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럼버스 살린 그 개기월식!
북미 열광... 달에선 '일식' 찍고...

521년전 북미대륙 월식과 거의 같은 월식 14일밤 발생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 지구에 가려지는 태양 촬영시도

개기월식. 달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면서 어둠 속으로 사라지는 현상이다. 달-지구-태양, 이런 순서의 천체 배열이 낳는 멋진 현상이다. 이같은 천문현상은 지상의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과학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던 오래전에는 물론이고, 500여년전 어느 정도 하늘을 이해할 때도 어떤 사람들에겐 무서운 일이었고, 달에 우주선이 가는 요즘 세상에서도 신기한 볼거리가 된다. 

 

3월 14일 밤, 보름달이 뜬다. 지금 달과 지구, 태양의 순서가 거의 직선에 이르러 있고, 14일 밤의 보름달에는 지구상의 지역에 따라 개기월식이 나타난다. 그런데 이번엔 더 큰 이벤트가 있는 것이, 달에 착륙해 있는 '블루 고스트' 착륙선의 시선에서는 태양이 지구의 그림자에 가려지는 '일식'이 발생하고 그 장면을 직접 촬영하는 초유의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521년전, 아메리카 대륙에 올라선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원주민들에게 보여줬다는 그 개기월식과 거의 같은 현상이 벌어지는 이 밤의 개기월식에 대해 알아본다. 

 

3월 13일 밤, 서울의 동남쪽 하늘에 떠있는 보름달. 한국에서는 이번 '개기월식'을 목격할 수 없다. / cosmos times 

 

▶한국에서는 못보는 오늘밤 개기월식

한국시간 14일 저녁에 뜨는 보름달은 밝고 환한 달이지만, 늘 보던 보름달과 크게 다르지 않다. 그렇지만, 북미대륙과 유럽, 아프리카 등지에서는 아주 특별한 달이 된다. 이 정도 규모의 월식은 2022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NASA가 발표한 바에 다르면, 미국 동부표준시 새벽 2시 29분에 월식이 시작되어 66분 동안 지속된다. 기상 조건이 허락하는 미국 거의 전지역과 남미, 태평양 일부 등 서반구에서 관찰되는 현상이다. 이 시간에 아시아 지역에서는 아직 달이 지평선 아래에 있기 때문에 관측하기 어렵다. 


이번 개기월식 현상의 보름달은 미국 등 북미대륙에서는 '블러드 문(Blood Moon)'이면서 '웜 문(Worm Moon)'이라고 불린다. 달이 붉게 보이는 '블러드 문'은 개기월식 때 동반되는 현상으로, 지구 대기를 통과한 햇빛이 달에 굴절되어 나타나는 현상이다. NASA는 이를 두고 지구 대기의 두꺼운 단면이 햇빛을 걸러낸 결과라고 설명한다. 먼지나 구름이 많을수록 달은 더 붉게 보인다.

'웜 문'이라는 이름은 봄이 다가오며 지렁이가 나타나는 시절의 보름달이라는 데서 유래한 이름이다. 3월 보름달에는 독수리 달, 거위 달, 까마귀 돌아오는 달, 설탕 달, 바람 강한 달 같은 수많은 애칭이 붙어있다.

이번 개기월식이 서반구에서 관측된다고 해서 지구 동반구가 개기월식을 전혀 볼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동반구에서 가장 최근의 개기월식은 2018년 7월 27일이었다. 당시 약 103분 동안 이어진 월식은 21세기 들어 가장 긴 개기 월식으로 기록됐다. 올해 9월 8일로 예정된 다음 개기월식은 한국에서는 새벽 시간으로 2022년 11월 8일 이후 3년 만이다. 서울 기준 오전 2시 30분 24초에 시작해 3시 53분 12초에 끝난다. 이 월식은 아시아, 러시아, 호주, 인도양에서도 볼 수 있다.

 

미국 동부표준시를 기준으로 해서 미국에서 목격될 개기월식의 시간 흐름도. / NASA, cosmos times

 

▶콜럼버스를 살린, 개기월식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500여년 전 '대항해 시대'를 모험적으로 살아간 그 탐험가는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다. 1492년 북미대륙을 발견한 이후, 세차례 더 대서양을 횡단해 아메리카로 갔다. 1503년 6월 중앙아메리카의 자메이카 해안에 좌초된 콜럼버스 일행은 원주민들의 도움으로 간신히 생명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원주민들의 호의도 끝나갈 무렵, 위기에 몰린 콜럼버스는 곧 다가올 개기월식을 이용해 원주민들을 위협한다. 

 

개기월식 시기를 알고 있던 콜럼버스는 자신의 일행을 돕지 않으면 신의 분노를 사서, 달이 붉어지고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원주민들을 위협하고, 실제로 개기월식 진행되자 원주민들은 두려움에 떨며 식량을 가져와 신의 용서를 구해달라고 했다고 한다. 

 

1504년 2월 29일의 일이다. 

 

그로부터 521년이 지난 2025년 3월 14일, 그와 거의 같은 개기월식이 일어난다. '사로스(Saros) 주기'라고 불리는 지구와 달의 공전궤도가 만들어낸 천문현상 때문이다. 달 지구 태양의 위치가 월식 때마다 똑 같은 것이 아니라, 18년 11일 8시간마다 거의 같은 위치에 오게 된다. 그중에서도 521년마다 한번씩은 '하이퍼사로스(Hyper Saros) 주기'라고 해서 거의 똑같은 위치가 된다. 

 

하이퍼사로스 주기에 따른 다음번 '콜럼버스 개기월식'은 2546년 3월 18일이다. 

 

달에 착륙해 있는 '블루 고스트'의 관점에서는 월식이 아니라 '일식'이다. 이 우주선은 '일식'을 촬영하게 된다. / Firefly Aerospace

 

▶달에 가 있는 블루 고스트에겐 '일식'

달-지구-태양의 순서로 배치된 천체 위치를 지구에서 달을 보면, '월식'이 되지만, 달에서 지구 쪽으로 보면 '일식'이 된다. 지구의 모습이 태양빛을 가리는 것이다. 그동안 달에서 일식을 목격하고 촬영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지금 이 시간에는 달에 가 이 역사적 장관을 찍기 위해 대기하고 있는 우주선이 있다. 

 

미국의 우주기업 파이어플라이 에어로스페이스(Firefly Aerospace)의 달 착륙선 '블루 고스트(Blue Ghost)'가 지난 3월 3일 달에 착륙했다. 모든 과정이 목표했던 대로 정확하게 진행되어 민간 달 착륙의 신기원을 연 그 시도가 또다른 역사적 순간을 기다리고 있다. 그동안 몇차례 기업의 달 착륙선 도전이 있었고, 실제로 '오디세우스'라는 이름의 달 착륙선이 먼저 착륙하기도 했지만, 넘어져 착륙해 불완전하다는 평가를 받은 것을 감안하면, 블루 고스트는 사실상 첫 민간기업 달 착륙의 위업을 이룬 셈이다. 

 

그 블루 고스트는 달의 밤이 오기 전까지 살아 활동하면서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게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바로 이 '달에서 본 일식' 장면 촬영이다. 14일 지구가 달 지평선에서 태양을 가릴 때 일어나는 개기일식 과정을 고화질 영상으로 촬영하고, 16일 일어나는 달의 일몰도 기록한다. 달의 공전-자전 주기는 28일로 같은데, 이로 인해 14일의 낮과 14일의 밤이 반복된다.  

 

이처럼, 미국을 중심으로 천체관측자들이 열광하고 있는 14일 밤의 '개기월식 우주쇼'는 아주 다양한 의미를 지닌 이벤트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개기월식과 함께 온 '우주쇼' 

https://www.cosmostimes.net/news/article.html?no=252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