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스타십 발사는 전세계 우주항공 산업계의 최대 이벤트였다. 이 탓에, 평소 말을 아끼지 않던 일론 머스크도 지나친 기대감을 낮추려고 애썼다. 그는 16일 트위터에 “로켓이 발사대에서 멀리 날아간 뒤에 무슨 문제가 발생한다면, 나는 그 정도라도 성공으로 간주하겠다”며 “제발 발사대에서 폭발하지만 않았으면”이라고 썼다. 머스크는 3월7일 모건스탠리 컨퍼런스에서도 “스타십이 궤도에 오를 확률은 ‘희망적으로’ 50%”라며 “성공한다고 말할 수는 없어도 흥분은 보장한다. 결코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당시 그는 “스페이스X가 현재 제조 중인 여러 대의 스타십 로켓 중 하나가 올해 궤도에 오를 전망은 80%쯤 된다”고 덧붙였다. 지상 최대의 발사체인 스타십의 궤도 비행 실패는 아쉬움을 주는 것이 사실이다. 또 스타십이 궁극적으로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는, 기업으로서 스페이스X의 미래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이는 20일의 첫 비행 테스트 결과에 달려 있지 않다. 스페이스는 실제로 성공만큼이나 ‘거듭된 실패의 극복’을 통해서 전세계 우주산업계에 영감을 줬다. 스페이스X는 처음 개발한 1단 로켓 팰컨1부터, 현재 이 회사의 대표적인 로켓이 될 팰컨9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실패를 겪었지만, 매번 교훈을 얻었다. 그 결과 머스크의 개인 기업인 스페이스X는 투자가들 간에 최소 1370억 달러(약180조 원ㆍ지난 1월말 기준)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게 됐다. 작년에 ‘100% 발사 성공ㆍ부스터 회수’ 대기록 세우기까지… 2002년 설립된 스페이스X는 최초 개발한 팰컨1 로켓부터 실패를 되풀이했다. 스페이스X는 2006년과 2007년 팰컨1을 발사했지만, 둘 다 실패했다. 한번 녹슨 나사가, 또 한번은 엔진이 너무 일찍 꺼진 것이 원인이었다. 스페이스X는 2008년 8월 세번째 팰컨1을 발사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초소형 위성들을 탑재했고, 우주장례 업체의 의뢰로 인기 TV 드라마였던 ‘스타트렉(Star Trek)’의 배우 제임스 “스카티” 두언의 유골함도 갖고 올라갔다. 그러나 공중 폭발했고, 탑재물은 모두 사라졌다. 이 실패로 스페이스X는 거의 문을 닫을 뻔했다. 머스크는 그의 페이팔(Paypal) 마피아 동료였던 억만장자 피터 틸(Thiel)의 투자로 간신히 회생했다. 2015년 머스크의 생일인 6월28일 쏴 올린 팰컨9 로켓은 NASA가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내는 화물을 탑재하고 이륙했지만, 발사 2분만에 폭발했다. 2016년 9월에는 발사 직전에 연료 주입 중이던 팰컨9이 폭발하기도 했다. 지금은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는 스페이스X의 부스터 로켓 착륙ㆍ회수도 큰 실패를 수 차례 겪었다. 스페이스X는 2013년 화물 드래건 캡슐을 ISS에 보낸 발사체 팰컨9의 부스터를 회수하려고 했지만, 부스터 로켓은 바다에 떨어져 파괴됐다. 2014년 4월엔 바지(barge)선에 착륙시키려던 부스터 로켓이 바지선 모서리와 부딪혀 파괴됐다. 이후에도 착륙 실패는 몇차례 더 있었다. 그러나 이런 실패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작년에 스페이스X는 61차례 팰컨9과 팰컨 헤비 로켓을 발사해 100% 성공을 거뒀다. 또 모든 부스터 로켓을 성공적으로 착륙시켜 회수하는 대기록도 세웠다. 팰컨9의 한 부스터 로켓은 지금까지 15번 착륙했다. 호퍼의 ‘깡충 뛰기’에서 시작한 스타십 개발 머스크는 2016년 9월에 화성으로 가는 우주선 스타십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고, 2018년부터 스타십 개발에 착수했다. 스페이스X 내부에선 팰컨 로켓보다 더 크다고 해, ‘BFR(빅 팰컨 로켓)’이라고 불렸다. 스페이스X는 이 과정에서 수많은 모델(prototype)을 만들면서 구조를 바꾸고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를 개선했다. 괄목할 만한 개선은 종종 폭발 사고 이후에 일어났다. 시작은 ‘작은 점프’였다. 스페이스X가 처음으로 만든 스타십 호퍼(Hopper)는 1개의 랩터 엔진을 달고 2019년 7월과 8월 지상 150m까지 올라갔다가 수직으로 착륙하는 데 성공했다. 그 다음은 지금과 같이 제대로 스타십의 모양을 갖춘 모델인 SN5였다. 역시 150m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SN은 시리얼 넘버(Serial Number)를 뜻하는 약자(略字)다. SN1~4 모델은 발사대에 세워지지도 못했다. SN6로도 150m까지 올라갔다가 내려왔다. 하지만, 이때까지는 ‘깡충 뛰기(hopping)’ 수준이었다. 2020년 8월의 SN8 모델부터는 본격적인 고고도(高高度) 시험이었다. SN8은 고도 10㎞까지 오른 뒤 엔진을 껐고, 기체를 기울여 수평으로(belly flopping) 자세를 잡았다. 마치 패러글라이더들이 몸을 활짝 펴듯이, 공기 저항을 높여 하강 속도를 줄이려는 기동(機動)이었다. 그리고 착륙 직전에 다시 수직으로 기체를 일으켜 연(軟)착륙을 시도했다. 그러나 결과는 경(硬)착륙이었고, 폭발했다. 2021년 2월2일의 SN9는 더 세게 착륙했고, 불길에 싸였다. 이어 3월4일 SN10은 무결점 착륙에 성공했지만, 수분 뒤에 폭발했다. 착륙 시에 받은 충격으로 연료가 새면서 또 폭발했다. 이어 SN11도 공중 폭발. 기념비적인 순간은 2021년 5월5일에 왔다. SN15 모델은 모든 기동을 수행하고 안전하게 착륙했다. SN8부터 저고도 수직 상승 및 착륙 시험을 한 지 다섯 번째만의 성공이었다. 이후 스페이스X는 스타십 우주선과 부스터 로켓이 하나가 되는 궤도 비행 준비에 주력했다. 수퍼 헤비의 모델인 BN7(Booster Number 7)은 지난 2월, 33개의 랩터 엔진 중에서 31개 엔진이 정상적으로 점화가 되는 지상 연소 시험(static fire)에 성공했다. 17일 발사는 스타십과 헤비 부스터가 처음으로 합쳐져 발사되는 테스트였다. 성공의 정의(定義)는 ‘얼마나 배우느냐’에 달려 모든 로켓이 그렇듯이, 매우 정교한 하드웨어ㆍ소프트웨어 엔지니어링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주 작은 결함이 전체를 망가뜨릴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이스X 내부의 개발ㆍ테스트 단계에선 ‘성공’에 대한 정의가 다르다. 스페이스X 웹사이트는 이날 발사를 앞두고 “이런 로켓과 같은 테스트에서 성공은 우리가 얼마나 배울 수 있느냐로 측정된다”고 밝혔다. 스페이스X 출신 직원들은 미 언론에 “안전 사고가 아닌 한, 개선에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는 위험 감수는 장려되는 기업 분위기”라고 말한다. 스페이스X 출신의 한 엔지니어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첫번째 비행 시험이 어떤 결과를 내든지, 분명히 고칠 것이 있고 따라서 다시 제조ㆍ생산 라인으로 보내 고치고 다시 발사한다”며 “이는 아주 정밀성을 요하는 작업”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100번은 쏴야 사람 태울 수 있다” NASA는 2025년 말까지 달 탐사ㆍ개발 프로그램인 아르테미스 3단계에서 스타십을 달 궤도와 달표면을 오가는 왕복선으로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X는 이와 관련해 NASA와 30억 달러 이상의 계약을 맺은 상태다. 달 이ㆍ착륙용 스타십은 달의 중력과 먼지(레골리스) 등을 고려한 ‘달 버전(version)’ 스타십이다. 이날 발사 실패로, 가뜩이나 더딘 스타십 개발 진척도를 우려했던 NASA 내 일부의 근심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스페이스X의 CEO 그윈 숏웰은 지난 2월 지상 연소시험을 앞두고 “이 머신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상당 기간이 필요할 것”이라며 “아르테미스 3단계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태우기 전까지 최소한 100번은 시험 발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상 최강의 로켓 스타십 로켓은 길이 120m에 1650만 파운드(약7485톤)의 추력을 내는, 현존하는 지구 최강의 로켓이다. 개당 추력이 50만 파운드에 달하는 랩터 엔진이 수퍼 헤비 부스터 로켓에 33개, 스타십 우주선에 6개 장착된다. 스페이스X는 팰컨 로켓에 들어가는 멀린(Merlin) 엔진과는 별도로, 스타십을 위해 랩터를 새로 개발했다. 스타십의 추력은 NASA가 개발해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사용하는 SLS(우주발사시스템)의 배에 달한다. 저궤도까지의 탑재 능력을 비교해도, 스타십이 최대 250톤(재사용 부스터는 150톤), SLS는 약 100톤이다. 머스크의 꿈은 스타십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화성으로 이주시켜 새로운 행성 거주지를 구축하는 것이다. 그는 작년 6월에 “현대판 노아의 방주처럼, 1000대 이상의 스타십을 제조해서 생명체를 화성으로 이주시키겠다”고 밝혔다. 화성에 사람이 살게 되는 시점과 관련, 머스크는 지난 2월10일 “나는 선천적으로 낙관적이라, 5년 뒤는 가능하고, 10년 뒤에는 매우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트윗했다. ’궤도 비행’ 성공 이후엔 ‘완전 재사용 로켓’ 증명해야 이제 스페이스X의 급선무는 스타십의 궤도 비행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이후에는 스타십의 부스터 로켓과 우주선(스타십) 모두를 회수ㆍ재사용하는 기술을 증명해야 한다. 현재 스페이스X의 대표 로켓인 팰컨9과 팰컨 헤비는 부스터 로켓만 회수해 재사용한다. 머스크도 2021년 한 행사에서 “전부 재사용이 가능한 발사체는 없었다. 나 역시 우리가 실제로 그런 것을 만들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다”고 말했다. 부스터 로켓은 발사와 단(段) 분리 임무를 마친 뒤 재착륙을 하기 위한 추가 장치와 연료를 갖고 있어야 하고, 부스터 로켓과 궤도로 쏴 올린 스타십 모두 지구 대기권으로 재진입하면서 1500~2000도의 마찰열을 견뎌야 한다. 물론 스페이스X는 지금도 팰컨9과 팰컨 헤비에서 1단 부스터 로켓을 모두 회수해서 재사용하며, 스페이스X의 유인ㆍ화물 수송 드래곤 캡슐은 국제우주정거장(ISS)을 오간다. 그러나 스타십은 엔진과 기체 재질, 추력, 크기에서 완전히 새로운 로켓이다. 스페이스X와 마찬가지로, 로켓 전체를 재사용하는 발사체를 개발 중인 스토크 스페이스의 공동 창업자 앤디 랩사는 “이런 발사체를 디자인해서 만드는 것은 매우 힘들다”며 “전에 할 수 있었던 것을 재연(再演)하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스페이스X는 머스크의 개인 기업이라, 스타십 개발에 들어간 투자비를 공개하지 않는다. 텍사스주의 스타베이스 기지에는 로켓 제조와 발사대 구조 건설과 관련해 1800명이 일하고 있다.
17일 1단 부스터인 수퍼 헤비(Super Heavy)의 압력 문제로 스페이스X의 스타십은 발사가 무산됐지만, 약1시간30분 간 스타십이 발사될 예정이었던 텍사스주 스타베이스 발사기지 주변 공역(空域)은 폐쇄됐다. 미 연방항공청(FAA)이 승인한 스타십의 다음 발사일은 20일 오전(미 동부시간 기준). 62분의 발사기간이 부여됐다. 이 시간대엔 마찬가지로 인근 하늘에서 일체의 다른 항공 활동이 금지된다. FAA는 미국 공역을 감시하며, 기상(氣像)·군사적 이슈·기술적 결함 등으로 인해 항공기 운항이 방해받는 것을 완화하는 역할을 한다. 미 국내에선 하루 평균 290만 명이 1만9000곳의 공항에서 4만5000편 이상의 여객기로 이동한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도 로켓 발사로 인한 특정 지역의 하늘을 폐쇄하는 일은 간헐적으로 발생했다. 그러나 민간 로켓 발사기업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항공기의 안전 운항을 보장하기 위해서 공역을 교통 정리해야 하는 FAA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FAA는 작년에 미 전체 공역에서 92건의 로켓 발사를 관리했다. 2021년에 비해 33%가 증가한 것이다. 특히 심각한 곳은 지리적으로 주(州)의 중간에 미 항공우주국(NASA)의 케네디우주센터와, 이웃한 케이프 커내버럴 우주군 기지가 있는 플로리다주. 작년 미국 전체 92건의 로켓 발사 중 57건이 플로리다의 이 두 곳에서 이뤄졌다. 올해는 90건 이상이 발사될 예정이다. 그러나 플로리다는 코로나 폐쇄가 풀리면서 미국 안팎에서 수많은 방문객이 찾는 휴양지들이 몰린 곳이기도 하다. 결국 같은 공역을 놓고, 로켓과 여객기들이 다투게 된 것이다. 게다가 플로리다 공항들은 한 해 수개월간 허리케인 등의 악천후로 인해 종종 여객기 운항이 중단된다. FAA는 로켓 발사·우주선 재진입 시에 상당한 규모의 공역을 폐쇄한다. FAA는 이 경우 보통 이 공역을 평소 이용하는 여객기들에 노선 변경을 지시하는데, 이는 항공사들에 추가로 연료비 부담을 유발하게 된다. 또 한 공항의 지연은 계속 다른 공항으로 번지는 연쇄 파급효과를 발생한다. 지난 2월 CNBC 방송의 보도에 따르면, 미 항공사들과 여행객들은 항공기 운항 지연 원인의 55%를 차지하는 악천후(惡天候)로만 각각 매년 83억 달러와 180억 달러를 더 쓴다고 한다. 우주 발사 집중된 플로리다, 코로나 풀리며 항공편도 급증 작년에 미국 내 로켓 발사의 절반 이상이 이뤄진 플로리다주에는 코로나 폐쇄가 풀리면서, 모두 72만2180편의 여객기가 이착륙했다. 작년 마이애미 공항의 탑승객 수는 5060만 명으로, 역사상 최대였다. 케네디우주센터에 보다 가까운 올랜도 공항 탑승객도 5010만 명에 달했다. FAA 측은 이렇게 항공 수요가 늘어나면, 로켓이 예정대로 정시 발사돼도 여객기 운항 지연의 파급 효과(cascade effect)가 미국은 물론 대서양 건너편에서 오는 항공편에까지 미친다고 말한다. 공역을 잠시 폐쇄해도 지연 여파가 확산돼, 로켓ㆍ우주선과 여객기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가 갈수록 어려워진다는 것이다. 이는 종종 두 산업 간의 공역 사용을 둘러싼 ‘힘겨루기’로 번지며, FAA는 민간 항공기들의 운항 수요가 많을 때에는 로켓 발사 요구를 묵살하기도 한다. 애초 NASA는 작년 11월24일 추수감사절을 전후해서, 플로리다주 케네디우주센터에서 50년 만에 달에 우주선을 보내는 SLS 로켓을 발사하려고 했다. 그러나 FAA는 이 기간 몰리는 항공편 수요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커 다른 날을 택하도록 종용했고, 결국 SLS의 ‘역사적인’ 발사는 11월16일로 당겨졌다. FAA 항공교통ㆍ우주작전실의 듀앤 프리어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항공기와 로켓 사이에서 교통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은 그저 관념적 아이디어였는데, 이제 정부뿐 아니라 민간기업들도 다퉈서 우주에 접근하면서 패러다임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미 항공사들, 로켓 기업에 “항공교통통제비 분담하라” 작년에 플로리다에서 발사된 로켓의 대부분은 스페이스X의 것이었다. 올해초 스페이스X는 스타링크 군집위성을 띄우려고, 4일에 한번꼴로 로켓을 발사했다. 작년에 61회 발사한 스페이스X는 올해 100회 이상 발사할 예정이다. 또 NASA의 정기적인 미션 외에도, 로켓랩의 신형 로켓 뉴트론, UAL의 벌컨 센타우르, 블루 오리진이 제작 중인 뉴셰퍼드도 올해 발사를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애스트라ㆍ노스럽 그러먼ㆍ보잉ㆍ파이어플라이 등도 각종 우주발사체를 테스트 발사한다. 미 우주군에서 발사 임무를 관장하는 스티븐 퍼디 소장은 “올해 플로리다 주에서만 약 90개의 로켓이 발사되며, 수년 내에 이 숫자는 2,3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공역의 잠정 폐쇄에 따라, 추가 비용을 지게 된 미 항공사들은 “가뜩이나 붐비는 하늘에 군(軍)활동에 로켓 발사까지 추가돼 운항에 차질을 빚는다”고 비판적이다. 아메리칸에어라인의 CEO인 로버트 아이솜은 작년 9월 한 컨퍼런스에서 “새로 등장한 신생(우주)기업들이 항공교통통제의 추가 부담 비용을 분담해야 한다”고 말했다. 항공사들은 항공료와 연료세를 통해 FAA와 같은 연방정부의 항공통제 비용을 지원하는데, 우주기업들은 이런 공식화된 비용 산출법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로켓 발사 탓에 얼마나 많은 항공편이 노선 변경을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통계는 없다.노선 변경은 날씨·군작전·항공사 자체 스케줄 변화 등 여러 요인으로 일어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FAA, 공역 폐쇄 평균 4시간에서 2시간으로 줄여 로켓 발사와 관련해, 여객기 입장에서 볼 때 가장 시간을 잡아먹는 것은 ‘발사 기간(launch window)’과, 카운트다운 시작 후 마지막 순간에 발사를 ‘취소(scrub)’하는 경우다. FAA는 지난 13일 “로켓 발사일을 승인할 때에 로켓의 임무·국가 안보적 성격·휴일 여부 등과 더불어 로켓 발사로 인해 운항 제한을 받는 여객기 수를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FAA는 4시간이 넘게 부여하던 발사 기간을 2018년 이후엔 평균 127분으로 줄였다.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30분으로 줄이기도 하고, 로켓이 폐쇄 공역을 빠져나가고 3분 뒤에 여객기 진입을 허용하기도 한다. 작년에 미국에선 모두 61건의 로켓 발사 취소가 있었다. 한편 정시 로켓 발사율는 2019년 62%에서 작년엔 76%까지 올랐다고 FAA는 밝혔다. 또 최근엔 로켓 발사기업이 공유한 데이터를 받는 ‘스페이스 데이터 통합기(integrator)’를 통해 로켓의 연료주입시각에서부터 비행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이를 폐쇄 공역에 접근하는 항공기와 공유한다. 공중에서 로켓 발사를 보는 행운도 잦은 로켓 발사가 탑승객에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다. 아주 운이 좋으면, 여객기 안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로켓을 볼 수도 있다. 지난 1월15일 오후 8시 넘어서 마이애미 공항으로 오던 네덜란드 KLM 항공의 KL627편 조종사 빈센트 훅펠트는 강렬하게 번지는 빛을 봤다. 네덜란드 스키폴 공항을 이륙할 때에, 도착 시간 즈음에 팰컨 헤비 로켓이 발사된다는 통보를 받았지만, ‘순간 일출(日出)인가 했다가 이 시간에 일출일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녹화한 25초 영상에는 1단에서 분리된 팰컨 헤비의 2단 로켓이 점화하며 솟구치는 장면이 담겼다. 당시 이 여객기의 위치는 발사 지점에서 1000㎞ 떨어져 있었지만, 매우 가까운 곳에서 발사된 듯이 촬영됐다. [당시 촬영된 영상] 작년 11월27일에도 UA 220편에 타고 있던 승객이 케이프 커내버럴 기지에서 팰컨9이 이륙하는 모습을 담아 공개했다. [당시 촬영된 동영상 클릭] 한편, 항공기에 대한 위험은 지상에서만 오는 것은 아니다. 2020년 5월 11일, FAA는 미 전역에 긴급 비상경계령을 내렸다. 20톤짜리 중국의 창정(長征) 5B 로켓 잔해가 100㎞ 상공에서 로스엔젤레스에서 뉴욕까지 9분간 지나간다는 경보였다. 15분 뒤에 창정 로켓은 미 대륙을 횡단해 불에 타 부서지면서 지나갔고, 12m 길이의 긴 파이프가 서아프리카 코트디부아르의 한 마을에 떨어졌다. 당시 FAA는 공역 폐쇄와 같은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짧은 시간 로켓 잔해가 지나가는 경로의 공역을 모두 폐쇄한다는 것은 위험에 비해 지불해야 할 경제적 비용이 너무 크다고 판단했다. 작년 11월4일에도 중국 우주정거장 톈궁에 모듈을 발사했던 창정 5B 로켓 잔해가 전혀 통제 없이 대기권에 재진입했다. 잔해가 지나가는 길목에 있던 스페인과 프랑스는 각각 40분, 60분간 공역을 폐쇄했다. 이 로켓 잔해는 태평양에 떨어졌지만, 스페인에서만 300편 이상의 항공편이 운항 중단되고 항공사와 승객들은 수백만 유로를 추가 부담해야 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1일 우주인 4명이 외부와 단절돼, 1년간 화성 거주 실험을 할 공간인 ‘화성사구(沙丘)알파(Mars Dune Alpha)’를 언론에 공개했다. 주변 스크린을 통해 마치 화성의 모래언덕에 둘러싸인 분지에 설치된 듯한 이 거주 공간의 밖을 걸으면 붉은 흙먼지가 실제로 일어난다. 이 화성 거주지 밖에 놓인 장비와 태양광 패널엔 이미 붉은 빛의 흙먼지가 얇게 쌓였다. 하지만 이 화성 거주 실험공간이 실제로 설치된 곳은, 애리조나 사막도 아니고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NASA 존슨우주센터의 흰색 창고 안이다. 실험공간의 전체 면적은 160㎡(약 48평). 이 거주지는 4개의 개인 공간과 샤워부스, 1개의 화장실, 실험ㆍ작업 공간, 거실, 의료 처치를 할 수 있는 공간 등으로 나뉘어진다. 이 거주지는 대형 3D 프린터로 건축물을 제조하는 미국의 아이콘(ICON)사가 내구성(耐久性)이 강하면서 3D 제조에 용이한 소재로 개발한 특수콘크리트 혼합물인 라바크리트(lavacrete)를 사용해 만들었다. NASA 측은 3D 프린터로 화성 기지를 건축한 이유로 “다른 행성에 구조물을 짓기 위해 지구에서 여러 번 로켓을 발사해 건축 자재물을 실어 나르는 것은 막대한 비용이 소요돼, 실제로는 접착성이 강한 소재로 3D 제작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화성 실험공간은 또 NASA가 앞으로 화성의 흙으로 화성 표면에서 지으려고 하는 구조물에도 흡사하다고 한다. 48평의 공간에서, 실험 우주인 4명은 과학 실험도 하고, 채소도 키워 먹는다. 의료진은 외부와 단절된 화성에서 1년 보내는 것이 인간의 육체와 정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알기 위해, 이들을 정기적으로 관찰 검사한다. ”1년간 실제 발생할 수 있는 온갖 스트레스 상황 제공” 이 화성 거주 실험을 주관하는 NASA의 ‘우주인 건강·수행 탐험 유사 실험(CHAPEA·Crew Health and Performance Exploration Analog)’의 책임조사관인 그레이스 더글러스는 “4명이 1년간 제한된 자원을 갖고 좁은 공간에서 살 때에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을 현실적으로 파악하려고 최선을 다했다”고 말했다. 물론 지금까지도 우주인들은 고도 400㎞의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도 6개월씩 살았다. 그러나 더글러스는 “저궤도에서 달·화성으로 옮겨가면, 인간은 ISS에서보다 훨씬 제한된 자원으로 살아야 하고 지구가 보내는 도움의 손길은 훨씬 멀다”고 말했다. 화성은 지구에서 가장 짧아도 5460만㎞ 떨어져 있다. NASA에서 우주 비행 환경이 우주인의 사고(思考)와 행동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수잔 벨 박사는 “4명에게 극한의 환경에서 1년간 함께 잘 지낼 뿐 아니라, 멋진 협업을 하라고 주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NASA는 빠르면 2030년대에 우주인을 화성에 보낸다는 계획이다. 따라서 이번 실험은 그때까지 진행될 일련의 실험 중 하나다. 첫번째 화성 미션은 가는 데만 9개월 걸리고, 우주인들은 2년 반을 화성에서 보내고 돌아온다. 화성 우주선은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에서 달 궤도에 건설하는 ‘루나 게이트웨이’에서 출발할 수도 있다. 우주에 흡사한 지구의 극한 환경서도 실험 진행 NASA 측은 비용·규모·도전적 환경 측면에서 무슨 실험을 하든지 우주보다는 지구에서 하는 것이 그나마 좀 쉽다고 말한다. 그래서 NASA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인체가 겪는 골밀도·근육 손실 정도를 알기 위해서, ISS에서 장기 체류하고 돌아온 우주인들을 조사하는 것 외에도, 지상에서 병원 침대에 장기간 누워있는 인체의 상태를 측정하기도 한다. 또 오랫동안 햇빛을 쬐지 못한 사람의 비타민D 수치 변화를 알려고, NASA 소속 우주인들을 남극 실험기지로 보낸다. 산화 스트레스 변화를 알기 위해, 우주인들은 해저로도 간다. 폐쇄 환경이 주는 스트레스를 파악하기 위해서, 이런 화성 거주지를 만든다. NASA는 이 화성 거주실험에 투입할 4명을 아직 선정하지 않았다. NASA 우주인단 중에서 STEM(과학·기술·공학·수학) 분야의 석사 이상 소지자로서, 육체·심리적으로 적합한 사람들을 고를 예정이라고 한다. 실험 우주인들은 이곳의 실내 온실에서 토마토와 잎사귀 채소를 길러 먹는다. 화성에서 이렇게 채소를 재배해 먹는 방법의 실제 효용성과 타당성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또 이들이 배출하는 쓰레기는 NASA 과학자들이 분석해서, 우주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을 생산하는데 참고한다. 외부와의 통신도 화성처럼 22분 지연 심지어 실험 우주인이 바깥의 존슨우주센터와 통신할 때에도 22분의 지연 시간이 발생한다. 화성과 지구 사이의 통신 지연 현상을 똑같이 경험하기 위해서다. 이 CHAPEA 실험 거주지에서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거주지 밖에 111㎡ 규모로 설치된 화성 표면을 닮은 모래바닥이다. 실험 우주인들이 거주지 밖으로 나가려면 모의 우주복을 입고, 모의 에어로크(airlock) 공간을 거쳐야 한다. 그리고 2인 1조로 짝을 지어서 화성 표면 걷기(Marswalks)를 한다. 눈에 보이는 주변을 화성 이미지로 장식한 가상현실(VR) 시뮬레이션 속에서 트레드밀로 수 시간씩 화성 표면을 걷는다. 우주인들은 또 관심이 있는 돌을 확인해서 촬영하고 거주지 내부로 가져가 분석하는 작업을 한다. 앞으로 탐사 지역이 확대되면서 구조물을 추가로 지을 수 있도록, 현장 주변에 대한 분석 능력도 키워야 한다. 우주인들은 거주지의 구조물도 계속 수리하고, 쌓이는 먼지도 제거해야 한다. NASA는 단지 고립감뿐 아니라, 실험 우주인들이 화성 거주 시에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스트레스를 가할 계획이다. 제공되는 식량은 제한돼 있어, 4명은 1년 내내 배급에 주의해야 한다. 또 장비는 자주 고장 나고 작업량은 막대한 환경을 조성해, 우주인들이 어느 정도의 스트레스를 겪는지 파악한다. 실험 우주인들은 정기적으로 혈액 샘플을 제출하며, 원격으로 심리 테스트를 받는다. 벨 박사는 “사람이 1년 고립됐을 때 일어나는 현상에 대한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실험 우주인들이 장기적으로 고립되고 속박된 상태에서 보일 스트레스 반응에 관심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실험 우주인이 끝내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다면? 더글러스는 “참가 우주인이 원한다면 이 실험 거주공간을 떠날 수 있지만, 2명씩 교대조가 교체되게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 나사)이 신임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장으로 천체물리학자인 매킨지 리스트럽을 임명했다. 취임식은 7일(현지시각)진행됐다. 이날 취임식에서 눈길을 끈 건, 리스트럽의 취임 선서 모습이었다. 그는 빌 넬슨 나사 국장을 보며 왼손은 책 위에 올린 채 오른손을 들고 선서를 했는데, 이 책은 성경이 아닌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쓴 베스트셀러 ‘창백한 푸른 점’이었다. ‘창백한 푸른 점’은 1990년 2월14일 나사의 태양계 탐사선 보이저 1호가 우주에서 지구를 찍은 사진을 뜻하기도 한다. 지구로부터 60억km 떨어진 곳에서 촬영됐다. 당시 보이저 1호의 사진 촬영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미국의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 나사 당국을 설득해 보이저 1호의 방향을 지구로 돌려 찍었다. 이 사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철학적인 천체 사진’으로 불린다. 칼 세이건도 이 사진을 두고 “저 점을 보라. 그것이 여기다. 그것이 집이다. 그것이 우리다”라는 말을 남겼다. 먼 우주에서 본 지구는 ‘푸른 점’에 지나지 않지만, 우리의 고향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뜻이다. 보통 취임 선서에서는 ‘성경’책을 이용하지만 리스트럽은 ‘창백한 푸른 점’을 선택했다. 그는 언론 인터뷰에서 “칼 세이건은 누구나 쉽게 과학을 접할 수 있고 의미 있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창백한 푸른 점’은 우주 탐험과 우리 별에 대한 이해가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한다”면서 “고다드 센터가 하는 일과의 연관성을 생각해 취임식에 책을 포함시켰다”고 밝혔다. 1959년 설립된 고다드 우주비행센터는 미국 최초의 우주비행센터로, 태양계와 우주를 연구하기 위한 새로운 기술을 연구하고 우주선 등을 개발하는 시설이다. 직원수만 1만명이 넘는다. 리스트럽 신임 센터장은 고다드 우주비행센터의 첫 여성 센터장이다. 천제물리학자 출신인 그는 미국의 우주 장비 제조업체 볼 에어로스페이스의 부사장을 지냈다. 제임스 웹 우주 망원경과 X선 우주망원경(IXPE), 지구관측위성 ‘랜드샛9′ 등 다양한 우주 프로젝트에도 참여했다.
우리나라 첫 달 탐사선 다누리가 12일 달의 뒷모습을 찍어 지구로 보냈다. 임무 수행 102일째 만이다. 다누리는 하루 12바퀴씩 달 주위를 돌며 여러 가지 관측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다누리에 탑재된 고해상도카메라(LUTI)가 촬영한 '달의 뒷면' 영상 일부를 공개했다. 사진은 3월22일, 3월24일 각각 촬영됐는데, 24일은 다누리가 달 궤도를 1000회 공전한 날에 해당한다. 다누리가 촬영한 장소는 달 뒤편의 ‘치올코스키 크레이터’, ‘슈뢰딩거 계곡’, ‘실라르드 엠 크레이터’ 등 3곳이다. 반경 130~220km에 걸쳐 계곡·크레이터 등 달의 지형이 상세하게 나타난다. 고해상도 영상은 향후 달 지표의 구성 성분이나 크레이터 내 봉우리의 형성 과정 등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1. 치올코스키 크레이터 22일 촬영된 치올콥스키 크레이터는 달의 반대쪽 면에 위치한 대형 충돌구로 러시아 과학자 콘스탄틴 치올콥스키의 이름을 따서 지었다. 러시아 루나 3호에서 처음 발견했고, 여러 미국 달 궤도선과 아폴로 계획의 우주비행사에 의해 촬영된 바 있다. 2. 슈뢰딩거 계곡 24일 촬영된 슈뢰딩거 계곡은 달 뒷면의 슈뢰딩거 충돌구 주변의 길이 320km, 폭 8~10km의 계곡이다. 이 계곡은 슈뢰딩거 충돌구가 생성될 때 함께 형성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런 긴 계곡 형태의 지형은 달의 조석력 등에 의해 여러 개로 쪼개진 작은 운석 무리가 줄지어 동시에 충돌하면서 생성된 것이다. 이는 사슬형 충돌구 (Crater Chain)라고 불린다. 3. 실라르드 엠 크레이터 같은 날 촬영된 실라르드 엠 크레이터는 달 뒷쪽의 북위 31도 부근에 위치한 직경 약 23km의 분화구다. 분화구 주변 테두리는 후속 충격에 의해 모양이 변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2차 세계대전 중 핵 연쇄반응을 이론화한 레오 실라르드의 이름을 따서 지어졌다. 과기부와 한국천문연구원은 다누리가 촬영한 광시야편광카메라 영상도 공개했다. 광시야편광카메라는 달 표면 토양의 입자크기와 조성에 따라 빛을 반사하는 특징이 달라지는 것을 이용해, 달 표면 편광영상으로 표토입자 크기 및 조성을 알아내기 위해 개발된 탑재체다. 이번 촬영 영상에서는 파장, 편광 필터의 종류에 따라 밝기가 뚜렷하게 달라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어, 향후 달 표면의 입자와 조성 분포 연구를 위한 충분한 역량을 확보했음을 알 수 있다. 이날 다누리가 공개한 영상에서는 독일 천문학자 모리츠 바흐만의 이름을 따 명명된 ‘바흐만 크레이터’가 편광필터의 종류와 유무에 따라 6개 채널로 다르게 촬영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과기부는 이러한 관측자료를 종합해 내년 1월부터 세계 최초의 달 전면 편광지도를 공개할 계획이다.
지난 3일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 있는 미 항공우주국(NASA)의 존슨우주센터는 2024년에 달 궤도를 돌고 오는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2단계에 참여할 미국 우주인 3명과 캐나다 우주인 1명을 발표했다. 존슨우주센터는 NASA 소속 우주인들이 훈련과 우주·극지·심해 활동을 하는 근거지다. 아르테미스 2단계는 1972년 12월 아폴로 17호 이래 처음으로, 인간이 38만여㎞ 떨어진 달의 뒷면까지 돌고 오는 거대한 계획이다. 지난 반세기 동안 우주인들은 고도 400㎞ 저궤도에 있는 국제우주정거장(ISS)만 오갔다. 아르테미스 2단계 우주인은 또 우주에서 둥근 지구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도 갖는다. 지구의 둥근 원(圓)을 보려면 고도 3만6000㎞의 지구정지궤도 이상으로 나가야 하는데, 아폴로 시절의 우주인 24명을 제외하고는 이렇게 멀리 나가본 우주인이 없었다. 따라서 아르테미스 2단계 우주인으로 선발된다는 것은 엄청난 영광이다. 하지만, 지난달 중순 존슨우주센터의 우주인실(Office of Astronauts)이 선발을 통보하려고 미 우주인 3명을 본부로 소환했을 때, 시간을 지킨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심지어 선장(captain)으로 임명된 리드 와이즈먼(47)은 40여 분 늦게 컨퍼런스 콜(conference call)로 합류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NASA가 소속 우주인 41명 중에서 누가 언제 무슨 임무를 맡게 되는지 사전에 전혀 귀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인 선발을 둘러싼 이런 비밀주의는 1958년 미국 최초의 유인(有人) 우주 비행탐사 계획이었던 머큐리 프로젝트 때부터 시작한 관행이라고 한다. ‘깜짝 파티’하듯이 개별 소환…아무도 시간 못 맞춰 아르테미스 2단계에 ‘스페셜리스트(specialist)’로 참여하게 된 여성 우주인 크리스티나 코크(44)는 거대한 수영장인 중립부양연구소에서 우주유영 훈련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회의 소집을 통보받았다. 우주인실 책임자이자, 존슨센터에 속한 모든 우주인의 수석(chief) 우주인인 조지프 아카바는 아르테미스 2단계 미션에 뽑힌 해당 우주인들에게 ‘깜짝 파티’ 하듯이 선정 사실을 통보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미국 우주인 3명이 모두 센터 주변에 있는 날을 골랐고, 3명이 함께 소환된 것을 눈치채지 못하게 각기 다른 시간에 다른 성격의 ‘가짜’ 미팅을 잡았다. 중립부양연구소는 센터 본부와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코크는 인터넷 화상 회의를 할 생각으로, 아카바에게 문자를 보내 “버추얼(virtual) 미팅을 할 수 있느냐”고 물었다. 아카바는 단호하게 “노, 이건 직접 참석해야 한다”고 답했다. 코크는 급히 차를 몰았지만, “아주 많이 늦었다”고 미 언론에 털어놨다. ‘조종사(pilot)’ 임무를 부여받은 빅터 글로버(46)도 동료들과 점심 먹고 있다가, 아카바의 호출을 받았다. 그는 계속 “늦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참석했다. 리드 와이즈먼은 의사와 약속한 진료 시간이 시작하기 직전에 아카바의 전화를 받았다. 병원은 센터에서도 멀었다. 그래서 아카바에게 “못 갈 것 같다”고 했더니, 아카바는 “당신이 생각하는 그런 회의가 아니니, 비디오 회의로라도 꼭 참석하라”고 했다. 그러나 곧 진료가 시작했다. 40분이 지나서 아카바에게 “지금 접속하기엔 너무 늦었냐”고 물었고, 아카바는 “지금이라도 접속하라”고 했다. 와이즈먼은 차량 운전대를 잡았을 때 즈음에야 자신이 ‘선장’으로 뽑힌 사실을 알았다. 글로버는 “50년 만에 달에 가는 임무를 부여받는 순간이었는데, 우리 모두 늦었다”고 말했다. 한편, 네번째 우주인인 캐나다인 제러미 한센(스페셜리스트)은 캐나다우주국으로부터 따로 통보받았다. 그는 달에 가는, 최초의 비(非)미국인이 된다. 우주인 선발 때는 ‘NSA(Never Say Anything)’가 되는 NASA 이렇게 비밀리에 선정되다 보니, “미션에 우주인을 선발할 때면, NASA는 보안이 생명인 백악관 국가안보위원회(NSA)처럼 된다”는 우스개소리도 있다. 물론 이때의 NSA는 ‘결코 아무것도 말하지 않는다(Never Say Anything)’의 약자다. NASA 출신 우주인이었던 리로이 차오는 워싱턴포스트에 “우리는 종종 우리가 우주인 후보로 뽑힌 것부터 온통 비밀스럽다고 말하곤 했다”고 말했다. 심지어 발표된 우주인이 나중에 석연찮게 바뀌기도 한다. NASA는 2017년 1월 미 중앙정보국(CIA) 기술정보분석가 출신인 여성 우주인 지넷 엡스가 “흑인으로선 최초로 러시아 소유즈 캡슐을 타고 ISS에 간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1년 뒤 엡스는 지원(backup) 우주인과 교체됐다. ‘엡스가 흑인이라서?’ ‘러시아 우주인들과 훈련 중에 다퉜나?’ 여러 억측이 돌았지만, NASA는 당시 명단 교체를 발표하면서 “여러 요인을 고려해 비행 임무를 부여하며, NASA는 개인적인 사항에 대해선 정보를 제공하지 않는다”고만 했다. 엡스는 아직도 그 이유를 모르다고 미 언론에 말했다. 이후에 엡스는 보잉이 개발하는 유인(有人)우주선 스타라이너의 탑승 우주인으로 선발됐다. 그러나 스타라이너는 개발이 계속 지연됐고, 2009년에 NASA 우주인이 된 엡스는 아직 우주에 나가보지 못했다. 한편, 세 차례 ISS를 다녀온 재닛 캐번디 전(前) 우주인은 “늘 느닷없이 연락을 받았다”며 “한 번은 1990년대 말 초등학교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행사에 참여했다가 교장실로 불려가, ‘급히 복귀하라’는 우주인실의 전화를 받았다”고 말했다. 2002년 허블 망원경을 수리했던 우주인 마이크 마시미노에게 공식적인 미션 통보일은 월요일이었다. 차석(次席) 우주인은 전주(前週) 금요일에 그의 선정 사실을 알았지만 비밀유지 각서를 썼고, 토요일 마시미노의 생일 파티에서도 입을 다물었다. 그는 월요일 오전 7시반에 마시미노에서 어린이용 허블 망원경 책을 잔뜩 선물하며 “많이 읽어 둬. 허블에 가야 하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주인 선발의 권한을 쥔 3인 미국 CNN 방송은 지난 1월31일 10여 명의 전현직 우주인을 인터뷰해서 “존슨우주센터에서 3명이 우주인 선발 결정권을 쥐고 있다”고 보도했다. 어느 미션이든, 팀 구성의 1차 선발권은 수석 우주인(chief astronaut)에게 있다. 이번 아르테미스 2단계 미션에선 조지프 아카바였다. 아카바도 우주인이지만, 수석 우주인으로 재직할 때에는 ‘관리(management) 우주인’ 신분이 된다. 따라서 자신을 추천할 수 없다. 아카바가 뽑은 명단은 존슨센터의 비행운영(flight operations)국장인 놈 나이트를 거쳐, 센터의 총책임자인 바네사 와이치가 최종 확정한다. 그러나 선발 ‘기준’은 여전히 미지(未知)의 영역이다. 분명한 것은 워싱턴 DC에 본부가 있는 NASA의 빌 넬슨 국장은 결정권이 전혀 없다는 것이다. 그는 실제로 “워싱턴 DC는 아르테미스 2단계 우주인 선발 과정에서 빠져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아르테미스 우주인’ 애초 18명 뽑았다가 전체로 확대 ‘관리직’인 수석·차석 우주인을 빼면, 아르테미스 2단계 우주인으로 선발될 수 있는 ‘활동(active)’ 우주인 수는 41명. NASA는 2020년 12월 이 중에서 18명을 ‘아르테미스 우주인’으로 따로 뽑았고 이들에게 달 미션에 특화된 훈련을 강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한국계인 조니 킴도 이때 포함됐다. 하지만, 작년 11월 당시 수석 우주인이었던 와이즈먼은 아르테미스 우주인 명단을 41명 전체로 확대했다. 그는 “우리 중 누구를 뽑아도 아르테미스 미션에 적격이며, 중요한 것은 이 미션을 위한 ‘적확한 팀(a right team)’을 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합리적 추측’ 을 해보자면... 온통 비밀에 싸여 있지만, NASA 우주인단의 성비(性比)·인종적 배경·전문성, 해당 우주미션의 성격을 고려하면, ‘적확한 팀’의 윤곽을 잡는 것이 불가능하지만은 않다고 한다. 특히 이번 팀 구성에선 리드 와이즈먼이란 ‘상수(常數)’가 있었다. 와이즈먼은 작년 11월까지 수석 우주인이었다. 수석 우주인은 재직 중에 자신을 추천할 수 없지만, 일단 그 자리에서 물러나면 다음 미션의 최우선 고려 대상이 된다. 우주인단 전체를 위해 고생했으니, 보상해주는 취지다. 실제로 1월말 CNN 방송은 수석 우주인 자리에서 막 물러났고, 미 해군 항해사·시험비행 조종사 출신으로 ISS에서 165일을 보냈던 리드 와이즈먼을 아르테미스 2단계 우주인 후보 1위로 꼽았다. 50년 만에 달 궤도까지 가는 미션의 성격 상, 매우 대담하고 침착한 성격에 경험 많은 베테랑이 필요할 것이라는 이유에서였다. 와이즈먼이 ‘선장’으로 합류하면, 캐나다인을 제외하고 남은 두 자리는 여성과 유색인종 몫이 되고, 구체적인 임무는 ‘조종사’와 ‘스페셜리스트’다. 41명 중에서 여성은 3분1가량이고, 유색인종은 12명. 또 미션 ‘조종사’로 지명될 만한 경력을 갖춘 우주인은 16명이고, 나머지는 생물·지리·해양·엔지니어링·의학 등에서 전문성을 지닌 ‘스페셜리스트’라고 한다. 이런 합리적 추측을 거쳐 CNN 방송이 지난 1월말 예측 보도한 소수의 2단계 우주인 후보 명단에는 시험비행 조종사 출신에 4번의 우주유영 경험이 있는 흑인 우주인 글로버와, 여성 중에서 ISS에 가장 오래(328일) 체류했고 전기공학 석사인 코크도 포함돼 있었다. 또 캐나다 우주인 4명 중 한 명인 한센은 14년 전에 선발됐지만, 아직 우주 경험이 한 번도 없어서 캐나다에선 후보 물망 1순위였다. 공정과 전문성이 우선…사소한 실수가 수십억 달러짜리 프로그램 망쳐 워싱턴포스트는 우주인 선발 과정이 비밀인 이유와 관련, “기본적으로 인사(人事) 문제이면서, 각 분야에서 ‘내로라’하는 전문가인 우주인들의 자아(ego)가 걸렸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선발 과정이 알려지면, 의회를 비롯한 정치권과 외부의 청탁이 작용할 여지도 커진다. 또 우주인 임무는 개인별 성과보다 팀워크가 우선돼야 하는데, 군(軍) 출신이 대부분이었던 과거에는 우주인 선발을 둘러싸고 군별 경쟁심도 대단했다고 한다. 2009~2012년 존슨우주센터의 수석 우주인이었던 페기 휫슨은 ““NASA가 수십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맡기는 우주인의 선발 과정은 혹독할 수밖에 없다”며 “실수는 치명적이며, 가장 중요한 잣대는 해당 임무를 성공으로 이끌 요인들”이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주요 미션이 ISS의 정비와 수선이라면 우주유영에 능한 사람을 고려하고, 세포 배양이나 설치류 연구와 같이 과학 실험이 주(主)미션이면 그쪽에 전문 지식을 지닌 우주인을 선발한다는 것이다. 스페이스X의 유인 우주선 드래건 캡슐을 처음 시험 비행할 때, 비상 시 최대한 침착할 수 있는 조종사 출신의 베테랑 우주인 2명으로 팀을 짠 것도 같은 맥락에서였다. 이번에 아르테미스 2단계에서 빠졌어도, 7월 이후 시험비행할 스타라이너와 기존의 스페이스X 드래건 캡슐을 타고 우주로 나갈 기회는 많다. 또 오히려 2025년말까지 달 표면에 직접 착륙하는 아르테미스 3단계 우주인(4명)이 될 확률이 더 커졌다고 반길 수도 있다. 아이비리그 합격보다 훨씬 어려운 우주인 후보 선발 올해 하버드대 지원자들 중에서 합격률은 5%였다.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인 프린스턴대는 6%, 예일대 6.9%. 하지만, NASA의 우주인 후보가 되기는 이보다도 훨씬 어렵다. 가장 최근인 2021년 12월 NASA가 우주인 후보를 모집했을 때에는 1만2000여 명이 지원해서 겨우 10명을 뽑았다. 불합격율이 99.9%다. 이들은 1959년부터 뽑기 시작한 NASA 우주인단에서 ‘23기 우주인 그룹(Astronaut Group 23)’이 된다. 과학·기술·엔지니어링·수학 등 이른바 STEM 분야 석사 학위 소지자이거나 의사 출신, 공인된 시험비행 조종사이어야 한다. 양쪽 눈의 교정 시력도 2.0이 돼야 한다. 2017년 6월에 선발한 ‘22기 우주인 그룹’은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SEAL) 출신에 하버드대 의대 출신 의사였던 한국인 교포 조니 킴을 비롯해 12명이었다. 당시엔 1만8000명이 지원해, NASA 역사상 최대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때까지 러시아 소유즈 캡슐에만 의존하던 미 우주인들의 ISS 접근이 스페이스X·보잉 유인우주선으로 확대되고 아르테미스 프로그램이 본격화한다는 전망에 따라, 미국에서도 우주인 붐이 일었다. 짐 브리덴스틴 당시 NASA 국장은 아폴로 우주인과 같이 잊힌 미국의 영웅들을 되살리고, 우주에 대한 전국적인 열기를 지피기를 원했다. 그는 “우주인들이 TV 광고, 시리얼(cereal) 박스 표지에도 나와 대중문화의 일부가 돼야 한다. 아이들이 프로 스포츠 선수가 되기 보다는, NASA 과학자·우주인이 되겠다는 꿈을 갖고 커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주인 그룹으로 선발되면, 존슨우주센터에서 2년간 선외(船外)우주유영 훈련, 새 유인우주선에 대한 공부 등 정부 우주인으로서 예상되는 수백 가지의 임무를 수행하는 훈련을 받게 된다. 이를 졸업하면, 정식으로 NASA소속 우주인이 된다. NASA 우주인은 ‘풀타임(full-time)’ 직업이며, NASA 웹사이트는 우주인 연봉은 미 연방정부 공무원 기준에 따라 10만4898 달러(약 1억3800만 원)에서 16만1141달러(약 2억1200만 원)라고 밝히고 있다.
일본인 최초로 우주비행을 경험한 방송기자 출신 아키야마 도요히로(81)의 근황이 공개됐다. 그는 일본 미에현 오다이초 산 속에서 살고 있었다. 집에는 TV도 없고, 인터넷도 설치 돼 있지 않았다. 그가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곳은 라디오와 신문, 잡지 뿐이었다. 최근 일본 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가 14년 만에 우주인 후보 2명을 선발한 소식도 라디오를 통해 알게됐다. 잘나가던 방송기자, 일본인 최초 우주비행사로 온 국민의 주목을 받았던 그가 돌연 ‘자연인’의 삶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7일 마이니치신문은 지난달 중순 아키야마를 찾아갔다. 아키야마는 기자들을 자신의 밭으로 안내했다. 그는 자신이 직접 키우고 있는 양배추를 보여주며 “본격적인 밭일은 4월부터”라고 알려줬다. 매체는 농부가 된 그의 사진도 공개했다. 정리되지 않은 머리, 통 넓은 면바지를 검은색 장화에 구겨 넣은 모습은 영락없이 농부 그 자체였다. 방송기자가 어떻게 우주인으로? 민영방송 TBS 기자였던 아키야마는 사내 공모를 통해 우주인으로 선발됐다. 당시 TBS는 소련과 우주인 협약을 맺었는데, 창사 40주년을 맞아 아키야마를 우주로 보낸 것이다. 아키야마는 약 1년 동안 소련의 우주인 센터에서 훈련을 받았다. 그리고 1990년 12월2일 러시아 우주인 2명과 함께 소유즈 TM11호에 탑승해 우주정거장 ‘미르’로 날아갔다. 그는 그곳에서 우주 생활 리포트를 작성하고 인간 수면 실험에도 참가했다. 그는 9일 동안 약 190시간에 걸쳐 지구 주위를 124회 돌면서 오염된 일본 주변 바다와 사막화가 진행 중인 아시아 및 아프리카 지역 상황을 방송했다. 러시아 우주인들과 귀환하던 날 그는 “역시 푸른 하늘이 좋군요. 아, 배가 고픈데”라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우주 경험이 바꿔 놓은 그의 삶 우주에 다녀온 뒤, 아키야마의 인생관은 바뀌었다. 그는 “동기 중 누가 국장이 됐다, 이사가 됐다며 승진에 관심 갖는 게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래서 5년 만에 조기 퇴사를 결심한다. 그리고 농부가 되기 위해 시골로 내려갔다. 그는 “우주에서 본 지구가 굉장히 예뻤기 때문에, 자연을 생으로 느끼고 싶더라”고 했다. 마치 후쿠시마현의 한 마을에서 그에게 ‘명예 촌장’ 자리를 제안했다. 그는 그곳으로 넘어가 쌀과 표고버섯 농사를 지었다. 또 방송기자 경험을 살려, 환경에 대한 강연과 저술 활동도 했다. 하지만 평화로운 삶도 오래가지 못했다. 2011년 3·11 동일본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터지며 피난민이 된 것이다. 그의 사정을 들은 교토조형예술대학이 그를 ‘강사’로 초빙했다. 아키야마는 학교에서 농업과 인생에 대한 강의를 하다, 2017년 미에현의 산간 마을로 이주해 다시 농부의 삶을 살기 시작한다. 미에현으로 이사한 이유에 대해선 “원전에서 150㎞나 떨어져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미에현 주민들은 세 차례나 원전 건설을 거부했다고 한다. 그는 “일본은 지진 국가이므로, 반드시 또 한번은 (원전) 사고가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내 시간은 아직도 (2011년) 3월11일에 멈춰 있다”고 했다. 아키야마는 요즘 새벽 5시에 기상한다. 농사일을 하고, 오후 4시에 저녁식사를 한 뒤 오후 8시에 잠을 잔다. 모든 뉴스는 ‘라디오’나 ‘신문’, ‘잡지’를 통해 접한다. 그는 “우주에 갔다 온 후 시간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다”며 “지구는 46억년이나 됐지만 인간은 겨우 100살밖에 살지 못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상이 TV나 인터넷을 요구해도 나는 나 자신의 시간 감각으로 살고 싶다”며 “내 리듬에는 활자 매체가 딱 적당하다”고 덧붙였다.
미중 간 우주패권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중국 과학자들이 달 기지 건설을 위한 첫 번째 회의를 개최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2일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8일 중국 우한의 항저우과학기술대에서 100여명의 과학자가 참석한 가운데 '외계 건설 회의'가 열렸다. 중국 전역의 대학·연구기관·우주항공 기업에 속한 이들 과학자는 달 기본 인프라 건설 계획, 로봇 활용, 지구에서 달 환경 시뮬레이션 등을 포함한 넓은 범위의 주제에 대해 논의했다. 항저우과학기술대 디지털건설기술혁신센터의 딩례원 수석 과학자는 현장에서 중국과학일보에 "외계 건설은 아직 매우 초기 단계이며 이 회의의 목적은 논의를 촉진하는 것"이라면서 "결국 지구 넘어 거주지를 건설하는 것은 모든 인류의 탐구를 위해서뿐만 아니라 우주 강국으로서 중국의 전략적 요구에 필수적이다"고 밝혔다. 그는 해당 회의에서 모의 달 토양 샘플 생성을 포함해 자신의 실험실에서 최근 개발한 것들에 대해 발표했다. 딩례원의 팀은 앞서 달걀 모양의 항아리 같은 달 기지 디자인을 제안했다. 3D프린터와 레이저로 달 토양을 벽돌로 만든 후 로봇을 활용해 블록을 조립하듯 이들 벽돌을 쌓아 기지를 짓는 방식으로, 전체 구조물을 3D프린팅 하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고 덜 위험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달 기지 건설에는 물 부족, 저중력, 잦은 달 지진, 강한 우주방사선을 포함해 다양한 도전을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창장일보와의 인터뷰에서는 달 토양으로 만든 첫 번째 벽돌은 약 5년 후 달 탐사선 창어 8호의 임무 수행 기간 만들어질 것이라며 "우리는 바로 달 그곳에서 실제 달 토양으로 첫 번째 벽돌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창어 6∼8호를 아우르는 중국 달 탐사 프로젝트 4단계의 수석 설계자인 위덩윈은 과학자들이 달의 낮과 밤 기온 차를 과소평가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중국 최대 항공우주기업인 국영 중국항천과학기술그룹(CASC) 소속인 그는 "우리의 최신 데이터에 따르면 달의 최고 기온은 약 120도, 최저 기온은 영하 200도이다"라며 "이러한 격차는 예상했던 것보다 크고 현지 건설의 어려움을 가중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앞서 지난 2월 중국 저널 '심우주탐사'에 게재한 글에서 두 개 달 기지의 구체적인 디자인을 공개하며 각 기지의 이름이 '클로버'와 '홍성'이라고 밝혔다. '클로버' 기지는 달 표면, '홍성 '기지는 달 분화구용으로 설계됐으며 두 디자인 모두 우주인 3∼4명이 단기간 거주할 수 있는 4개의 객실로 구성된다. 위덩윈은 해당 회의에서 "달에 정착하기까지 20∼30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 수 있지만 우리는 지금 함께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창어 탐사선의 임무 계획표를 공개했다. 그는 창어 6호가 2025년에 발사돼 인류 역사 최초로 달 뒷면에서 샘플을 채취하고, 창어 7호는 2026년에 발사해 달 남극 분화구 바닥에서 얼음물을 찾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창어 8호는 2028년께 달에 착륙해 현지 자원 활용법을 모색하고 창어 7호와 함께 미래 달 탐사 기지 건설을 위한 핵심 기술을 시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중국은 2007년 무인 우주탐사선 창어 1호를 시작으로, 2013년 창어 3호가 달 착륙에 성공했다. 이어 창어 4호는 2018년 12월 발사돼 2019년 1월 달 뒷면의 폰 카르만 분화구에 인류 최초로 착륙했다. 2020년 12월에는 창어 5호가 월석 시료를 채취해 지구로 귀환하는 성과를 냈다. 중국이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에 탐사선을 착륙시키고 40여 년 만에 월석을 채취해 지구로 가져오는 등 성과를 내자 미국도 달 탐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 궤도 우주정거장과 월면기지를 건설하는 '루나 게이트웨이'를 추진하고 있다.
3월 24일 글로벌 로켓 발사업계에선 또 하나의 흥미로운 기록이 세워졌다. 뉴질랜드의 로켓제조사 로켓랩(Rocket Lab)이 3월 16일 미국 버지니아주 월럽스 아일랜드 우주기지에서 2개의 100㎏짜리 민간 위성을 발사한 데 이어, 1주일여만에 뉴질랜드 남섬에 있는 이 회사의 발사기지에서 2개의 민간 이미지 위성을 저궤도로 발사하는데 성공한 것이다. 2건 모두 발사된 로켓은 길이 18m짜리 일렉트론(Electron)이었다. 뉴질랜드에서 발사된 일렉트론의 1단 로켓(부스터)은 낙하산으로 바다에 떨어진 뒤 회수됐다. 올들어 평균 4.19일마다 로켓을 발사하는 스페이스X에 익숙한 이들에겐 놀랄 일도 아니지만, 사실 2006년에 설립된 로켓랩은 전세계에서 스페이스X 다음으로 로켓 발사가 잦은 우주기업이다. 소형 발사체 일렉트론은 지금까지 35회 발사돼 32번 성공했다. 작년에 6번 모두 성공적으로 발사했고, 올해는 15회 발사가 목표다. 로켓랩은 이미 소형 탑재물 발사 시장에선 ‘지배적인 플레이어’다. 이 로켓랩의 차세대 로켓은 위성 시장의 현재 트렌드인 저궤도 군집(群集)위성을 한 번에 수십 개씩 발사할 수 있는 뉴트론(Neutron)이다. 로켓랩의 재무담당 임원인 애덤 스파이스는 3월21일 한 컨퍼런스에서 “계획대로 올해 안에 뉴트론의 지상연소시험을 마치고 내년에 상용화해 팰컨 9과 직접 대결하겠다”고 밝혔다. 글로벌 로켓 발사시장의 정점(頂點)에 있는 스페이스X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머스크의 개인 기업인 스페이스X가 지난 1월 투자 라운드에서 평가 받은 회사 가치는 1370억 달러(약 177조 원). 이에 비하면, 로켓랩의 시가총액은 3월30일 현재 19억2100만 달러(약 2조4800억 원)에 불과하다. 그러나 미국의 많은 분석가들은 여러 신생 로켓기업 중에서 스페이스X에 도전할 만한 기업으로 단연 로켓랩을 꼽는다. 로켓랩의 설립자이자 CEO인 피터 벡(45)은 대학 졸업장도 없이, 독학으로 로켓의 모든 것을 마스터한 괴짜다. 2013년 그가 미국 실리콘 밸리에서 고작 500만 달러(약 6억5000만원)의 투자를 받으려고 했을 때엔 미 투자가들로부터 ‘미친 키위(crazy kiwi)’ 취급을 받았다고 한다. “스페이스X와의 가격 경쟁, 승산 있다” 로켓랩의 재무담당 임원 스파이스는 이날 “팰컨 9의 1회 발사비용은 6700만 달러이고, 로켓랩이 개발하는 뉴트론은 5000만~5500만 달러”라며 “㎏당 발사비용에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뉴트론은 팰컨9처럼 1단 로켓(부스터)이 수직으로 재착륙해 다시 사용할 수 있는 로켓이다. 그러나 저궤도까지 수송 가능한 팰컨 9의 탑재중량은 22.8톤이고, 뉴트론은 13톤이다. 단순 계산하면 팰컨 9의 kg당 발사비용이 2938달러(약 381만원)로 훨씬 낮다. 그러나 스파이스는 “뉴트론 발사에 실제 드는 비용은 2000만~2500만 달러이어서, 1회 발사때마다 50%의 이익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또 “스페이스X의 중심축이 앞으로 초(超)중량 발사체인 스타십으로 옮겨가면, 이는 뉴트론에겐 매우 유리한 조건이 된다”는 것이다. 설립자 벡이 모자를 씹어 먹어야 했던 이유 로켓랩의 현재 주력 발사체인 일렉트론은 1회용 로켓이다. 짧은 시간적 여유에도, 소비자의 발사 시점을 탄력적으로 소화해 저궤도까지 소형 위성들을 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미니·소형 위성들은 태양풍·지자기(地磁氣)폭풍에 약해 계속 쏴야 하는데다, 저궤도가 소형 군집위성들로 채워지면서 일렉트론의 수요는 늘고 있다. 그러나 탑재중량이 300㎏인 일렉트론의 1회 발사 비용은 750만 달러로, ㎏당 발사비용이 2만5000달러에 달한다. 팰컨 9(㎏당 2938달러)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아무리 유연한 발사 시점이 가능해도, 10배 가까이 더 지불할 수요가 얼마나 되겠느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일렉트론의 1단 로켓(부스터)를 회수해 재사용하면 비용을 줄일 수 있겠지만, 설립자인 피터 벡은 이렇게 작은 로켓에 재착륙을 위한 역추진 장치와 연료까지 장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그래서 2018년 그는 CNBC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재사용 로켓으로 발사한다면, 모자를 먹겠다(I will eat my hat)”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우리말로 ‘손에 장을 지지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로켓랩은 2020년 11월 낙하산으로 바다에 떨어지는 1단 로켓을 헬리콥터로 낚아채 회수하고 이어 연소시험을 하는 데 성공했다. 설립자 벡은 다음해 3월 1일 트위터에 모자를 썰어 먹는 모습을 공개했다. 로켓랩은 작년 5월, 회수한 1단 로켓이 사용된 일렉트론을 성공적으로 발사했다. 아예 바다에 빠뜨렸다가 회수하면? 일렉트론 부스터는 연료가 소진된 빈 동체도 2.2톤에 달해 낙하산을 펼치고도 시속 90㎞로 떨어진다. 이를 공중에서 헬리콥터로 회수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었다. 지상에 재착륙할 때 무게가 22톤에 달하는 팰컨 9의 1단 로켓에는 애초부터 적용할 수 없는 개념이다. 로켓랩도 작년에 몇 차례 헬리콥터 회수에 실패했다. 그래서 바다에 추락한 로켓을 회수해 재사용할 수 있을지를 검사했다. 엔진의 주요 부품과 연료를 주입하는 전기 장치는 소금물에 치명적이다. 그런데 회수된 일렉트론의 상태는 의외로 괜찮았다고 한다. 최근에는 해상 회수로 방향을 틀면서, 1단 로켓에 방수(防水) 처리를 강화했다. 로켓랩은 3월21일 바다에서 건진 일렉트론 1단 로켓의 러더퍼드(Rutherford) 엔진이 새 엔진과 동일한 조건인 200초의 연소와 수 차례의 재점화 테스트를 성공적으로 통과했다고 발표했다. “머스크의 적은 베이조스가 아니라, ‘배고픈 하마’ 뉴트론” 그러나 로켓랩이 스페이스X의 팰컨 9를 겨냥한 주력 로켓은 내년 발사가 목표인 뉴트론이다. 길이 42.8m에 총 중량이 480톤인 뉴트론은 팰컨 9과 마찬가지로, 2단 로켓과 분리된 1단 로켓이 대기권에 재진입해 지상에 수직 착륙한다. 1단 로켓 한 개를 10~20회 재사용하는 것이 목표다. 팰컨 9의 재사용 회수와 비슷하다. 뉴트론의 길이는 42.8m에 이륙시 중량은 480톤. 반면에 팰컨 9은 70m에 549톤이다. 뉴트론은 뚱뚱한 모양새다. 그래서 업계에선 “머스크의 진짜 적(敵)은 베이조스가 아니라, ‘매우 배고픈 하마(hungry, hungry hippo)’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뉴트론의 1단 로켓에 장착되는 9개의 아르키메디스(Archimedes) 엔진은 최첨단 3D 기술을 이용해 만들며, 올해 안에 지상연소시험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일렉트론의 러더퍼드 엔진도 하루에 1개꼴로 3D 제작된다. 재무담당 임원인 스파이스는 로켓랩의 발사 주문은 1년 전 2억4100만 달러에서 배로 뛰어서 현재 5억300만 달러 어치가 밀려 있다고 밝혔다. 로켓 전공학과 없어 대학 포기하고 독학 과거에 로켓 발사는 주로 정부가 주도했다. 지금은 일론 머스크나 제프 베이조스와 같은 억만장자 우주 거물(space barron)들의 몫처럼 느껴진다. 로켓랩을 설립한 피터 벡에겐 우주 거물들이 내비치는 화려함은 없지만, 스페이스X 다음 가는 로켓 발사 성공률을 갖고 있다. 뉴질랜드 남섬에서도 최남단인 인버카길의 한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난 벡은 어려서부터 별에 푹 빠져 살았다. 아버지는 이곳 천문대의 관장이었다. 헬리 혜성이 지나갔던 1986년 아홉 살이었던 벡은 학교에서 독보적인 헬리 전문가였다. 10대 시절엔 기압차(氣壓差)를 이용한 물로켓을 만들며 놀았고, 그가 읽는 책은 온통 로켓에 관한 것이었다고 한다. 1995년 대학 진학 무렵엔, 당시 로켓 전공학과가 없어서 진학을 포기했다. 그때 뉴질랜드엔 우주산업이나 전담 우주국도 없었다. 대신에 벡은 국제적인 가전 기업인 피셔 앤 페이켈 공장에 금형 제작 견습생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회사 작업실에서 밤에는 최첨단 기계와 재료를 이용해 로켓과 추진제를 실험하며 보냈다. 그때 만들었던 것이 로켓 바이크, 로켓 롤러 스케이트, 제트팩이라고 한다. 벡은 2006년 로켓의 성지(聖地)인 미국 캘리포니아와 NASA를 방문했다. 그런데 우주 미션의 비용을 현격히 줄일 수 있는 소형 발사체 개발에 아무도 관심이 없는 것을 깨달았다. 대형 우주기업들은 관료주의에 찌들었고, 소형 위성들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개조한 대형 로켓이 다른 임무로 발사될 때에 남는 여유 공간에 끼어넣기로 탑재됐다. 스페이스X의 로켓 개발은 실패를 거듭하던 시절이었다. 스페이스X의 첫 로켓 팰컨 1은 2008년 9월에 처음 성공적으로 발사됐다. 벡은 그해 뉴질랜드로 돌아와 로켓랩을 설립했다. 뉴질랜드에서 온 ‘미친 키위’ 하지만 늘 자금이 부족했고, 군사용 드론 제작과 국방 관련 주문을 받아 겨우 회사를 꾸려갈 수 있었다. 2012년 벡은 제대로 된 소형 발사체를 만들기 위해, 다시 실리콘 밸리로 날아갔다. 그러나 2010년 대 스페이스X는 재사용 로켓 개발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었고, 투자가들은 민간 로켓 제조기업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벡은 미국 매체 패스트 컴패니에 “지금 같으면 실리콘 밸리에선 로켓 회사 자금 수억 달러는 쉽게 모을 수 있지만, 사람들은 그때 500만 달러만 있으면 로켓을 만들 수 있다는 나를 뉴질랜드에서 온 ‘미친 키위’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벡은 다행히 선마이크로시스템을 설립했던 억만장자 비노드 코슬라(Khosla)와 연결됐고, 2013년 그의 벤처 회사로부터 500만 달러 이상을 투자 받았다. 코슬라가 움직이니, 여러 투자 회사들이 관심을 보였다. 2015년부터 2021년 사이 네 차례에 걸쳐 2억8000만 달러 이상의 벤처 자본을 더 모을 수 있었다. 코슬라만 2,8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로켓랩은 2018년 1월 두번째 시도에서 일렉트론을 성공적으로 발사하는 기록을 세웠다. 그러나 벡은 “로켓은 여전히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로켓 제조는 코너마다 샷건(shot gun)이 기다리고 있는 미로(迷路)를 밤에 걷는 것과 같다. 한 번만 잘못 돌면 끝”이라고 말했다. “처음부터 완벽해야” 강박적 열정 둥그러운 앳된 얼굴에 고수머리인 벡은 겉모습과 다르게, 일 중독자다. 직원들은 “벡은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자기처럼 활기가 넘치지 않으면 좌절한다”고 말한다. 벡은 “내 기대치는 매우 높다”며 “스트레스 없이 오전8시에서 5시까지 일하면서, 이 회사가 이룬 규모에 도달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불확실성이 특히 많이 존재하는 로켓 제조에서도 처음부터 최선을 다해 최대한 완벽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벡은 “로켓에선 오류를 허용할 수 있는 여유가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벡은 “시작 단계에서부터 신뢰도가 떨어지는 로켓이 나중에 나아지기를 기대해선 안 된다”며 “설계 단계에서부터 100% 신뢰도를 갖춘 로켓을 제조해야 한다. 그래도 현실을 고려하면, 100% 신뢰할 수 있는 로켓이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시시콜콜한 것까지 간섭하는 ‘마이크로매니저’라는 비판에 동의하면서, 이는 신생 기업에선 불가피한 측면이 있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어 말했다. “로켓 산업은 잔인한 산업입니다. 항상 물리와 싸워야 하고, 몇 달 동안 제작한 로켓이 살아 있는 동안은 160초뿐이에요. 이게 궤도 발사체가 아니라, 거대한 불꽃놀이로 바뀌는 데에는 아주 작은 실수 하나면 충분합니다.”
영국의 억만장자 리처드슨 브랜슨이 75%의 지분을 보유하며 1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던 소형 위성 발사체인 버진 오빗(Virgin Orbit)가 지난 3일 미국 델라웨어주 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챕터 11)을 했다. 파산보호 신청은 우리나라의 법정관리와 비슷하게 법원의 감독을 받으며 마지막 회생(回生) 노력을 하는 제도로, 이제 버진 오빗은 인수자를 기다리며 100명가량의 필수 직원이 남아 회사를 꾸려가는 처지가 됐다. 끝내 회생에 실패하면 청산(淸算) 절차를 밟는다. B747-400 점보 여객기에 장착한 소형 로켓을 공중에서 발사하는 버진 오빗은 2021년 12월 30일 미국 나스닥 시장에 처음 상장될 때만 해도 40억 달러(약 5조2427억 원)짜리 회사로 평가됐다. 그러나 불과 15개월 뒤인 3월 15일 비용 절감을 위해 일시적인 운영 중단을 발표했고, 3월31일 전체 인력의 85%인 675명을 해고했다. 주가는 4일 현재 15센트(약 200원)까지 떨어졌고, 회사 가치는 5021만 달러(시가총액 기준·약 658억 원)로 추락했다. 버진 오빗이 현재 보유한 현금 자산은 70만 달러에 불과하다. 브랜슨은 직원 퇴직금 및 감원에 따른 비용을 위해 1090만 달러를 투입했고, 버진 오빗 지분의 75%를 갖고 있는 버진 인베스트먼츠 사는 인수자가 나타날 때까지 운영자금 3160만 달러를 빌려주기로 했다. 작년 1월 초, 뉴욕 맨해튼의 타임스스퀘어에 21m짜리 공중 발사 로켓인 런처원(LauncherOne)을 전시하고 기업공개(IPO)를 축하했을 때와는 사뭇 다른 현실이다. 한때 소형위성을 신속하게 발사할 수 있는 비즈니스로 주목받던 버진 오빗에선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버진 오빗은 분기별로 5000만 달러씩 까먹고 있었다. 반면에 로켓 발사는 1년에 두 차례에 불과했다. 우주산업 분석가들은 “이 같은 로켓 발사 빈도(cadence)로 수익을 창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버진 오빗에게 흑자 전환의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었던 지난 1월 9일 영국 콘월 우주기지에서 있었던 발사는 2단 로켓이 궤도 진입에 실패하면서 공중에서 불타버렸다. 버진 오빗이 런처원 로켓을 개발하는 데 쓴 돈은 10억 달러(약 1조3142억 원)가 넘는다. 하지만, 기업의 몰락에 쐐기를 박은 콘월 기지 발사 실패를 초래한 것은 불과 100달러짜리 연료 필터의 이탈이었다. 대형 여객기 뜰 활주로만 있으면 발사 가능한 로켓 버진 오빗의 런처원은 ‘우주 소녀(Cosmic Girl)’라 부르는 B747-400를 개조한 여객기의 동체 하단에 부착돼 고도 10㎞까지 오른 뒤에, 분리돼 발사되는 2단 로켓이다. B747이 이·착륙할 수 있는 길이의 활주로만 있으면, 어느 나라에서든 신속하게 로켓을 발사할 수 있다. 비행기를 이용한 공중 발사 로켓은 버진 오빗이 처음은 아니었다. 1990년 5월 미국의 오비털 사이언스(Orbital Sciences)는 B-52를 통해 페가수스(Pegasus)라는 로켓을 발사하는데 성공했다. 오비털 사이언스는 이후 미국의 방산(防産)·우주기업인 노스럽 그러먼 사에 인수됐고, 페가수스는 지금까지 45차례 발사돼 소형위성을 저궤도에 올렸다. 그러나 버진 오빗은 이보다 훨씬 싼 비용에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했다. 브랜슨은 2019년에 “버진 오빗은 전쟁으로 위성이 파괴돼도, 24시간 내에 교체 위성을 발사할 수 있는 세계 유일한 로켓 기업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다. 또 작년 10월 중순, 이 회사의 CEO 댄 하트는 파이낸셜 타임스(FT)에 “저궤도에 소형위성을 안착시키는 것이 안정화되면, 런처원에 3단 로켓을 장착해 저궤도보다 훨씬 높은 중궤도ㆍ지구정지궤도까지 위성을 쏴 올리겠다”고 말했다. 런처원 로켓은 2020년 5월25일 처음 궤도에 진입하는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수시로 저궤도의 위성들을 교체 발사해야 하는 각국 군(軍)당국과 소형위성 운영사들이 주목했고, 작년말까지 밀린 발사 주문량은 1억4300만 달러에 달했다. 1년에 고작 두 번 꼴로 발사…만성적인 현금 부족 미국 캘리포니아주 롱비치에 본사를 둔 버진 오빗은 2021년 1월 큐브샛 10개를 저궤도에 진입시킨 것을 시작으로, 작년 7월까지 4차례 연속으로 런처원 발사에 성공했다. 지금까지 33개의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 모두 캘리포니아주의 모하비 항공우주기지에서였다. 그러나 소형위성 발사에 특화됐다고는 하나, 발사 빈도가 너무 미미했다. 여러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했다. 예상과는 달리, 탄력적인 발사 일정을 활용할 미 국방부의 ‘전술적’ 소형위성 발사 수요가 많지 않았다. 또 여객기 날개에 붙어 이륙하는 런처원은 스페이스X의 로켓들에 비해, 전체 탑재용량이나 신뢰도 면에서 떨어졌다. 미 경제전문 방송인 CNBC는 3일 “반기(半期)에 5000만 달러가 소요되는 운영 비용을 상쇄하려면 연간 12번 이상의 발사가 이뤄져야 했다”고 분석했다. CEO인 댄 하트도 기업 공개 때 “2022년엔 7번 발사하겠다”고 했지만, 작년 발사 건수도 전년(前年)과 같은 2회에 그쳤다. 또 나스닥 상장을 통한 신규 자금 유입은 기존 투자가들이 보유 주식을 현금화하면서 2억2800만 달러에 그쳤다. 애초 예상은 4억8000만 달러 규모였다. 자매 회사인 우주여행 전문 기업인 버진 갤럭틱과 버진 인베스트먼츠가 투자와 채권 발행을 통해 지금까지 10억 달러 이상의 자금을 부었지만, 버진 오빗은 늘 현금이 부족했다. 결국 버진 오빗은 “열기와 혁신적인 테크놀로지만으로는 상응하는 멋진 기업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우주산업에서 종종 있는 얘기의 되풀이”(CNBC 방송)가 됐다. 우주산업 분석기관인 유로컨설트(Euroconsult)의 전문가 맥심 퓨토는 FT에 “영국의 콘월 우주기지로 발사 장소를 옮긴 것도 실책이었다”고 말했다. 그때까지 버진 오빗은 런처원을 미국 모하비 기지에서만 발사했다. 퓨토는 “4차례 발사에 성공하고 추가로 바로 투자금을 끌어 모았어야 했는데, 버진 오빗은 국제 고객들을 겨냥해 영국에서의 역사적인 발사라는 이벤트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이게 성공하면, 일본·브라질·호주·중동 지역의 기존 민간 공항에서 런처원 수요가 늘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 정부도 영국에서 처음 있는 로켓 발사를 통해, 위성 제조에서부터 로켓 발사에 이르기까지 전(全)과정에서 우주강국이 되겠다는 꿈을 키웠다. 영국우주국(UKSA)는 콘월 뉴키 공항을 저궤도 위성 발사의 허브(hub)로 만들기 위해 2100만 파운드(약 343억원)을 투자했다. 그러나 1월의 콘월 기지 발사는 실패했고, 잠재적인 고객과 투자가들에겐 최악의 홍보가 됐다. FT는 “버진 오빗은 발사체 외에, 위성 추적 데이터 수집, 탑재물량의 통합 능력, 위성의 교체와 수리에 필요한 위성 주변 방사선·압력·온도 측정 등의 지상 지원 서비스도 부족했다”며 “결국 사업성 없는 상품이었다”고 비판했다. ”100달러짜리 부품이 개발비 10억 달러 프로젝트 망쳐” 버진 오빗의 추락에 쐐기를 박고, 글로벌 우주파워로 도약하려는 영국의 추진력을 떨어뜨린 것은 100달러짜리 연료 필터였다. CEO 댄 하트는 2월7일 캘리포니아주에서 열린 소형위성 컨퍼런스에서 “초기의 모든 조사는 연료 필터 이탈을 원인으로 꼽고 있다”며 “조립 때에 분명히 있었던 필터가 고도 110 마일(177㎞) 상공에서 2단 로켓 엔진이 점화됐을 때에 없었다. 엔진이 과열된 어느 순간에서 이 필터가 떨어져 나갔고, 로켓이 변칙 작동(anomaly)했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를 망가뜨린 것은 100달러짜리 부품이었다”고 말했다. 작년 9월에 이미 1억5350만 달러의 빚이 쌓였던 버진 오빗은 네 번의 성공에도, 한 번의 실패로 3월15일 운영 중단을 선언해야 했다. ‘우주 공장’을 꿈꾸던 스타트업 스페이스 포지(Space Forge)사의 큐브샛을 비롯해 런처원에 탑재됐던 위성 9개도 사라졌다. 집행력 결여…우주산업에서 느린 보잉 출신 임원 다수 일부 분석가들은 34년 보잉에서 재직했던 CEO 댄 하트를 비롯해, 최고전략임원, 최고운영임원이 모두 보잉사 출신인 것도 버진 오빗의 몰락에 일조했다고 말한다. 스페이스X의 드래곤 캡슐이 2020년 11월부터 국제우주정거장(ISS)에 6차례 우주인을 보내는 동안에, 스페이스X와 함께 NASA와 개발 계약을 맺은 보잉의 유인(有人)우주선 스타라이너는 올해 7월 이후에야 첫 시범 운행을 한다. 익명의 직원들은 CNBC에 “부서마다 성(城)을 쌓고 협조가 안 돼 일정 조율도 엉망이고, 직원 500명일 때나 750명일 때나 로켓 발사는 1년에 두 건이었다” “유효 기간이 짧은 고가(高價) 부품을 로켓 10여 개 만들 만큼이나 주문하고선 1년에 2개만 제조해, 원자재 값만 수백만 달러 날렸다”고 말했다. 사내 의사소통 채널도 엉망이었다. 3월15일의 운영 중단도 CEO 하트는 인터넷 가상 회의에서 발표했고, 직원들은 3월 말의 직원 75% 해고 방침도 사내 입소문으로 알았다. 당시에도, 롱비치의 본사 공장 곳곳에선 6개의 로켓이 제조 단계에 있었다.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적잖은 우주 기업들이 파산보호 신청을 통해 새 주인을 만나고 회생한 것도 사실이다. 지난달 26일 인도 발사체를 통해 36개의 위성을 쏴 올리면서, 지구 전체를 커버하는 총 618개의 위성군집 네트워크를 완성한 광대역 위성인터넷 서비스 기업인 원웹도 한 예다. 그러나 분석가들은 “전세계에 수십 개의 소형 발사체 기업이 존재하는데, 누가 또 로켓 제조·발사 기업을 살지는 의문”이라고 말한다. CEO 하트는 “우리는 첨단 발사기술을 보유하고 있어 큰 매력이 있다”고 말했지만, 지난 1월의 발사 실패는 이 주장의 신뢰성도 떨어뜨렸다. 분명한 것은 리처드슨은 더 이상 버진 오빗에 투자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리처드슨의 최우선 우주 관심사는 ‘여행’이다. 로켓 기업 버진 오빗도 애초 리처드슨의 우주여행 기업인 버진 갤럭틱에 투자한 UAE 투자펀드 아바르(Aabar)의 아이디어였다. 아바르 측은 갤럭틱에 대한 투자 조건으로 갤럭틱이 위성 발사와 유인 우주선 능력을 갖출 것을 요구했다. 버진 갤럭틱은 이렇게 시작한 버진 오빗을 2017년 갤럭틱에서 분사(分社)했고, 지금도 버진 오빗의 지분 14%는 아바르를 합병한 UAE 투자펀드 무바달라(Mubadala)가 갖고 있다. 버진 오빗의 한 임원은 FT에 “금융적으로도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발사 빈도에 근접하던 시점에서 멈춰야 한다는 것이 슬프다”면서도 “우주는 어렵고, 매우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곳”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