팀은 “경사면 줄무늬는 최근 충돌구 근처에서 더 흔하게 나타났는데, 이는 충격파가 지표 먼지를 흔들어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 결과는 화성에 우주선을 직접 보내기 전에 AI를 통해 그곳을 토양과 조건을 미리 확인함으로써 향후 화성 탐사 전략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만약 줄무늬가 있는 지역이 물과 무관하다면, 생명체 오염 우려가 낮은 만큼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화성에 생명체가 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구역은 탐사에 제한이 있었다. 탐사 장비에 묻어간 지구 미생물이 화성 생명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