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우주비행사가 라마단(이슬람교 금식 기간) 때 우주에 간다면, 이때도 금식을 해야 할까. 무슬림의 5대 의무 중 하나인 라마단(Ramadan)은 한 달간 이뤄지는 금식 행사다. 식사는 물론 물도 금지된다. 올해는 4월13일부터 5월12일까지 진행된다. 2월말 우주선을 타고 6개월간 우주로 떠날 아랍에미리트(UAE) 우주비행사 술탄 알나이야디(41)는 "금식을 깰 수 있다"고 답했다. 알나이야디는 25일(현지시각) 미국 휴스턴에 위치한 존슨우주센터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라마단 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는 기자 질문에 "금식이 필수는 아니다"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만약 몸이 좋지 않다면, 중단할 수 있다. 금식이 의무 사항은 아니다. 임무 수행을 위태롭게 하거나 동료들이 위험에 처하는 상황에선 충분한 음식을 섭취할 수 있다"고 했다. 알나이야디는 우주비행사 스티븐 보웬(미국 ·58), 워렌 호버그(미국·37), 안드레이 페다예프(러시아·41)와 다음달 26일 우주탐사기업 '스페이스X'의 우주선 드래곤 크루-6을 타고 국제우주정거장에 간다. 이후 6개월간의 우주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알나이야디는 우주로 여행하는 두 번째 무슬림이다. UAE 첫 남성 우주인은 군 조종사 출신인 하자 알만수리 공군 대령이다. 그는 2019년 9월 국제우주정거장에서 8일간 머무른 뒤 귀환했다. 정치적 긴장감 속에, 미·러 우주인 함께 떠난다 이날 기자회견에서는 다소 민감한 질문도 나왔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미국과 러시아 간 정치적 긴장감이 우주까지 영향을 미치냐는 것이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 소속인 스티븐 보웬은 "지금까지 20년 이상 러시아 우주비행사들과 함께 훈련했고, 항상 좋았다"고 했다. 이어 "우주에 도착하면 우리의 목적은 같다"고 덧붙였다. 안드레이 페다예프는 러시아와 미국의 오랜 우주 협력 역사를 짚으며 문제 없다고 강조했다. 나사에 따르면 이들은 작년 10월 '드래곤 크루-5'를 통해 정거장에 온 우주비행사 4명으로부터 5일간 인수인계를 받을 예정이다.
세계 각국이 인공위성 발사 경쟁에 열을 올리는 탓에 몇년 뒤면 밤하늘의 별 관측이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28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텔레그래프는 현재 지구 궤도를 도는 인공위성이 8천여 개로, 2019년과 비교해 4배로 증가했다며 "이 숫자는 향후 수십년간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론 머스크의 우주 탐사 기업 스페이스X가 인터넷망 구축을 위한 군집위성 4만4천개를 쏘아올릴 계획인 것을 비롯, 전세계적으로 약 40만개의 저궤도(LEO) 위성이 승인된 상태다. 각종 금속물질로 매끈하게 뒤덮인 인공위성은 햇빛을 지구로 반사시키는데, 이는 광학 망원경을 통한 천문학자들의 천체 관측에 방해가 된다. 인터넷 신호를 쏘는 위성의 경우 전파 망원경 작동에도 문제를 유발할 수 있다고 텔레그래프는 지적했다. 미국 데이비스 캘리포니아대학(UC 데이비스)의 토니 타이슨 물리·천문학과 교수는 "2030년 어두운 곳에 가서 하늘을 올려다보면 매우 섬뜩한 광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움직이는 인공위성으로 하늘이 가득할 것이며, 캄캄한 하늘에서도 육안으로 볼 수 있는 별은 아주 적을 것"이라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이와 관련, 지난주 영국 왕립천문학회(RAS)와 영국우주국(UKSA)은 '어둡고 고요한 하늘'을 주제로 긴급 회의를 소집하고 관련 규제 필요성을 촉구했다. 로버트 매시 RAS 부국장은 "세계는 우주공간 사용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을 목도하고 있다"며 "2030년까지 수십만개의 인공위성을 볼 수 있다는 것이 실제 예측"이라고 말했다. 매시 부국장은 "이런 하늘에서는 외계 문명이 지구로 신호를 보내온다 한들 이를 감지하는 것이 어려워진다"며 "인공위성의 움직임은 자연 경관을 파괴하는 문화적 문제이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칠레 중북부의 산악지대에 설치된 베라 루빈 망원경, 미국 항공우주국(NAS)이 운영하는 허블 망원경 등은 이미 인공위성으로 인해 천체 이미지를 제대로 촬영하지 못하는 문제를 겪고 있다. 이들 인공위성이 작동을 멈추고 대기권 안으로 재진입하며 연소할 때 발생하는 불길도 문제다. 스페이스X 등 위성 업체들은 이런 가능성에 비해 코팅과 같은 기술적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지만, 효과는 아직 미지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인공위성 숫자 자체를 제한하고, 작동을 멈춘 위성을 궤도에서 제거하는 것을 발사 업체에 의무화하는 등 국제적인 규제 도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고 텔레그래프는 전했다.
미 항공우주국(NASA)의 달 복귀 계획인 아르테미스 프로그램 5단계가 시작하는 2028년쯤 우주인들은 달 남극에 기지를 구축하고 본격적으로 활동하게 된다. 이에 따라, 북미의 우주항공, 자동차 기업들 간에는 우주인들이 이 시기에 달표면에서 쓸 차량의 개발이 한창이다. NASA가 아르테미스에서 계획하는 달 유인(有人) 차량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우주정거장ㆍ달 기지처럼, 지구와 유사한 기압 상태가 유지되는 여압(與壓) 차량이다. 우주인 2명이 한 달 간 먹고 자면서, 먼 곳까지 탐험할 수 있는 ‘캠핑 카’이자 거주 공간 개념의 차량이다. 필요한 경우에만, 수트도크(suitdock)를 통해 선외(船外)우주복(EMU)을 착용하고 차량 밖으로 나간다. 현재 계획으론 2030년 아르테미스 7단계에서 필요하다. 또 다른 하나는 우주인들이 우주복을 착용하고 운전하는 달 지형차량(Lunar Terrain Vehicle·LTV)이다. NASA는 아폴로 15~17호(1971년 7월~1972년 12월) 때 최초의 LTV라 할 ‘문 버기(Moon Buggy)’를 사용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월면차(月面車)는 배터리 수명이 수 시간에 불과했다. 새로운 LTV는 일교차가 300°C에 달하고 낮과 밤이 2주 넘게 번갈아 지속되는 달 남극의 극한 상황 속에서 작동해야 한다. NASA는 2028년 8월 이전에 LTV를 착륙 지점에 미리 보내, 우주인들이 도착하자마자 사용할 수 있게 한다는 계획이다. 미ㆍ일, 애리조나 사막에서 여압 차량 공동 테스트 작년 10월 중순, NASA는 미국 애리조나주 북부의 용암(熔岩) 지대에서 2주간 달 모의(模擬) 차량을 테스트했다. NASA는 지형과 지질학적 요인뿐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단절 측면에서도 우주인이 달에서 맞는 상황과 흡사한 이곳에서 1960년대부터 우주인들을 훈련시켜왔다. NASA의 사막리서치기술연구팀(D-RATS)이 진행한 이 테스트에는 우주인들과,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엔지니어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낮에는 차량을 운전하고 내부에서만 생활하면서 여압 차량에 필요한 기능들을 점검했고, 밤에는 스포트라이트에만 의존해 문워크(moonwalk) 훈련을 했다. 3mⅹ5m 크기인 이 테스트 차량은 2005~2009년 애초 NASA가 달에 복귀하려고 했던 컨스털레이션(Constellation) 프로그램 때 만든 것이다. 여압 능력은 없지만, 작은 돌과 바위가 많은 달표면에서 시속 10㎞로 달릴 수 있게 제작됐고 화장실도 갖췄다. 독립적으로 구동하는 6개의 바퀴로, 게처럼 옆으로 이동할 수 있고 제자리에서 180도 회전도 가능하다. 각각 NASA 우주인 2명과 JAXA 엔지니어 1명으로 구성된 두 팀은 48시간씩 교대로 이 차량에서 생활했다. 테스트 요원들은 밤에만 문워크 훈련을 위해 차량 밖으로 나오는 것이 허용됐고, 모든 것을 차 안에서 해결했다. JAXA 엔지니어들은 조이스틱으로 이 차량을 운전하며, 현재 JAXA가 개발 중인 여압 차량에 필요한 경험과 데이터를 쌓았다. 미션 책임자인 마크 레이건은 미국 PBS 방송을 비롯한 언론에 “최소 한 달 간 생활해야 하는 차량의 크기와 내부 구성 요소, 조이스틱ㆍ휠(wheel) 운전 방식의 장단점 등을 판단하고 우주인이 맞게 될 도전적 상황을 예상하기 위한 테스트”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달의 남극은 충돌구가 많고 지형의 고저가 심하다. 낮이 지속되는 시기에도 태양은 낮게 떠, 길고 깊은 그늘이 진다. 이런 상황에서 모의 차량에 장착된 큰 창문은 운전에는 도움이 되지만, 로켓의 탑재중량엔 부담이 된다. 그렇다고, 차량 외부에 장착된 카메라에 연결된 스크린만 보고 운전하기도 쉽지 않다. 또 착륙 후보지 중 한 곳인 섀클턴 충돌구의 깊이는 4.2㎞로, 그랜드캐년에서 가장 깊은 곳(1.8㎞)보다도 훨씬 깊다. 영상 데이터를 간섭하고 소프트웨어의 오작동을 일으키는 우주 방사선의 피해를 최소화하며 여압 차량의 통신망을 구축하는 것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NASA, 우주복 입고 모는 LTV 제작은 민간 기업에 맡겨 한편, NASA는 우주인들이 선외(船外)우주복(EMU)을 입고 달표면을 주행하는 LTV(달지형차량)은 민간 기업들에게 발주(發注)한다. 이미 수 차례 이 LTV에 들어가야 할 구체적인 성능과 제원(諸元)에 대해 기업들과 논의했고, 올해 상반기에 최종 제안요청서를 발표할 계획이다. 달 남극에서 사용하는 LTV는 지구는 물론, 아폴로 시절에 문 버기가 달렸던 너른 분지와도 다른환경을 고려해 제작돼야 한다. 중국이 2013년 12월에 착륙시킨 무인 로버 유투(玉兎)-1은 낮이 계속되는 기간(lunar days)에도 일교차를 견디지 못해, 이틀만에 고장 났다. 또 최대 3주까지 계속되는 달 남극의 밤 기간을 버틸 수 있는 태양광 패널과 연료 전지를 갖춰야 한다. 태양과 우주에서 쏟아지는 방사선은 차량 기능을 손상시키고 민감한 전자 장비를 망가뜨린다. 지구 중력의 6분의1밖에 안 되는 달에선 차량의 서스펜션과 제어 측정 장치들도 모두 계산이 달라져야 한다. NASA가 원하는 대략적인 LTV 성능 NASA가 2021년 8월에 밝힌 LTV에 대한 개략적인 성능 조건은 이렇다. 달표면에서 8시간, 영하 180°C 이하까지 내려가는 충돌구의 영구 음영지역에서도 2시간 이상 가동돼야 한다. 태양광 패널과 연료 전지는 해가 전혀 없는 기간에도 최소 150시간 가동돼야 한다. 1회 충전으로 20㎞, 최고 시속 15㎞으로 주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 우주인 없이, NASA의 미션 통제센터와 달궤도의 루나 게이트웨이에서 LTV에 원격으로 과학 탐사활동을 지시할 수 있어야 한다. NASA가 원하는 기본 수송 능력은 2명의 우주인과 과학 탐사 장비 등 800㎏. NASA는 구입한 LTV를 10년간 사용한다는 계획이다. 자동차·우주항공·타이어 기업들이 뭉쳤다 NASA가 LTV의 최종 제안요청서를 내지도 않았는데, 많은 북미 지역 기업들은 이미 콘소시엄을 구성했고 콘셉트카 개념도를 내놓았다. 아폴로 프로그램의 전기차 문 버기를 제작했던 제너럴 모터스(GM)과 우주항공기업인 록히드 마틴은 국제우주정거장에 로봇팔을 제공한 캐나다의 MDA와 한 팀을 이뤘다. GM에서 LTV 제작팀을 이끄는 제프 보그트는 “극한의 조건에서도 잘 작동하는 배터리와 달과 같이 일관성 없는 지형에서도 잘 달리는 차량을 제작하는 기술들은 지구에서도 활용도가 높다”고 밝혔다. 그는 달의 중력을 고려하지 않고 지구에서 쓰는 차량의 서스펜션을 장착하면 마치 트럭을 타는 느낌이 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중력은 줄어도 질량은 달라지지 않아, 관성은 LTV 제작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포인트다. 달표면의 오르막길에서 가속 페달을 힘있게 밟으면, 차량은 붕 뜬다는 것이다. LTV는 최악의 눈 폭풍 속에서 빙판 위를 운전하는 것처럼 아주 부드러운 가속과 방향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GM의 컨셉트 카는 과거 문 버기의 좌석에 달의 흙가루인 레골리스(regolith)가 달라붙었던 것을 감안해, 좌석이 앞바퀴 위쪽으로 배치됐다. 우주항공기업 노스롭 그루먼과 루나 아웃포스트, AVL, 에비에이션도 2021년 11월 컨소시엄을 출범했다. 과거 우주왕복선의 바퀴를 제작했고 에어리스(airless) 타이어를 만드는 미쉐린도 합류했다. 노스롭이 디자인을 주도하고, 자율 주행과 전기 배터리 시스템 기술을 갖춘 AVL과 열(熱)에너지·먼지 제거 기술에 특화된 루나 아웃포스트, 작년 9월에 전기 비행기를 선보인 에비에이션 등이 각각의 전문성을 보탠다. 또 아폴로의 마지막 달 착륙선이 된 16호와 17호에서 직접 달을 밟았던 생존 우주인(87세) 2명이 이 콘소시엄에 자신의 달 경험을 조언한다. NASA 산하의 제트추진연구소(JPL)과 민간기업 스페이스X 출신 엔지니어들과 NASA 우주인이 세운 벤튜리 애스트로랩은 이미 달 지형에서 운행이 가능한 플렉스(FLEX)라는 이름의 LTV 모델을 제작했다. 작년 3월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데스 밸리 인근 사막에서 캐나다 우주인 출신의 엔지니어 등 2명이 5일간 테스트 드라이브도 했다. 또 플렉스가 원격 로봇 차량으로 작동하는 모습도 선보였다. 이 회사는 “아르테미스 5단계부터는 매달 수백 톤의 화물이 달에 도착하게 돼, LTV는 어떤 종류의 화물도 바로 탑재해 수송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우주·항공·국방 분야의 전자 장비와 센서, 통제 장치에서 특화된 복합기술 기업인 텔레다인 브라운도 작년 4월에 닛산 북미 법인, ISS로 우주인과 화물을 태워 보내는 드림 체이서(Dream Chaser)를 개발 중인 시에라 스페이스, 여객기 견인차량과 오프로드 레저 차량과 같은 특수 차를 만드는 텍스트론과 콘소시엄을 구성했다. 작년 9월엔 일본의 타이어 회사인 브리지스톤도 합류했다. 현대·기아차도 작년 7월, 6개 국내 연구기관과 함께 파트너십을 맺고 달표면에서의 모빌리티 솔루션을 개발하겠다고 발표했다. 현대·기아차의 비밀 병기는 자율 보행 로봇에서 탁월한 실력을 갖춘 보스턴 다이내믹스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일본 JAXA는 토요타와 함께 ‘루나 크루저’라고 이름 붙인 여압차량을 개발하고 있다. 전기차인 토요타 미라이에서 쓰는 수소연료 전지가 들어가며, 우주인 2명이 14일간 생활할 수 있는 차량이다. 이 차량에는 기타이 사의 로봇팔이 장착된다. 일부에선 작년 5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일(訪日) 때 토요타의 ‘루나 크루저’ 모형 앞에서 미·일 양국의 아르테미스 협력을 강조한 것을 두고, NASA가 JAXA·토요타와 협력해 아르테미스 7단계에서 쓸 여압 차량을 제작할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NASA는 형상기억합금으로 된 촘촘한 망(網) 형태의 타이어 제작 등 자체적으로도 LTV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인생은 길다, 1인자보다 빛나는 2인자 영화 ‘아마데우스’에서 살리에르는 모차르트의 빛나는 재능을 질투한다. 삼국지에서 적벽대전의 영웅 주유는 제갈량과의 지모대결에서 밀리자 “왜 하늘은 나를 낳고, 제갈공명을 낳았는가”라며 죽기 전 탄식했다. 역사적 사실과는 거리가 있는 작화된 이야기이긴 하지만, 이렇듯 1인자에게 가려진 2인자의 삶은 슬프고 운명적이다. 그러나, 여기 한 사나이가 있다. 인류 최초로 달을 밟는 퍼스트맨의 영광을 빼앗겨 술독과 우울증에 빠졌지만, 시련을 딛고 일어나 우주 전도사가 된 버즈 올드린(Buzz Aldrin)이다. 6·25 참전용사, 우주인이 되다 그의 정식 이름은 에드윈 유진 올드린 주니어이다. 별명인 ‘버즈’가 더 유명한데, 그가 어렸을 적 누이가 브라더(Brother)를 버저(Buzzer)로 잘못 부르는 것을 가족들이 줄여서 버즈라고 지은 데서 유래해 훗날 개명까지 했다. 올드린은 1930년 미국 뉴저지주의 명문가에서 태어나 미 육군사관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공군에 들어가 조종사 생활을 했다. 그는 6·25 참전 용사였는데, 공군 파일럿으로 출격해 소련 전투기 두 대를 격추하기도 했다. 그는 뛰어난 비행조종 능력뿐 아니라 훌륭한 과학자이기도 했다. 1961년엔 미 명문 MIT에서 유인 궤도 랑데부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1963년 NASA(나사·미 항공우주국)에 들어가게 되었다. 당시의 그는 조앤이라는 배우자(다섯번 데이트하고 결혼)와 마이클·제닛·앤드류 세 자녀가 있었다. 만 39세에 아폴로 11호 달 착륙선 조종사로 1961년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인류 최초로 우주 비행에 성공하자, 미국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고 냉전에서 승리하기 위해 달 착륙에 올인하기 시작했다. 달 탐사를 위한 우주인이 선발되었고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1969년 아폴로 11호가 발사되었다. 11호 대장인 닐 암스트롱은 총지휘를, 버즈 올드린은 달 착륙선 조종을, 세 번째 우주인 마이클 콜린스는 달 착륙선의 도킹을 기다리며 달의 궤도를 도는 사령선 조종을 맡았다. 원래는 버즈 올드린이 달을 밟는 최초의 인간이 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NASA는 달 착륙선의 조종사인 올드린이 먼저 내렸다가 뒤에 사고가 발생하면 귀환 자체가 힘들어진다는 이유를 들며 암스트롱을 퍼스트맨으로 결정했다. 일설엔 NASA가 암스트롱의 과묵함, 절제력, 겸손한 성품을 높이 샀기 때문이라고 한다. 1969년 7월 20일 일요일 오전 9시56분, 암스트롱과 올드린이 탄 이글호(아폴로 11호의 달 착륙선)가 달 표면의 고요의 바다에 착륙했다. 먼저 암스트롱이 선실 바닥의 작은 출입문을 통해 기어나갔다. 공기도 없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어떤 생명체도 없는 그곳으로. 올드린은 19분 후 암스트롱의 뒤를 따라 내렸다. 그는 달에 성조기를 꽂는 등 임무를 수행했고, 암스트롱은 그를 사진으로 찍었다. 그 유명한 달 착륙 우주인 사진도, 달 표면에 찍힌 발자국도 모두 올드린이 주인공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암스트롱으로 기억하고 있다. 어쩔 수 없는 2인자의 비애라고나 할까. 달 위에서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올드린은 다음과 같은 방송을 했다. “나는 달 착륙선 조종사입니다. 나는 이 기회에 여러분께 한 가지 부탁드리려고 합니다. 이 방송을 듣는 당신이 어디에 있는 누구이든 상관없이 하던 일을 잠시 멈추시고 지난 몇 시간 동안 일어난 일을 생각해보고 각자 나름대로 감사드릴 것을 요청합니다.” 그리고 그는 인류 최초로 달에서 성찬식을 조용히 거행했다. 성찬식이란 최후의 만찬 때 그리스도가 자신의 죽음을 기념하며 살의 의미하는 빵과 피를 의미하는 포도주를 나누는 의식이다. 물론 종교적 논란을 의식해 그 후 몇 년간 아내에게조차 비밀로 했지만. 그는 딸에게 최고의 선물을 한 아빠이기도 했다. 딸의 이름을 달 표면에 새겼는데, 대기의 흐름이나 지각 활동이 없는 달의 특성 때문에 그 글씨는 운석이 떨어지지 않는 이상 지워지지 않는다. 즉 딸의 이름을 달에 영원히 새긴 것이다. 올드린은 달에서 인류 최초의 성찬식을 행했을 뿐 아니라, 최초로 음주(성찬식 때 포도주)를 했고, 최초로 소변을 봤으며, 우주에서 최초로 셀카를 찍기도 했다. 달에 다녀온 후, 방황이 시작됐다 지구로 귀환하자, 사람들의 시선은 닐 암스트롱에게만 향했다. 아폴로 3인방은 25개 나라를 누비며 환영행사를 펼쳤는데, 어디를 가든 인류 최초 타이틀을 가진 암스트롱에게만 질문이 쏟아졌다. 이에 버즈 올드린은 크게 상심했고, 다시 달에 보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혹시 모를 사고를 우려한 미 정부는 절대 허락하지 않았다. 열등감과 상실감으로 괴로워하던 그는 1971년 나사를 떠났고, 2년 뒤엔 든든한 지지자였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가정에도 문제가 생겨 아내와 이혼을 했고, 급기야 알코올 중독에 빠졌다. 토이스토리 주인공 ‘버즈’의 모티브가 되다 하지만 버즈 올드린은 잊혀지지 않았다. 그는 지인들의 지지와 응원 속에 알코올 중독을 극복해냈고, 우주정거장에 관한 특허를 내고 자서전을 쓰며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엄청난 유명세에 압박감을 느껴 교수생활을 하며 사실상 은둔생활을 하던 암스트롱과는 정반대 행로를 걸었다. 특히 세계적 흥행을 한 애니메이션 영화 ‘토이스토리(1995년작)’에서 버즈 올드린을 모티브로 만든 캐릭터 ‘버즈 라이트이어(buzz lightyear)’는 그를 어린이들의 영웅으로 떠오르게 했다. 사실 암스트롱만 부각하는 다른 나라들과 달리, 미국에선 자랑거리인 달 착륙의 역사를 깊이있게 다루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아폴로 11호 우주인들에 대해 잘 알고 친숙하게 여긴다. 미 교과서와 아동용 과학책들은 암스트롱만큼은 아니어도 올드린에 대해서도 자세히 다룬다. 토이스토리의 ‘버즈’를 보고 대다수의 미국인이 버즈 올드린을 떠올릴 수 밖에 없다. 그는 영화 ‘트랜스포머3:다크 오브 더 문’에 카메오로 나왔고, 시트콤과 TV토크쇼·다큐멘터리에 출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지금까지 이어가고 있다. 달 착륙은 암스트롱에 가려진 2인자였지만, 달과 우주에 대한 홍보는 1인자를 앞선 ‘위대한 2인자’였다. 달 착륙은 2번째, 결혼은 4번째 버즈 올드린은 현재 아폴로 11호 3인방 중 유일한 생존자다, 닐 암스트롱은 2012년 사망했고 사령선 조종사였던 마이클 콜린스는 2021년 세상을 떠났다. 올드린은 최근 서른살 연하인 오랜 연인과 4번째 결혼 소식을 전했다. 그는 트위터에 "93세에 나의 오랜 사랑인 포르 박사와 결혼했다는 사실을 알리게 돼 기쁘다"고 썼다. 인류 최초로 달을 밟고 싶어했던 사나이답다고나 할까. 여하튼 대단한 노익장이다.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통해 인류가 반세기만에 다시 달과 우주를 향해 나아가는 이때, 버즈 올드린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래서 그의 삶을 돌아보는 건 가치가 있다. 토이 스토리의 멋진 우주비행사 ‘버즈’에게서 아이들이 꿈과 희망을 얻는 것처럼. *참고 문헌 로켓을 꿈꾼 소년들 (정규수·정광화 지음, 지성사), 그래서 우리는 달에 간다 (곽재식 지음, 동아시아) 달의 뒤편으로 간 사람(베아 우스마 쉬페르트 지음, 비룡소) 버즈 올드린 홈페이지(buzzaldrin.com), 조선일보(2013년10월19일자 C2면, 2007년9월15일자 B15면)
트럭 크기의 소행성 '2023 BU'가 27일 오전(이하 한국시간) 남아메리카 남단 상공을 무사히 지나갔다. 우주전문 매체와 외신 등에 따르면 2023 BU는 이날 오전 9시 27분께 남미 남단 3천600㎞ 상공을 지나갔다. 이는 3만6천㎞ 상공에 떠 있는 정지 위성의 10분의 1밖에 안 되는 거리로, 궤도가 확인된 지구근접 천체 중에서는 가장 가깝게 지나가는 소행성 중 하나로 기록됐다. 2023 BU는 지난 21일 크림반도 마르고(MARGO) 천문대의 아마추어 천문가 겐나디 보리소프가 처음 발견했다. 보리소프는 지난 2018년 태양계 밖에서 온 성간 천체로는 두 번째로 확인된 '2I/보리소프'를 발견한 인물이기도 하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 산하 '지구근접천체연구센터'(CNEOS)는 소행성 충돌위험평가 시스템인 '스카우트'(Scout)를 통해 2023 BU가 궤도가 확인된 소행성 중 가장 가까이 접근하기는 해도 충돌은 모면할 것으로 분석했는데, 예측대로 충돌 없이 지나갔다. 2023 BU는 크기가 3.5∼8.5m밖에 안 돼 정면으로 충돌한다고 해도 대기권에 진입하면서 화구(火球)로 타오르며 산산이 조각나 일부만 작은 운석으로 지상에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지난 2013년 러시아 남부 상공에 떨어지며 폭발 충격으로 지상의 유리창을 박살 낸 첼랴빈스크 운석은 약 20m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됐다. 2023 BU는 이번에 지구에 근접하면서 지구 중력의 영향으로 궤도가 길쭉하게 늘어나며 지구와 비슷했던 공전 주기가 359일에서 425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지구에는 2036년 12월 6일에 다시 근접하게 될 것으로 예측됐다.
지구 맨 안쪽에 있는 내핵이 2009~2011년 사이 한 번 멈춘 뒤 회전 방향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구는 바깥쪽부터 지각, 맨틀, 외핵, 내핵으로 구성돼 있는데 외핵과 내핵은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며 지구 자전 속도와 하루 길이에 영향을 준다. 쏭 샤오동 중국 베이징대 지구우주과학부 교수 연구팀은 23일 '네이처 지오사이언스'(Nature Geoscience)에 이같은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외핵은 액체 상태의 금속, 내핵은 철과 니켈로 구성된 고체다. 과학자들은 외핵과 내핵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회전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기존 연구 내용에 따르면 지구는 서에서 동쪽으로 자전한다. 지구 자전과 관련 있는 외핵은 동에서 서쪽으로 내핵은 서에서 동쪽으로 회전한다. 특히 내핵은 지구가 자전하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회전한다. 연구팀은 1995년부터 2021년까지 발생한 지진을 분석한 결과, 내핵의 회전이 2009~2011년 사이 한차례 멈췄다는 것을 확인했다. 연구팀은 “지구 전역의 여러 지점에서 변화가 관찰됐다”며 “내핵 표면의 국부적 변화가 아닌 지구 전체의 현상임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내핵은 지표면에서 5000㎞ 아래에 있어 눈으로 확인할 수 없으나, 지진파 움직임을 분석하면 내핵의 회전 여부와 방향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내핵 회전에 주기가 있다고 분석했다. 약 70년이며 중간에 회전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연구팀은 "내핵이 1970년대 초 한 번 멈춘 뒤 다시 회전하다가 2009~2011년 사이쯤 방향을 바꿔 동쪽에서 서쪽으로 돌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며 "가속을 시작했다가 다시 한 번 감속해 2040년에 멈추면, 서쪽에서 동쪽으로 회전하는 주기가 다시 시작될 것"이라고 했다. 이같은 회전·정지 주기가 지구 표면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된다. 쑹 교수는 "지구 자기장에 변화가 있을 수 있지만 감지하기 어려운 수준일 것”이라며 “통상 하루의 길이는 6년마다 1밀리초(1000분의 1초)씩 늘거나 줄어드는데 이 또한 큰 변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기사에는 영화의 결말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있습니다. 인류가 이주한 ‘우주 쉘터’ 영화가 시작되면 한편의 자막이 흐른다. ‘가까운 미래. 급격한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의 상승으로 인류는 우주로의 이주를 결정한다. 지구와 달의 궤도면 사이에 인류가 살 수 있는 쉘터를 만드는 데에 성공한 인류는 80여 개의 쉘터에 시민들을 이주시킨다…’ 이후 전투장면이 이어지고, 이는 한 연구소가 AI 사이보그 ‘정이’의 시뮬레이션 실험이었음이 드러난다. 영화 ‘정이’는 22세기말을 배경으로 AI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 팀장이 수십 년에 걸친 내전을 끝내기 위해 자신의 어머니이자 영웅으로 추앙받던 군인의 뇌를 복제한다는 내용이다. 그런데 영화 초반 자막에서 나오는 우주 쉘터나 반란군은 등장하지 않는다. 우주 전쟁 같았던 설정은 사라지고, 연구소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드라마로 변한다. 우주 쉘터는 우주 정거장이 무수히 결합된 형태일 확률이 높은데, 이 영화엔 그런 장면이 거의 보이지 않고 대부분의 배경은 지구로 보인다. 초반 자막은 그저 ‘이 영화는 미래를 설정한 SF’라는 설정일 뿐, 아쉽게도 스토리 전개에 별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다. 로보캅 설정은 있는데... ‘자녀를 둔 가장이 경찰이나 군 작전에 나가 사망한 뒤, 기계와 결합해 전투병기로 거듭난다. 이후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고민하며 새로운 영웅이 된다’ 이런 내용은 할리우드 ‘로보캅’(1987년작) 이후 공식처럼 반복돼온 내용이다. 그러나 영화 ‘정이’엔 로보캅이나 블레이드 러너 같은 ‘인간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정체성의 철학이 조금은 부족하다. 회장이 정이의 딸인 윤서현 박사(강수연 분)에게 한 대사는 생각할 여지를 남긴다. 뇌 복제 기술이 나왔을 때 ‘영생’을 떠올렸고, 곧바로 자신의 뇌 데이터로 AI로봇을 만들었는데 "별로"라고 말한다. 전기밥솥에 ‘애야 밥먹어라’ 엄마 목소리를 녹음해 기능을 만들어도, 엄마가 지어준 밥맛은 안난다는 것. 1987년에 나온 영화 로보캅의 기술은 먼 미래가 아니다. 최근 주목받기 시작하는 ‘두뇌 임플란트’는 나이를 먹을수록 손상되는 기억을 방지하기 위해 뇌에 칩을 이식하는 치료법으로, 쉽게 말하면 컴퓨터의 메모리칩처럼 보조기억장치를 뇌에 이식하는 것이다. 더 나아가 과거의 아픈 상처나 트라우마와 같은 나쁜 기억을 걸러내는 역할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직은 동물실험 단계이고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걸린다지만, 만약 인간의 뇌가 컴퓨터 칩과 연동되어 제어되는 경우 ‘인간인지 컴퓨터인지’ 정체성 혼란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영화 '정이'가 제기하는 문제는 우리 미래에 충분히 불거질 가능성 있어 보인다. 모성애가 세상을 구원하리라 SF영화에서 모성애를 갖춘 여전사는 단골 소재로 쓰였다. 에어리언2에서 리플리(시고니 위버 분)는 한 소녀를 지키기 위해 괴물과 싸우고, 터미네이터2에선 사라 코너(린다 해밀턴 분)가 아들을 지키기 위해 미래에서 온 로봇과 한판 승부를 벌인다. 영화 ‘정이’는 이 공식을 조금 비튼다. 딸이 엄마를 전투 AI로 개발하고, 엄마를 구원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엄마는 뇌가 복제된 사이보그가 된 상태에서도 딸이 준 마스코트를 잃어버린 것(저장된 마지막 기억)에 아파하고, 어린 딸의 수술이 성공했는지를 물어본다. 엄마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심지어 기계가 되어서도 딸을 잊지 못한다. 흥미로운 뇌 복제 A·B·C타입 뇌를 복제해 의체(기계몸)로 옮기는 데 A·B·C 세가지 타입으로 나누는 스토리는 신선하다. A타입은 비용이 많이 들지만 인간에 준하는 권리를 받는다. B타입은 뇌 데이터를 정부에 제공하지만, 결혼·거주이동의 자유·아동입양 등의 권리 외에는 인간의 기본권을 법으로 보장받는다. 돈이 없는 이들은 C타입을 선택하는데, 인간 대우를 받을 수는 없다. 이는 특정 기업에 뇌 데이터를 전부 넘기고 비슷한 클론들을 양산하는데 동의하는 것이다. 즉, 생명 연장을 대가로 자신의 뇌를 상업적으로 넘기는 꼴이다. 문제는 연합군의 영웅이자 전투 아이돌이었던 ‘정이’가 식물인간이 된 후, 남겨진 가족의 동의로 이 ‘C타입’이 된 것이다. 40년간 이어진 내전이 막바지에 이르면서, 전투 AI는 폐기 수순에 돌입하고, 정이는 가정용 AI로봇이나 성적인 용도로 바뀌게 된다. 이러한 사실은 딸인 윤서현 박사를 분노하게 만들고, 결국 엄마(정확히 말하면 엄마의 기억을 가진 로봇)를 탈출시키는 도화선이 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인류를 행복하게 한다고 누군가는 선전하지만, 실제는 영화 내용처럼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우주와 미래조차도 힘 있는 소수가 선점하고, 대다수는 소외되는 설정은 이 영화가 예측한 미래이다. 지난 1월 20일 넷플릭에 공개된 연상호 감독의 작품 ‘정이’. 배우 강수연의 유작이기에 더 기대가 컸다. 영화에서 시한부 3개월을 선고받고, 엄마 ‘정이’를 탈출시킨 후 죽어가는 강수연의 모습은 뇌출혈로 세상을 떠난 현실과 오버랩되어 울림을 준다. 또한 영화 말미, 모노레일에서 사이보그끼리 펼치는 전투 액션은 꽤나 볼만하다.
별의 마지막 순간은 어떤 모습일까. 해외 천문학자들이 최근 별들이 죽어가는 마지막 순간을 포착했다. 광활한 은하에서 별들은 우주 가스와 먼지 구름을 분출하며, 마지막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19일(현지시간) 네이처에 따르면 캐나다 앨버타대 연구팀은 새로운 초신성(Supernova) 잔해 21개를 발견했다. 별은 초기 질량에 의해 수명이 정해지는데 수소핵 융합 반응을 반복하다 무거지워지면 대폭발을 일으킨다. 이때 별은 태양이 평생 방출할 에너지를 한꺼번에 방출하며, 보통 신성보다 1만배 이상 빛을 내는 '초신성'이 되어 점차 사라진다. 은하수에 있는 별은 적어도 100년마다 한 번씩 초신성으로 폭발한다. 이때 폭발과 함께 수광년 떨어진 곳까지 멀리 먼지 구름과 가스를 분출한다. 이 잔해에는 폭발한 별의 종류, 다른 별이나 행성, 생명 등 은하계에 대한 유용한 정보가 담겨있어, 천문학자들에게는 우주 세계를 연구하는데 유의미한 자료로 활용된다. 그동안 천문학자들은 은하 전역에서 별의 잔해를 발견했지만, 전체 5분의 1정도만 관찰할 수 있었다. 보통 별들 잔해는 전파 방출(Radio Emission)을 통해 감지되며 대부분은 전파가 희미해 포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브리애나 볼(Brianna Ball)이 이끄는 캐나다 앨버타대 박사 연구팀이 초신성 잔해를 추적하는 새로운 방법을 발견했다. 서호주 지역에 있는 36개의 안테나로 구성된 전파망원경인 ASKAP(Australian Square Kilometer Array Pathfinder)관측력과 호주 뉴사우스웨일스의 천문대 관측력을 결합했다. 이를 통해 그동안 밤하늘에서 볼 수 없었던 초신성 잔해 20여개를 발견했다. 공개된 사진에는 5개의 초신성 잔해가 선명하게 보인다. 색상은 열을 나타내는데, 가장 차가운 영역은 보라색이다. 파란색, 녹색, 빨간색이 그 순이며 흰색이 가장 뜨거운 부분이다. 브리애나 박사는 "이전 망원경에는 해상도나 감도가 없어 감지하지 못했던 초신성 잔해를 이제서야 발견해내고 있다"며 "앞으로도 더 많은 (초신정) 잔해를 발견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유럽우주국(ESA)은 유럽 대륙과 영국, 캐나다 등 22개 참여국이 우주로 나가는 관문(關門)이다. ESA의 작년 예산은 72억 유로(약 9조6244억 원). 미 우주항공국(NASA)의 240억 달러(29조7135억 원)에는 못 미치지만, 일본우주항공연구개발기구(JAXA)의 1550억 엔(약 1조4950억 원)보다는 훨씬 많다. 참고로,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5712억 원이었다. 유럽 국가들이 기존의 로켓개발기구와 우주탐사기구를 합쳐 1975년에 ESA를 설립하고 독자적인 우주개발에 뛰어든 지도 50년이 돼 간다. 그런데 아직도 유럽 우주인의 국제우주정거장(ISS) 접근은 미국ㆍ러시아 로켓과 우주선(캡슐) 없이는 불가능하다. ESA는 소행성 탐사선도 아직 발사하지 못했다. 작년 9월 NASA의 쌍(雙)소행성 궤도수정 실험(DART) 우주선이 충돌했던 소행성 디모르포스(Dimorphos)의 충돌 결과를 관찰하는 탐사선 헤라(Hera)의 발사가 내년 10월로 예정돼 있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일본 JAXA가 2014년 11월 발사한 하야부사 2호는 왕복 52억4000만 ㎞를 날아 소행성 류구(龍宮)에서 암석 샘플을 채취하고 2020년 12월 지구로 돌아왔다. 설상가상으로, 작년 12월 21일엔 ESA의 신형(新型) 중간급 발사체인 베가-C가 두번째 발사에서 실패했다. 올해 1월 9일엔 영국 본토에서 처음 발사된 버진 오비트(Virgin Orbit)의 로켓 원(Rocket One)도 9개의 마이크로 위성들을 궤도에 올리는데 실패했다. 4월로 예정된 아리안 5호의 발사가 끝나고 나면, 유럽은 보유 로켓이 없어 한동안 자력으로는 우주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ESA의 아리안 5호 후속 모델인 아리안 6호도 개발 일정이 계획보다 3년 지연돼, 올해 말에야 첫 시험 발사를 한다. ESA가 재사용 발사체로 개발하려는 테미스(Themis)는 올해 들어서야 1단계 로켓 테스트와 경제성 검토가 시작한다. 그러는 사이에, 일론 머스크의 재사용 발사체인 팰컨 9과 팰컨 헤비는 지금까지 165회 발사된 뒤에 지상에 복귀하는 데 성공했고, 이 로켓들을 139회 다시 쏴 올렸다. 중국과 인도도 달과 화성 등 심(沈)우주 탐사에서 유럽을 앞질렀다. 유럽에 자본이나 우주 관련 인재 풀(pool), 창업 열기가 부족한 것도 아닌데, 왜 이렇게 된 것일까. 인터넷에서 아마존·애플·구글·넷플릭스·틱톡 같은 기업을 단 하나도 배출하지 못한 유럽은 우주산업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보인다. 요즘 유럽 우주산업계가 가장 많이 묻는 질문은 “왜 우리는 스페이스 X 같은 기업이 없지?”라고 한다. 이와 관련, ESA의 요제프 아슈바허(Aschbacher) 사무총장은 최근 한 인터뷰에서 “ESA와 유럽 우주산업계를 NASA 모델로 개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즉, ESA는 필요한 발사체나 우주선의 임무 내용과 성능에 대한 지침만 발표하고, 구체적인 개발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말고, 민간의 경쟁에 맡겨서 ‘완성품’을 구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유럽 우주산업계의 구조 개편 필요성엔 동의하면서도, 유럽은 벤처 자본의 토양이 다르고 ESA 22개 회원국이 합의해야 해 NASA 모델을 이식(利殖)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ESA 사무총장 “로켓 개발, 민간 주도로” 아슈바허 사무총장은 지난 9일 파이낸셜 타임스 인터뷰에서 “유럽이 주권적인 발사 능력을 갖추려면, 시장 주도로 로켓을 개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럽의 발사시스템을 어떻게 개발할지, 민간 기업들에게 더 많은 재량권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의 로켓은 아리안그룹(Ariane Group) 등이 제조하지만, ESA도 직접 로켓 개발ㆍ제조 과정에 참여해 왔다. 완성된 발사체는 에어버스와 사프란의 합작사인 아리안스페이스(Arianespace)가 마케팅한다. 아슈바허는 “이런 구조에선 기업이 자기 책임하에 원하는 조직을 구성하고 독자적으로 개발과 생산 자원을 최적화해 배분할 수 없다”고 말했다. NASA는 원하는 성능ㆍ제원 명시, r경쟁 입찰 민간에 NASA는 민간 기술이 이미 성숙한 분야에선, NASA가 계획하는 미션의 성격, 필요한 장비의 구체적인 성능ㆍ제원 등의 정보를 담은 제안요청서(RFPㆍRequest For Proposal)를 발표하고, 민간 기업의 참여를 요청한다. NASA 과학자들이 전반적인 기술 지원은 해도, NASA가 원하는 장비를 어떻게 구현하느냐는 민간 기업의 몫이다. NASA는 또 최종 제안요청서를 내기 전에, 계속 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한다. NASA는 이런 과정을 통해, 아르테미스 3단계에서 사용할 달 착륙선과 선외(船外)활동우주복(EMU), 우주인 착륙에 앞서 미리 달표면에 과학기구ㆍ장비를 가져다 놓을 무인 착륙선 등을 제작할 기업을 선정했다. NASA가 현재 ISS에 우주인과 화물을 보내는 캡슐인 스페이스X의 드래곤 우주선과, 오비털 사이언스와 노스럽 그루먼이 만든 시그너스 화물 우주선도 이런 공개 경쟁의 결과물이다. ”ESA는 장기적 플랜에 주력해야” 아슈바허의 주장은 기술이 성숙한 우주산업 부문은 과감히 민간에 넘겨 유럽의 우주개발을 ‘상업화’하고, ESA는 이 민간시장의 신뢰할 만한 ‘제1고객’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 대신에, ESA는 민간 기업이 투자할 의사가 없고 초(超)정밀ㆍ최첨단 기술이 요구되는 장기적인 과학 플랜에 집중한다. ESAㆍJAXA 공동 프로젝트인 수성 탐사선 베피콜롬보(BepiColomboㆍ2025년 12월 수성 궤도 도착 예정), 지구 대기권의 풍향을 조사하는 기상관측위성 아이올로스(Aeolus), 화성샘플 회수 프로그램 등이 후자에 속한다. 2021년 스페이스X의 매출은 280억 달러였는데, 이 중 56%가 NASAㆍ국방부ㆍ연방통신위원회(FCC)와의 계약에서 왔다. 특히 NASA와의 계약이 전체 매출의 44%인 123억 달러였다. 아슈바허는 “NASA가 없었으면 스페이스X는 존재할 수 없었다”며 “우리도 ESA가 주(主)고객이 되는 민간 발사체 시장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1년 전세계 우주경제 규모는 3860억 달러였다. 이 중에서 위성 제조(137억 달러)와 발사체(57억 달러)는 전체의 5%에 불과했다. 그러나 두 부문이 수많은 스타트업과 중소기업들이 참여하는 데이터 송수신 산업과 기지국ㆍ소비자 장비 등의 우주경제 생태계를 이끌어갔다. 아슈바허는 “우선 초소형 위성(microsats)와 같은 경량 탑재중량을 발사하는 로켓 시장부터 NASA식으로 운영하자”고 제안했다. 그러나 이런 정책 변환은 ESA 전체 회원국들의 동의를 거쳐야 가능하다. 영국 평론지 스펙테이터(The Spectator)는 작년 11월 “ESA가 ‘우주적으로(galactically)’ 실패한 것은 22개 회원국이 가장 나쁜 계획에만 동의할 수 있었고, 프로젝트를 정치권과 기업의 답합에 의해 나눠먹기식으로 운영한 탓”이라고 비판했다. 미국엔 있고 유럽엔 없는 것 그러나 아슈바허의 개혁 방안은 유럽과 미국 벤처 자본의 근본적 차이로 인해 실행이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NASA의 민간 아웃소싱이 가능한 것은 미국에 광범위하고 성숙한 민간 자본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2021년 한 해 미국 내 우주산업 투자금액은 3300억 달러였다. 미국을 제외한 벤처 자본은 중국ㆍ유럽을 포함해서 90억 달러에 불과했다. 즉, 유럽의 벤처 자본은 우주발사체 기업 같은 기간(基幹) 프로젝트를 지원하기엔 너무 규모가 작은 것이다. 스페이스X의 최초 투자금 1억 달러는 당시 유럽의 벤처 자본 전체 규모에 해당했다. 스페이스X는 1월 2일에도 7억7000만 달러의 투자금을 모았고, 작년 한 해 투자금이 20억 달러를 넘었다. 같은 해 ESA의 전체 우주수송[발사체] 프로그램 예산(10억 유로ㆍ약10억8000만 달러)보다 많았다.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우주경제 전문가인 시니어드 오설리번은 또 “미국과 유럽의 벤처 자본은 모두 부호 가문이 주축이 되는데, 미국 부호들의 목적이 부의 창출인데 반해 유럽은 부의 유지”라고 말했다. 따라서 유럽 벤처 자본은 리스크가 큰 대규모 테크놀로지에 대한 투자를 꺼린다. 또 아슈바허의 희망처럼, 유럽연합(EU)이나 ESA가 미국 정부 수준의 ‘신뢰할 만한’ 주고객이 될 수 있지도 의문이다. 우주산업을 촉진하는 미국의 국방 예산은 2021년에 8006억 달러였다. 작년 12월8일 발표된 유럽연합(EU) 26개국의 2021년 국방 예산 총액은 2140억 유로(약 2312억 달러). 미국의 4분의1을 조금 넘었다. 작년 11월 22~23일 ESA의 장관급 회의에서 유럽 회원국들은 앞으로 5년 내에 ESA 예산을 169억 유로까지 대폭 늘리기로 했다. 또 발사체 예산도 28억 유로까지 올리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간 기업 위주의 소형 발사체 시장을 장려하자는 독일과, 아리안 6과 그 이후 유럽이 함께 쓸 수퍼 로켓 개발에 주력해야 하다는 프랑스의 입장은 여전히 다르다. 무엇보다도 이 정도 증액된 정부 투자 규모로, 우주산업을 보는 유럽 벤처 펀드와 사모(私募) 자본 시장의 보수적인 시각이 바뀔지는 의문이다.
보다 ‘저렴하게’ 우주에 가 볼 수는 없을까. 올해 하반기에 두번째 발사를 계획 중인 영국 버진 갤럭틱의 우주 투어 가격은 45만 달러(약5억5000만원), 작년까지 여섯 차례 유인 우주 비행을 실시한 블루 오리진의 뉴세퍼드 탑승 요금은 미공개지만, 이보다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가 하면, 고도 400㎞의 국제우주정거장(ISS)과 그 이상까지 오르는 스페이스X의 크루드래곤 캡슐 탑승 가격은 무려 5500만 달러(약 681억원)다. 모두 일반인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가격대다. 그래서 나온 것이 기구(氣球ㆍballoon)을 타고 고도 30~40㎞까지 올라가는 ‘우주 투어’ 상품이다. 우주 투어의 최대 시장이 될 미국에서 2021년 10월에 실시한 조사에선 응답자의 19%가 “10만 달러(약 1억2300만원) 이상을 쓸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내년에 미국과 유럽에서 나올 예정인 기구를 이용한 우주 투어 가격도 10만 달러 안팎에 책정돼 있다. 물론 이 우주 투어가 오르는 고도는 버진 갤럭틱(고도89㎞)이나 블루 오리진(106㎞)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탑승객은 무중력 체험도 할 수 없어, 엄밀히 말하면 ‘근(近)우주’ 투어다. 그러나 고도 30㎞는 국제선 여객기의 운항 고도보다 3배에 달하는 위치다. 지구의 곡면(曲面)과, 대기권과 암흑의 우주를 가르는 얇은 푸른 선을 조망하기엔 충분하다. 지난 13일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에 위치한 기구 회사인 월드 뷰(World View)는 뉴욕 증시에 상장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 레오(Leo) 홀딩스와의 합병을 통해, 기업공개(IPO)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우주 투어를 시작도 안 했는데, 기업 가치는 3억5000만 달러(약4320억 원)로 산정됐다. 이 합병 발표 이전에도, 월드 뷰는 4890만 달러의 투자를 받았다. 월드 뷰와 몇몇 회사들은 내년부터 기구를 통한 우주 투어를 시작한다. 이미 수년 치가 다 예약됐다. ”로켓 진동 없이, 최고급 라운지에서 우주를 즐기세요” 현재 미국에서 내년에 우주 투어를 시작한다고 발표한 대표적인 회사는 월드 뷰와 스페이스 퍼스펙티브(Space Perspective). 두 회사의 기구는 폭 106m에, 길이가 213m로 비슷한 크기다. 이 거대한 풍선에 지름 4.8~5.7m 크기의 탑승 캡슐이 매달리게 된다. 캡슐 내부는 지상과 같은 수준의 압력을 유지하며, 여객기 비즈니스클래스 수준의 안락한 좌석과 관람을 돕는 비디오 스크린, 최고급 음식을 구비한 콘솔, 망원경 등이 제공된다. 최고도에서 탑승객들은 2m 길이의 창문을 통해 폭 720㎞의 전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탑승 인원은 1,2명의 승무원을 포함해서 전체 10명. 스페이스 퍼스펙티브 사의 공동 CEO인 제인 포인터는 “로켓 발사 때의 엄청난 진동이나 높은 중력가속도를 견딜 필요도 없이, 이착륙이 모두 매우 부드러운 것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노약자(老弱者)도 쉽게 우주 투어에 오를 수 있다. 좌석당 5만 달러(약6100만원)인 월드 뷰와 12만5000달러(약1억5400만원)인 스페이스 퍼스펙티브의 미국 내 내년 좌석은 모두 매진됐다. 사실 기구 자체는 20세기 초부터 과학 및 기상(氣像) 관찰 목적으로 사용됐다. 새로운 개념은 ‘승객 탑승’이다. 구글 임원 출신인 앨런 유스터스가 2014년 10월 미국 뉴 멕시코주에서 헬륨 기구를 타고 고도 41㎞까지 올라가 자유낙하에 성공했다. 당시 그는 아폴로 우주복을 만들었던 ILC 도버 사가 만든 우주비행복을 착용했다. 이에 앞서 2012년 10월엔 ‘레드불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 프로젝트에서 오스트리아 출신의 전문 스카이다이버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처음으로 고도 40㎞에서 뛰어내려 지상에 착륙하는데 성공했다. 하지만, 여압(與壓) 환경의 기구 캡슐에서 승객들은 이런 우주비행복을 입을 필요가 없다. 우주선이야, 호텔 레스토랑이야? 스페이스 퍼스펙티브는 작년 4월 12일 팽이 모양의 ‘넵튠(Neptune)’이라는 탑승객 캡슐을 처음 공개했다. 이 회사는 최적의 관람 조건을 제공하기 위해 시간에 따라 변하는 LED 무드등(燈)을 캡슐에 설치하고, 미국의 고급 클럽ㆍ레스토랑처럼 분위기 있는 인테리어를 꾸몄다. 넵튠을 디자인한 프리스트먼굿 측은 “난기류(亂氣流)를 만나도, 캡슐이 부드럽게 흔들리도록 했다”고 밝혔다. 이륙은 미 항공우주국(NASA)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하며, 2021년에 무인 시험 비행을 마쳤다. 새벽에 이륙해서 2시간 동안 30㎞ 고도에 오른 뒤 2시간 활강하고 다시 2시간 동안 하강한다. 대서양이나 멕시코만의 해상에 착륙하면, 선박이 기구와 탑승객이 탄 캡슐을 회수한다. 하나의 캡슐로 1000회 비행이 가능하도록 제작한다. 내년에 25회 이륙을 시작으로 매년 100회씩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스페이스 퍼스펙티브 측은 작년 11월초 약 600명이 환불 가능한 1000달러의 예약금을 냈다고 밝혔다. 이륙에 앞서, 케네디 센터에서 3일간 성층권의 장관(壯觀)을 찍는 방법 등 탑승객들이 6시간의 여행을 만끽할 수 있도록 사전 안내 교육을 실시한다. 그랜드캐년ㆍ피라미드서 출발하는 월드 뷰 우주투어 한편, 승무원 2명을 포함해 모두 10명이 타는 월드 뷰의 ‘익스플로러 스페이스’ 캡슐은 37㎞ 고도까지 오른다. 총 여행 시간은 6~8시간. 목표 고도에 올랐다가 어느 정도 공기층이 두터운 고도로 내려오면 기구를 낙하산과 비슷한 패러포일(parafol)로 교체해 이륙 지점으로 되돌아오게 된다. 작년말까지 1000명이 500달러의 예약금을 냈다고 한다. 월드 뷰는 올해 첫 유인 테스트를 하고, 내년에 미국의 그랜드 캐년에서 모두 90회 운항한다는 계획이다. 이후에는 이집트 기자의 피라미드, 세계 최대 산호초 지역으로 유명한 호주의 그레이트배리어리프(Great Barrier Reef), 아마존, 탄자니아의 세렝게티 국립공원 등 전세계 관광 명소로 우주공항(space port)를 넓혀가 공항 당 한 해 330회 운항하겠다는 것이다. 월드 뷰의 상품이 스페이스 퍼스펙티브 상품보다 더 싼 것은 이미 존재하는 기술을 더 활용하고, 재사용이 가능하게 프로그램을 운영하기 때문이라고 이 회사 측은 밝혔다. 닮은꼴 두 회사의 차이는 수소 vs. 헬륨 사실 두 회사는 모두 테이버 매컬럼과 제인 포인터라는 부부가 세웠다. 두 사람은 1991~1993년 텍사스의 갑부가 화성 거주 실험으로 세운 ‘바이오스피어(Biosphere) 2’에서 2년간 외부와 차단된 생활을 하면서 만났다. 매컬럼은 고도 41㎞에서 자유 낙하한 전 구글 임원의 생명지원장치를 만든 엔지니어이기도 하다. 두 사람은 2012년 몇몇 우주 과학자, NASA 우주인 출신과 함께 월드 뷰를 세웠다. 그러나 이 회사가 보다 우주 투어보다는 센서와 과학 장비를 장착한 대기권 위성(stratollite) 개발에 치중하자, 나와서 2020년 6월에 스페이스 퍼스펙티브를 차렸다. 그 후, 월드 뷰도 2021년 10월에 기구를 이용한 우주 투어 사업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두 회사는 사용하는 기체가 각각 수소와 헬륨이라는 큰 차이가 있다. 수소는 헬륨에 비해 저렴하고, 좀 더 풍부하다는 장점이 있다. 헬륨은 이미 세계적으로 공급난인데, MRI 진단이나 과연구 장비에도 많이 쓰인다. 스페이스 퍼스펙티브의 공동 CEO인 포인터는 “일년에 몇 번 기구를 띄우고 나면, 병원과 경쟁해야 하는 윤리적 문제에 봉착한다”고 말했다. 기구에 들어가는 기체로 헬륨 가스를 선호하는 측은 헬륨이 다른 물질과 화학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불활성(unreactive) 가스라서 폭발, 화재의 위험이 없다는 점을 든다. 수소를 쓰는 월드 뷰의 CEO 라이언 하트먼은 “가장 중요한 것이 안전이며, 우리가 사용하는 양은 10년간 전세계에 공급되는 핼륨의 1%도 안 된다”고 주장했다. ‘수소의 위험성’을 강조하는 이들이 주로 드는 예가 1937년 5월 미국 뉴저지주 상공에서 발생한 독일 비행선 힌덴부르크호의 수소 폭발 화재 사고다. 이 사고로, 탑승객 97명 중에서 35명이 숨졌다. 하지만, 포인터는 “힌덴부르크는 기구가 아니라 비행선(airship)이었고, 원래 헬륨용으로 만들어진것인데 수소를 넣었다”고 반박했다. 또 무엇보다도 지난 80여년 간 수소를 다루는 기술과 기구의 표면 재질이 엄청나게 발달했다는 것이다. 1700년대 이후 수소를 이용해 기구를 띄운 것이 수천 번은 되지만, 수소 때문에 기구가 사고를 일으킨 적은 한번도 없었다고 한다. 스페인의 제로2인피니티(0II∞)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위치한 제로2인피티니(Zero 2 Infinity)사도 내년에 지름 128m 짜리 헬륨 가스를 넣은기구로 고도 40㎞까지 올라가는 우주 투어를 선보일 계획이다. 이 회사는 원래 기구로 로켓을 고도 30km까지 끌어올린 뒤에, 저궤도로 로켓을 발사하는 회사다. ‘블룬(Bloon)’이라는 캡슐 투어는 상승 3시간, 활강 2시간, 하강 1시간 등 6시간이 소요된다. 2012년에 인간 실물 모형을 놓고 첫 비행 실험을 했다. 제로2인피니티의 투어 요금은 10만7000유로(약1억4300만원). 40㎞까지 오르면, 풍선은 패러포일로 바뀌고 하강을 시작한다. 많은 과학자들은 현대 기술로는 수소를 기구 상승에 쓰는데 안전상의 문제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스페인의 또다른 기구 회사인 EOS-X사도 2024년에 수소로 우주 투어를 시작한다고 발표했다.