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반구 하늘의 찬란한 은하들!
베라루빈, 첫 관측영상 공개

사진1. 베라루빈천문대가 찍은 처녀자리 은하단의 일부 사진. / RubinOb, space.com, 천문연

 

거대한 천체 망원경으로 지구 남반구의 하늘 전체를 찍는 작업이 시작됐다. 그리고 그 첫 결과물들이 공개됐다. 찬란히 빛나는 은하들과 그 은하들의 합병 모습, 하늘 전체를 꽉 채우고 있는 것만 같이 수많은 별들의 모습이다.

 

남아메리카 칠레에 설치된 대형 망원경인 시모니 서베이 망원경을 이용해 미국 베라루빈 천문대가 촬영한 사진 4건이 미국시간 23일 낮, 한국시간 24일 새벽에 공개됐다. 이 사업의 공식 파트너로 참여한 한국천문연구원에서도 이 사진들을 함께 공개했다. 

 

한국천문연구원(이하 천문연, 원장 박장현)은 세계 최대 남반구 전천 탐사 관측 사업인 LSST(Legacy Survey of Space and Time, 차세대 시공간 탐사 관측)을 수행하게 될 베라 C. 루빈천문대(NSF-DOE Vera C. Rubin Observatory)가 첫 영상을 공개했다고 밝혔다.

 

LSST는 칠레에 위치한 구경 8.4미터의 탐사 전용 대형망원경인 시모니 서베이 망원경(Simonyi Survey Telescope)을 이용해 남반구 전체 밤하늘을 관측하는 사업이다. 루빈천문대의 시모니 서베이 망원경은 2015년부터 건설을 시작했으며 지난 3월 LSST 카메라까지 설치해 이번 첫번째 관측 영상을 공개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디지털 카메라로 기네스 세계기록에 오른 LSST 카메라는 3.2기가 픽셀로, 보름달 45개가 들어갈 만큼 넓은 하늘 영역을 한번에 관측할 수 있다. LSST는 올해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남반구 하늘 전체를 6개의 광학 필터로 3~4일마다 한 번씩 스캔하면서 10년 동안 관측할 계획이다. 관측한 대용량 자료는 실시간으로 처리돼 천문학자들은 천체의 밝기와 위치 변화 등 우주의 변화를 빠르게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어두운 천체를 포함한 고해상도 우주 지도를 확보하고, 10년에 걸친 우주의 시계열 변화를 확인할 수 있게 된다. 

 

이번에 공개된 영상은 모두 4개이며, [사진1]은 우리은하에서 가장 가까운 처녀자리 은하단의 일부를 보여준다. 오른쪽 아래의 두 개의 나선은하가 선명하게 보이고 오른쪽 위에는 병합 중인 세 개의 은하가 한 영상에 보인다. 배경에 처녀자리 은하단보다 더 먼 거리에 있는 은하 그룹도 여러 개 보이며, 우리은하의 별들도 보인다. 

 

영상2. 베라루빈천문대가 새로운 소행성 2104개를 발견했다. / RubinOb, space.com

 

[영상2]는 새로운 소행성 발견 동영상이다. 베라루빈천문대는 약 10시간의 관측자료에서 2104개의 새로운 태양계 소행성을 발견했고 이 중 7개는 위험하지 않은 지구 근접 천체인 것으로 밝혀졌다. 지상과 우주의 모든 관측시설을 통하여 매년 약 2만개의 소행성이 발견되는 상황에서 베라루빈천문대는 LSST 탐사 관측 시작 후 2년 안에 수백 만개의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소행성을 발견할 것으로 기대한다.

 

영상3. 별의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들을 관측한 베라루빈천문대의 동영상 중 한 장면. / RubinOb, space.com

 

[영상3]은 별의 밝기가 변하는 변광성 관측 영상이다. 베라루빈천문대의 가장 뛰어난 특성 중 하나는 대형망원경을 이용한 반복적인 관측으로 모든 천체의 밝기 변화를 포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영상에서는 시험 관측에서 발견된 46개의 맥동 변광성(RR Lyrae) 중 3개의 밝기 변화를 예시로 보여준다. 루빈천문대는 변광성뿐만 아니라 초신성, 활동성 은하핵, 소행성과 같이 시간에 따라 밝기가 변하는 모든 천체들의 위치와 특성에 대하여 거의 실시간으로 연구자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사진4. 678장의 사진을 합성해 만든 석호성운과 삼엽성운. / RubinOb, space.com, 천문연

 

[사진4]는 석호성운(Lagoon Nebula)과 삼엽성운(Trifid Nebula)을 보여준다. 베라루빈천문대가 찍은 678장의 이미지를 합쳐서 제작됐으며, 지구로부터 수천 광년 떨어진 성운의 기체와 먼지구름을 자세히 살펴볼 수 있다.

 

한국측 연구책임자인 천문연 신윤경 책임연구원은 “순간 포착하는 데 그치는 단기적인 관측이 아니라 10여 년에 걸쳐 우주에 일어나는 변화를 관측하기에 우주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타임랩스 영화처럼 볼 수 있게 될 것”이라며 “인류는 역동적으로 변하는 우주의 모습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그 기원을 조사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천문연은 LSST 자료접근권을 확보한 국내 유일한 기관으로서 국내 연구자들에게 LSST 자료를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게 된다. 천문연은 지난 2011년에 미국으로부터 프로젝트 참여를 요청받은 이후 논의를 진행해왔고, 지난해 11월 미국 국립과학재단(NSF) 및 에너지부(DOE)와 천문연의 현물기여(In-kind Contribution)를 통한 자료접근권 확보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관측 전문 인력 제공 및 공동 인력 양성, 신속한 후속 관측을 위한 천문연 관측시설인 외계행성탐색시스템(KMTNet) 활용과 LSST 자료 배포 및 분석을 위한 지역거점 데이터센터도 운영한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의 디렉터인 브라이언 스톤(Brian Stone)은 “루빈천문대는 현재까지 인류가 구한 우주에 대한 모든 광학 관측자료의 총량보다 더 많은 정보를 수집할 것이며, 혁신적인 기술로 무장한 망원경을 이용해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를 비롯한 우주의 다양한 비밀을 탐구할 예정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