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A, 일식을 만들었다
첫 '인공일식-코로나촬영' 성공

2개의 인공위성 '프로바-3'... 한대로 태양 가리고, 한대로 촬영!

ESA의 인공위성이 태양을 가리는 비행을 통해 '인공일식'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태양의 코로나를 촬영할 수 있었다. / ESA

 

태양이 달의 그림자에 가리는 개기일식. 이때가 되면 코로나를 비롯한 태양 주변의 현상들을 관측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기 때문에 태양 연구의 중요한 기회가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일식이 흔하지 않다는 것. 그래서, 인공적으로 일식을 일으키는 연구가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유럽우주국(ESA)이 ‘인공 일식’을 통해 태양의 외곽 대기인 코로나를 촬영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지구에서 보기 힘든 개기일식을 더 이상 기다릴 필요 없이, 우주에서 정밀하게 조작된 위성 시스템을 통해 반복적으로 관측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한다.

 

ESA는 2024년 12월 5일, 인도 사티시 다완 우주센터에서 PSLV-XL 로켓을 통해 '프로바-3(Proba-3)' 위성 두 대를 발사했다. 이들 위성은 세계 최초로 ‘정밀 편대 비행(precision formation flying)’을 수행하며, 서로 약 150m 거리를 유지한 채 태양을 향해 정렬되어 운용된다.

 

이 중 한 대는 인공적으로 태양을 가리는 역할을 하고, 다른 한 대는 그 그림자 속에서 태양 코로나를 고해상도로 촬영하는 망원경을 탑재하고 있다. 마치 하나의 위성이 달처럼 태양을 가려줌으로써, 인공 개기일식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ESA는 이를 ‘우주 일식 기계(eclipse machine)’라고 표현했다. 5월 23일 촬영된 이미지를 ESA는 현지시간 6월 16일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했다. 

 

현재 지구에서는 전 세계 어딘가에서 개기일식이 약 16개월에 한 번꼴로 발생한다. 그러나 특정 지역에서는 평균적으로 '366년에 단 한번' 일어나는 매우 드문 자연현상이다. 이로 인해 코로나 관측은 오랫동안 희귀하고 어려운 과제로 여겨져 왔다.

 

그러나 프로바-3의 등장으로 이러한 제약이 사라졌다. 태양 활동과 코로나를 안정적으로, 반복적으로, 고해상도로 관측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는 태양풍, 우주 기상, 인공위성 전파 장애, 지구 자기장 변화 등 인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여러 현상을 연구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SA 측은 “더 이상 운이나 지리적 위치에 의존하지 않고, 정밀하게 설계된 인공 일식을 통해 태양의 신비를 상시적으로 관찰할 수 있게 됐다”며 “태양 물리학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